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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인 듀오 언어의정원이 `우리만의 이야기로 정원을 키워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강영국 기자 |
여성 듀오 언어의정원(Gardensay)이 첫 싱글 앨범 ’그로잉 업’(Growing Up)으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몸은 자랐지만 마음은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이 시대 청춘에게, 암울한 미래 앞에 맨몸으로 선 채 아픈 성장통을 겪고 있는 동년배에게 건네는 공감 100% 위로의 이야기를 들고서다.
언어의정원은 동덕여대 실용음악과 출신 작곡가 로영(25·본명 김소영)과 보컬리스트 르네(23·본명 김유나)로 이뤄진 싱어송라이터 듀오다. 팀명 언어의정원은 ’이야기가 피어나는 정원’이라는 의미다.
"동명의 영화가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영화에서 영감 받은 건 아니에요.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찾고 있었는데, 우리가 꽂혀있던 두 개의 단어가 ’언어’와 ’정원’이었죠. 꽃을 좋아하거든요(웃음). 팀명을 정한 뒤, 관객들께 우리를 소개할 때 ’언어의정원에는 이야기가 피어요, 언어의정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해요. 우린 이야기가 피어나는 정원의 가드너(정원사)죠. 앞으로도 우리의 정원을 잘 가꾸고 키워가고 싶어요."(르네)
데뷔 싱글 타이틀은 "어른이지만 마음이 다 자라지 않은 우리의 상태에 대해 쓴 곡들로 완성됐고, 우린 아직 성장 중이라는 생각"으로 ’그로잉 업’으로 정했다.
"요즘 대중가요 보면 사랑이나 이별 노래가 많은데, 우린 아예 인생 이야기라고 할까요? 어떻게 보면 좀 딥할 수도 있고 ’20대 중반 여자애들이 첫 앨범을 뭐 이렇게 내나’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나중에 데뷔 앨범을 돌아봐도 후회하고 싶지 않았어요. 늘 초반의 우리를 되돌아볼 수 있는 앨범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로영)
"우린 그냥 평범한 20대 여자애들인데, 다른 여자 듀오들은 밝은 노래, 사랑스러운 노래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래도 우리는 살짝 찌질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싶었고요, 이게 앞으로 들려드릴 이야기의 전부는 아니지만 첫 앨범으론 이렇게 보여드리고 싶었어요."(르네)
언어의정원은 자신들의 첫 작품을 오롯이 둘의 힘으로 완성했다.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싱뿐 아니라 앨범 아트워크까지 직접 해냈다. 앨범 커버 촬영 콘셉트 및 의상, 소품 준비도 다 직접 했다. 프랑스 영화 ’마단 플루스트의 비밀정원’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된 앨범 커버는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처럼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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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의정원 로영(왼쪽)과 르네가 선보이는 이야기는 "새벽 찌질 감성"이지만 그 자체로 높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사진|강영국 기자 |
타이틀곡 ’마음에게’는 목소리와 건반이 서로를 포근하게 안아주는 듯한 어쿠스틱 팝 장르의 곡이다. 어른이 됐지만 아직 여린 자신에게 전하는 노랫말은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크고 작은 마음의 부침에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전한다.
"’마음에게’는 나 자신을 꼭 안아주고 싶은 마음을 쓴 곡이에요. 일기장에서 나온 가사죠. 우리가 보통 친구들에겐 ’네가 힘든 게 싫다’ ’네가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스스로에게는 한 일이 없는 거죠. 오글거릴 수도 있지만 ’마음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라는, 그 한 줄에서 나온 가사였어요. 약간은 새벽 갬성(감성)으로 쓴 가사죠.(웃음)"(르네)
르네의 가사를 받아 본 로영은 그의 감성을 그대로 이어받아 멜로디를 완성했다. 로영은 "가사를 처음 봤을 때 뭔가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위로하기에 앞서, 내가 위로받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온전히 곡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내가 위로받는 가사를 만나니 멜로디 라인도 수월하게 나왔다"고 작업기를 떠올렸다.
"르네의 목소리가 이 가사를 안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악기로도 그렇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렇다 보니 편곡적으로도 채우기보다는 빼는 데 집중했죠. 사실 악기 구성을 채워넣는 것보다 빼는 게 더 어려운데, 우리의 이야기가 잘 들리게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작업했습니다."(로영)
또 다른 수록곡 ’놀이터’는 상실을 통한 성장의 이야기를 노래한다. 담백한 피아노 연주에 쓸쓸한 현악기 선율이 더해진 곡으로 혼잣말을 하듯 낮게 읊조리는 르네의 섬세한 보컬이 매력적인 곡이다.
르네는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친구들이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가고 혼자 남았을 때를 떠올리며 쓴 곡인데, 부를 땐 나도 모르게 어린 목소리가 나왔다. 감정이입이 잘 된 상태에서 불러 우리의 쓸쓸한 감정을 잘 표현했다는 나름의 만족과 확신이 있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실용음악과 동기로 만난 로영과 르네. 전공은 달랐지만 감성이 통하는 지점을 발견한 뒤로 급속도로 친해졌다. "작곡 전공이다 보니 보컬 친구들에게 노래를 부탁하곤 하거든요. 르네에게 부탁한 적이 있는데, 너무 좋은 거였어요. 어떻게 내 곡을 이렇게 잘 이해해줄 수 있지? 싶었고, 르네는 제 부족함마저 채워주는 보컬이었어요."(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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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의정원이 옥상달빛부터 볼빨간사춘기까지 이어지는 여성 싱어송라이터 듀오 계보를 이어가면서도 자신들만의 색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사진|강영국 기자 |
두 사람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즈는 케미가 있다"며 "작업을 할수록 더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드는 사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린 성격이 다른 점도 있지만 비슷한 점도 있는데, 계속 대화를 나누며 우리의 이야기가 생기고, 자연스럽게 음악도 나오게 되는 것 같아요."
감성이 비슷하다 보니 좋아하는 아티스트도 ’성시경’으로 통했다. 언어의정원은 "성시경 선배님은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목소리와 감성의 소유자 아니시냐"며 "듀엣을 해보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꿈에서는 늘 함께 작업하고 있다"고 너스레 떨기도.
데뷔 전부터 네이버뮤직 뮤지션리그에서 호평 받으며 옥상달빛, 랄라스윗, 제이래빗, 볼빨간사춘기 등 여성 싱어송라이터 듀오 계보를 잇는 차세대 주자로 거론되는 데 대해서는 겸손하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로영은 "그렇게 언급된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 오히려 그분들 덕분에 용기를 얻어 듀오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선배 뮤지션들에게 공을 돌렸다.
르네 역시 "우리는 정말 평범한 20대 아이들인데, 우리의 일상적이고 소소한 이야기를 좀 더 자신있게 꺼낼 수 있게 해주신 분들"이라며 "그분들의 여러 매력들을 배우면서도 우리의 감성을 잘 녹여내는 게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일상 속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노래로 만드는 두 사람이 꿈꾸는 음악은 ’삶에 위로가 되는 음악’이다. "저 같은 사람도 있다는 위로를 주고 싶어요. 저는 찌질 감성인데, 솔직한 가사가 많아서 공감할 수 있는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해요. ’괜찮아, 다 잘 될거야’라는 말도 있지만 ’나는 좀 힘들었어, 다른 사람들은 잘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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