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담 맥케이 감독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미국 출신 아담 맥케이 감독의 목소리는 퉁명스러우면서도 날카롭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국가를 향한 자조를 퉁명스럽게 표현하지만 헛된 칭얼거림은 아니다.
상업영화의 기조를 유지하는 동시에 형식을 파괴하는 연출법 역시 예사롭지 않다. 재기발랄한 시선을 통해 자유자재로 타임라인을 오가는 방식은 아담 맥케이 만의 연출적 특징이다.
‘SNL’ 메인 작가 출신의 남다른 유머
아담 맥케이는 미국 코미디 쇼 ‘SNL’(Saturday Night Live) 메인 작가 출신이다. 순발력, 상상력, 신선함을 갖춰야 했던 직업적 특성의 영향인지 그의 영화들에는 코미디적 요소가 상당하다.
↑ 영화 ‘바이스’ 아담 맥케이 감독 사진=콘텐츠판다 |
서사가 무너지지 않는 한도 내에서 타임라인을 자유롭게 오가는 연출은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자칫 스토리라인을 망가뜨리고 정신 사나울 수 있는 연출법이지만, 아담 맥케이는 정도를 지나치는 법이 없다. 여기에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유머 코드는 영화를 빛내는 데 일조한다.
다큐멘터리와 픽션 요소를 적절히 섞는 솜씨도 보통이 아니다. 관객들이 몸을 비틀 즈음이 되면 나레이터가 등장시켜 주의를 환기한다. 이는 다시 높은 몰입도로 연결되고, 궁극적으로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 영화 ‘빅쇼트’ 포스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월스트리트를 향한 카운터 펀치 ‘빅쇼트’
지난 2016년 개봉한 영화 ‘빅쇼트’는 모두를 속인 채 돈 잔치를 벌인 은행들을 정확히 꿰뚫고 월스트리트를 물 먹인 4명의 괴짜 천재들의 이야기다. 아담 맥케이의 탄탄한 연출력과 배우 크리스찬 베일, 브래드 피트, 스티브 카렐의 놀라운 연기로 평단과 관객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실화를 소재로 삼았기에 충격은 더했다. 세계 경제 붕괴를 코앞에 둔 일촉즉발의 상황, 월스트리트는 목전의 이익을 위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했다. 아담 맥케이는 ‘빅쇼트’를 통해 현실을 꼬집었다. 묵직한 메시지를 유쾌한 풍자에 녹이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러한 연출 방식은 이기적이고 안일한 월스트리트가 초래한 경제 재난 상황이 주는 충격을 한층 더 높였다.
그동안 월가를 다룬 영화는 무수히 많았다. 대부분 고발적이거나 단죄의 성격을 보였다. 하지만 ‘빅쇼트’는 기존작들과 달리 훨씬 더 깊숙한 곳으로 침투해 경제 붕괴 안에 놓인 다양한 인물을 통해 여러 선택지를 제시하고, 고민과 판단을 유도한다. 물론 거대한 사건에 눈이 멀어 너무 많은 퍼즐 조각을 잃지 말자는 메시지도 함께 던진다.
↑ 영화 ‘바이스’ 포스터 사진=콘텐츠판다 |
‘빅쇼트’를 미국 정치판으로 옮겨온다면, ‘바이스’
지난 11일 개봉한 아담 맥케이의 신작 ‘바이스’는 역사상 가장 비밀스러운 권력자였던 딕 체니(크리스찬 베일 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딕 체니는 조지 W. 부시 정권 시절 권력의 실체였던 부통령이다.
‘바이스’에서도 아담 맥케이의 장점은 극대화됐다. 미국 정치를 소재 삼아 무겁고 어려운 영화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예측불허의 웃음과 뒤통수를 때리는 날카로운 메시지를 담아 높은 차원의 영화적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대학교 중퇴생에 알코올 중독까지 있었던 딕 체니가 어떻게 권력을 잡고 세계를 바꿔 놓았는지 보여주는 과정에서 아담 맥케이는 딕 체니의
아담 맥케이는 몇 년 전 금융권에 뒀던 시선을 정치권으로 옮겼다. ‘바이스’는 정치판 ‘빅쇼트’인 셈이다. 유머와 풍자를 잃지 않는 그의 주제의식은 여전히 녹슬지 않았다.
MBN스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