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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비브르 사 비’ 포스터 사진=알토미디어㈜ |
1962년 첫 선을 보인 영화 ‘비브르 사 비’(Vivre Sa Vie)는 프랑스 누벨바그를 주도한 인물 중 한 명인 장 뤽 고다르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지난 4일 4K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이 재개봉했다.
‘새로운 물결’이라는 뜻의 누벨바그는 1950년대 말 보수적인 프랑스 사회의 권위에 도전하려는 젊은이들이 의기투합해 주도했다. 고다르를 비롯한 청년 영화인들은 기존 룰을 거스르는 방식으로 영화를 찍었다. 관습으로 굳어진 영화 형식을 거부하고 규범을 타파하며 새로운 물결을 일군 것이다.
‘비브르 사 비’는 바로 이 누벨바그 시대에 탄생했다. 이 영화는 첫 장면부터 파격이다. 주인공 나나(안나 카리나 분)는 관객을 등진 채 타인과 대화한다. 관객은 당분간 나나의 뒤통수만 응시해야 하며 대화의 맥락을 쉽게 파악할 수 없다. 열두 챕터에 걸쳐 펼쳐지는 나나의 삶은 불친절하게 제시되며 분절적이다. 다만 나나가 방세를 낼 얼마의 돈도 없어 거리로 나서고 만다는 흐름 정도를 읽을 수 있을 뿐이다.
나나는 어쩔 수 없이 거리의 여자가 되지만 마음만은 소녀다. 그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고, 우연히 만난 노인과 심오한 철학을 논한다. 영화 ‘잔 다르크의 수난’을 보다가 눈물을 흘리며, 오락실 주크박스 음악에 맞춰 아이처럼 춤을 춘다. 비참한 삶의 낭떠러지에 매달렸을지언정 제 인생을 지탱하려는 나나의 순수한 행동 하나하나가 시선을 옭아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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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비브르 사 비’ 스틸컷 사진=알토미디어㈜ |
고다르는 나나의 삶을 냉담하고 건조하게 응시했다. 독일의 시인이자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소격효과를 적극 차용해 관객과 나나 사이 정서적 유대를 경계한다. 나나는 자신의 삶을 투영한 이야기를 자조적으로 읊던 중 돌연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본다. 예상치 못하게 나나와 눈을 맞춘 관객은 당혹감에 사로잡히고 순간적으로 거리를 두게 된다. 이러한 소격효과는 영화를 보는 이가 작품 속 인물을 훔쳐보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극 중 인물이 관객을 관찰한다는 인상을 줘 정서적 유대를 방해한다.
나나의 표정이나 감정 변화 역시 제대로 읽을 수 없다. 고다르가 영화 전반에 걸쳐 나나의 얼굴에 그림자를 입히기 때문이다. 그가 곤란을 겪어 감정의 변화를 겪거나 속내를 조금이라도 털어 놓으려 하면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다. 이번에도 관객은 나나의 진심을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방관자’ 입장에 놓이고 만다. 고다르의 건조한 시선은 나나가 포주인 라울에 의해 최후를 맞이하는 순간까지도 견지된다.
나나는 물질적 어려움을 겪으며 황폐한 인생으로 전락한다. 그리고 고다르는 그 삶을 엄격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매혹적인 ‘비브르 사 비’, 이 시대에 파동을 남긴다.
MBN스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