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두꽃’ 조정석 윤시윤 사진=SBS ‘녹두꽃’ 방송화면 캡처 |
지난 26일 방송된 SBS 새 금토드라마 ‘녹두꽃’(극본 정현민/연출 신경수)은 ‘녹두꽃’은 동학농민혁명을 본격적으로 그린 민중역사극으로 방송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던 드라마. 베일 벗은 ‘녹두꽃’은 민초들의 처절한 상황과 그들이 떨치고 일어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들이 꿈꿨던 전복의 판타지를 숨막히는 몰입도로 담아냈다. 물론 앞서 제작진이 밝혔던 것처럼, 좌절의 시대를 살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놓치지 않았다.
‘녹두꽃’은 전라도 고부 관아 만석꾼 이방 백가(박혁권 분)의 배다른 두 아들 백이강(조정석 분), 백이현(윤시윤 분)의 전혀 다른 삶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며 이야기를 펼쳐냈다.
백가가 본처의 여종을 겁탈해 태어난 얼자 백이강은 백이강이라는 이름 대신 ‘거시기’로 불리며 악명 높은 악질로 살아간다. 아버지를 “어르신”이라 부르고, 아버지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죄 없는 사람을 때리기도. 반면 본처 소생 백이현은 일본으로 유학까지 다녀온 엘리트다. 조선에 개화라는 문명의 꽃을 피우고 싶은 그는 하루빨리 진흙탕 같은 집을 벗어나고 싶다. 때문에 아버지 백가가 이곳 저곳 뿌린 뇌물에라도 기대며 과거 시험 준비를 한다.
같은 아버지를 두었지만 이토록 다른 삶을 사는 형제의 운명은 파란만장하기만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서로를 향해 안타까움과 미안함으로 얼룩져 있기도. 일본에서 귀국 후 행랑채에 들어가 이강과 대화를 나누고 자신을 “도련”이라 부르는 이강에게 “형님”이라 부르는 이현, 이현이 흘리는 눈물을 닦아내며 “험한 일은 원래 형이 하는 것”이라 말하는 이강은 125년 전 이 땅에 민초들이 겪어야 했던 계급사회의 폐단과 좌절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대비되는 형제의 운명과 함께 ‘녹두꽃’ 1회를 인상적으로 만든 것은 동학농민혁명의 시발점인 고부 민란의 봉기이다. 녹두장군 전봉준(최무성 분)은 백성들을 핍박하는 탐관오리 조병갑(장광 분)에게 끝없이 항의하고, 민초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
조병갑은 백가와 함께 방곡령을 내려 고부 땅의 쌀이 외지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쌀을 강제로 사두었다가, 백성들이 필요로 할 때 비싼 가격에 팔아 이문을 남기려 한 것. 전주여각 객주 송자인(한예리 분)은 쌀을 사기 위해 고부 땅을 찾았다가 백이강, 백이현 형제와 얽히게 된다. 그러던 중 조정에서 고부에 신임 사또를 발령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어떻게든 고부 땅에 남아 계속 백성을 수탈하고 싶은 조병갑. 백가는 이강을 시켜 신임 사또들이 오지 못하도록 악행을 저지른다.
그러던 중 이강은 새로 부임한 사또가 조정에서 금지한 동학을 믿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이에 백가와 이강은 신임 사또를 쫓아냈고, 조병갑이 다시 고부 군수로 부임한다. 그러나 이는 전봉준과 무리들이 조병갑의 목을 베기 위해 판 함정이었다. 조병갑이 잔치에 빠져있는 사이, 전봉준은 붉은 횃불을 든 민초들을 이끌고 고부 관아로 향한다. 전봉준과 민초들의 “백성에겐 쌀을, 탐관오리에겐 죽음을”이라는 외침은 처절한 전율을 선사하며 이날 방송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붉은 횃불이 무리를 이루며 진격하는 엔딩 장면은 안방극장을 발칵 뒤집고도 남을 만큼 강력했다. 소름이 돋을 만큼 짜릿했고, 한편으로는 가슴이 뜨거워질 만큼 처절했다. ‘녹두꽃’은 1~2부는 60분 동안 탄탄한 스토리와 긴장감 넘치는 연출, 사투리는 물론 몸까지 사리지 않은 배우들의 폭발적인 열연, 묵직한 메시지까지 모두 보여주며 막강 몰입도를 선사했다. 왜 ‘녹두꽃’을 꼭 봐야 하는지, 왜 ‘녹두꽃’이 기념비적 드라마가 될 수밖에 없는지 완벽히 입증한 시간이었다.
첫 회부터 민란이 터졌다. 이 민란으로 어쩌면 정해진 삶을 살아야 했을지도 모르는 백이강-백이현 형제
MBN스타 대중문화부 신미래 기자 shinmirae93@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