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 클라우디오 조반네시 감독 사진=전주국제영화제 |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조반네시 감독의 영화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는 10대 소년들의 비극적인 성장담을 그린다. 그 나이대 아이들이 느낄 법한 불분명한 감정의 소용돌이와 아이러니한 지점을 범죄물 형식으로 흥미롭게 풀어냈다.
1978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조반네시 감독은 2009년 영화 ‘구름의 집’으로 데뷔한 뒤 총 다섯 편의 작품을 찍었다. 주로 10대들의 이야기를 관찰해온 그의 필모그래피는 양보다 질로 승부한다. 특히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신작은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각본상) 등을 수상하며 뛰어난 자질을 인정받았다.
조반네시 감독은 2년 전에도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으나 당시 한국을 찾지는 못했다. 올해 첫 한국 방문인 그는 자기 내면의 화두를 한국 관객들과 함께 나누며 소통하고자 한다. 인물의 모순, 성장, 비극 따위는 국가를 초월한 보편타당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인간의 어두운 면에만 몰두하는 건 아니다. 무결한 순수성 역시 그의 오래된 질문이다. 다만 하얗고 투명한 순수성이 거친 그림자와 만나 탄생하는 비극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몸집을 부풀린다는 사실을 역설할 뿐이다.
↑ 제20회 JIFF 개막작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 클라우디오 조반네시 감독 사진=전주국제영화제 |
다음은 클라우디오 조반네시 감독과 일문일답.
Q.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가 선정된 소감은?
A. 20번째 영화제이니 만큼 더욱 특별하다. 개막식 역시 특별했고, 이렇게 귀한 영화제에 초청받을 수 있어서 큰 영광이다. 한국에 첫 방문했는데 전주는 굉장히 아름다운 공간인 것 같다. 동양과 서양, 현대와 옛 것이 어우러진 아름다운이 존재한다. 이곳에서 많은 관객들과 영화로 소통하고 싶다.
Q.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 경우 어른의 시각에서 철저히 10대 이야기를 다루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다. 연출자로서 어떤 부분을 경계하고자 했나.
A. 저는 올해 41살이 됐다. 내가 어른이긴 하지만 아이들의 이야기를 반드시 해야만 했다.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를 찍을 땐 판단을 배제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철저하게 캐릭터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기를 원했고, 카메라가 9번째 인물로 보여지기를 바랐다. 영화에 8명의 아이가 등장하는데 카메라가 아홉 번째 아이가 되는 거다. 모든 걸 10대의 시선으로 보고자 했다. 예를 들어, 어떤 영화를 보면 캐릭터의 선과 악이 분명하지 않나.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는 절대적으로 선과 악 판단이 배제되어야 했다. 선과 악이 분리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인간 그 자체를 보여주고 싶었다.
Q. 이탈리아 소설가 로베르토 사비아노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소설의 어느 부분에 매료되어 영화화를 결정했는가.
A. 소설에는 폭력성과 순수성이 복합적으로 잘 드러난다. 또한 아이들의 놀이 혹은 게임으로써 전쟁의 관계성, 순수함과 대립되는 권력, 욕망 역시 담겨 있다. 바로 이 부분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영화로 만들게 된 계기다. 순수성과 전쟁의 관계성을 나타내는 모습 중 하나가 주인공이 동생에게 직접 총을 주는 장면이다. 주제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씬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Q. 그동안의 작품을 보면 보호받지 못하고 변두리로 몰리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10년 가까이 10대들의 이야기에 몰두하는 이유는?
A. 10대 캐릭터에 집중하게 된 이유는 성장 과정에서 보여지는 선악 경계의 모호함 때문이다. 선악을 선택하는 과정 한 가운데에 놓인 나이대이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10대들이 가지는 느낌은 강렬하다. 첫 사랑과 우정 같은 것들 말이다. 심지어 아이들은 그것을 위해 죽을 수도 있다. 그런 강렬한 감정을 가진 캐릭터들이 내가 영화를 찍는 이유다. 또한 학교나 가정의 부재는 나폴리 만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서양국가든 마찬가지일 거다. 교육기간과 보호자가 부재하는 세계다. 나는 이 부분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건, 물질에 집착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고 본다.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는 현실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실제로 나폴리에 2년을 거주했다. 그곳의 분위기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시간을 투자했다.
↑ 제20회 JIFF 개막작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 클라우디오 조반네시 감독 사진=전주국제영화제 |
Q. 그중에서도 특히 순수성을 침해당하는 아이들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영화적으로 볼 때 그들에게 어떤 캐릭터적 매력을 느끼는가.
A. 캐릭터가 가진, 그 안에 내재된 모순성에 집중한다. 순수함 이면에 존재하는 다른 면에 끌리는 거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인간의 내면에 조용히 자리한 모순성이 나를 영화로 이끈다.
Q. 당신으로 하여금 영화를 찍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A. 테마다. 테마는 나에게 아주 중요한,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영화를 찍게 만드는 동기부여라고 할 수 있다. 현실의 어떤 면을 충분히 드러내는 테마가 있어야만 한다.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를 예로 들자면 순수성의 상실, 그로 인해 전쟁에 가담하게 되는 캐릭터의 모순성이라고 볼 수 있을 거다. 표현하
Q. 차기작 계획은?
A.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 촬영을 끝낸 지 3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현재는 차기작 계획이 없다. 차기작에 투영할 테마에 대해 시간을 들이고, 고민하는 시간을 거쳐야 할 것 같다.
전주=MBN스타 대중문화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