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만약’은 없다. 그럼에도 있다면 우리는 무엇이 바꿀까. 그것을 통해 삶은 얼마나 더 환하게 빛날 수 있을까. 영화 속 ‘만약’의 연속에서 마주한 최종 목적지는 ‘너와 나’ 그리고 ‘우리의 화해’다. 그로 인해 ‘진정한 오늘’을 마주하게 되는 예상치 못한 깜짝 선물, 영화 ‘다시, 봄’이다.
극 중 ‘은조’(이청아)는 사랑하는 딸 ‘예은’을 사고로 잃고 주변은 물론, 자기 자신과도 단절된 채 무기력한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그녀지만 기이하게도 그 날 이후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매일 매일 어제로 되돌아가게 된 그는 잃어버렸던 딸 ‘예은’을 다시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이 기이한 현상은 멈추지 않은 채 계속해서 과거로 흘러간다.
되찾은 딸과 함께 이제는 내일을 살고 싶은 은조. 그런 그녀의 머릿속에는 미스터리한 키를 쥔 남자 ‘호민’(홍종현)이 남긴 “내가 당신을 알아볼 때까지 기다려요”라는 말이 잊혀지질 않는다. 은조는 시간을 되돌려, 새로운 내일을 맞이할 수 있을까.
여주인공인 은조에게 이 시간여행은 딸을 다시 만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심어주고,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심어 준다. 이로 인해 관계와 인연의 부재는 다시 되살아나고, 예상치 못한 진실과 마주하게 되면서 은조는 점차 생명력을 되찾는다. 혼자가 아닌 우리의 세계로 들어와 세상과, 사람들과,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화해를 하게 된다.
초반부 딸을 잃었던 그날의 사건을 막고자 하는 부분에서는 스릴러 적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한편, 예상치 못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 이후부터는 메시지의 전달을 위한 서정적인 진짜 이야기가 우직하게 펼쳐진다. 그녀의 무기력했던, 평범한 ‘하루’는 후반부로 갈수록 누군가의 불행을 막기도, 인생 자체를 바꾸기도 할 정도의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렇게 자신과의 화해를 마친 은조는 악연으로 묶인 줄 알았던 ‘호민’(홍종현)을 통해서 ‘너와의 화해’를, 즉 타인과의 화해를 이루고 나아가 주변 인물들을 포함, 삶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느끼게 된다. 그런 그녀의 변화는 지금이 쌓여 만들어진 오늘을 버티는 우리에게 큰 힘과 울림을 선사한다.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인생의 ‘만약’의 판타지를 통해 빛나는 ‘오늘’의 소중함과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끔 한다.
다만 판타지와 현실의 연결고리, 긴 호흡의 타임 리와인드에서 훈훈한 결말로 이어지는 서사적 허점은 아쉽다. 극 중 주인공의 유일한 조력자로 등장하는 준호(박지빈)의 뜬금포 이론과 대안, 어색한 케미는 전체적인 작품의 톤과 다소 동떨어진 느낌을 준다. 과거를 바꾼 은조가 굴곡진 과거와 풀지 못한 주
영화는 4월 17일 개봉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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