[MK’S 무비 pick]‘걸캅스’도 ‘악인전’도 아닌 ‘배심원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어벤져스 : 앤드게임’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손색이 없다. 마블이 휩쓴 한국 극장가에 필연적인 단비, 흉내 낼 수 없는 스케일에 대적할 만한 쫀쫀한 내실이 매력적인 신선한 법정물 ‘배심원들’을 강력 추천한다.
2008년 대한민국의 첫 국민참여재판 실화를 소재로 한 ‘배심원들’은 처음이라 더 잘하고 싶었던 보통 사람들의 아주 특별한 재판을 재구성해 스크린으로 옮겼다.
국민이 참여하는 역사상 최초의 재판이 열리는 날,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나이도 직업도 제각각인 8명의 일반인들이 배심원단으로 선정된다. 그들 앞에 놓인 사건은 증거, 증언, 자백도 확실한 살해 사건으로 양형 결정만 남아있는 재판이었지만 피고인이 갑작스럽게 혐의를 부인하면서 배심원들은 예정에 없던 유무죄를 다투게 된다.
생애 처음 누군가의 죄를 심판해야 하는 배심원들과 사상 처음으로 일반인들과 재판을 함께해야 하는 재판부. 모두가 난감한 상황 속 원칙주의자인 재판장 준겸(문소리)은 정확하고 신속하게 재판을 이끌어가려 하지만 끈질기게 질문과 문제 제기를 일삼는 8번 배심원 남우(박형식)을 비롯한 배심원들의 돌발 행동에 점점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영화 속 배심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건의 진실을 찾고자 고군분투한다. 처음엔 빨리 끝내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재판이 거듭될수록 심판에 대한 무게감을 진실하게 느끼며 점점 최선을 다 하게 된다.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은 경쾌하면서도 따뜻하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 쫄깃한 재판 과정, 곳곳에 튀지 않게 포진돼 있는 명대사들이 흥미롭게 버무려진다. 소소하게 시작해 강렬한 여운을 남기는, 기름기 가득한 허세를 쫙 뺀 담백한 법정물의 탄생이다.

8명의 배심원들과 신경전을 벌이는 판사 김준겸으로 분한 문소리의 존재감은 이번에도 단연 대체 불가다. 부드러운 카리스마, 단단한 소신을 기반으로 지적이면서도 인간미를 잃지 않는다. 너도 나도 ‘걸크러쉬’를 표방해 만들어진 근래 여타의 작품 속 1차원적인 여성캐릭터들과는 급이 다른다. ‘진짜 사나이’ 당시의 ‘애기 병사’를 보는 듯한 박형식표 순수 매력은 반가운 보너스.
영화는 이처럼 모티브가 된 첫 국민참여재판이 가지는 의미와 목적성을 진정성 있게 다루는 한편, 위트와 휴머니즘 그리고 감동까지 모두 놓치지 않고 똑똑하게 담아냈다. 양보단 질, 허울보단 내실, 멋보단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