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경구가 세월호 참사 소재 영화 `생일`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제공|씨제스 |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배우 설경구(52)는 일상으로 돌아오거나, 돌아온 많은 이들에게 그 날이 잊혀지지 않기를 바랐다. 그리고 우리의 이웃에게 위로가 되길 바랐다.
설경구는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에서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아빠 정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설경구는 출연 제안을 받고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영화라는 사실에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읽고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고, 예정된 스케줄을 조정해 ‘생일’에 합류했다.
설경구는 출연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세월호 참사 후 남아있는 가족에 대해서만은 아니다. 책(시나리오)을 읽었는데 담백하고 다 담고 있고 포용하고 있어 좋았다. 놓치는 게 없다고 생각했고, 툭툭 던지는 말들이 칼처럼 와닿았다. 그리고 강요하지 않았다. 특별하지 않은 우리 이웃인데 어느 순간 선입견이 생기지 않았나. 보편적으로 이야기하면 우리 이웃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설경구가 맡은 정일은 사고 당시 가족 옆에 없었다는 죄책감을 지닌 인물이다. ‘당사자’이면서 ‘관찰자’이기도 한 캐릭터. 설경구는 “감독님이 정일을 통해서 관객과 중심에 같이 들어가고 싶다는 말이 좋았다”고 밝혔다.
“이 캐릭터는 관찰자이면서 당사자죠. 3년 후에 죄책감을 안고 돌아와요. 슬픔을 표현하지 못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감정을 꾹꾹 누르려고 했죠. (전)도연이와 신들에 두고 이야기하지는 않았어요. 서로 믿고 받아줬죠. 다시 만난 전도연요? 도연이는 안 변했어요. 에너지가 똑같고 깊어진 것 같아요. 도사님 같아요.”
↑ 설경구가 세월호 참사 소재 영화 `생일`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제공|씨제스 |
설경구는 촬영 전 ‘생일 모임’을 찾아봤다. ‘생일’ 제작진과 배우들은 많은 인물이 캐릭터가 등장하는 모임 신을 롱테이크로 촬영했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설경구는 “대사들은 정해져 있지만 계산하려고 하지 않았다. 충실하게 연기했다. 어느 순간 수호가 와 있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편하게 가려고 했다. 감정을 몰고 가지 않았다. 이 영화는 이야기도 그렇지만 배우로서 조심스러운 게 강박을 가지면 안 될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영화 안에는 세월호 참사 후 유가족들을 향한 시선도 담겼다. 설경구는 “감독님의 시선이 좋았던 것 같다. 다 담으려고 노력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감독님이 책 쓴 과정을 말해줬어요. 2015년부터 봉사활동을 했는데, 이 책을 쓰려고 한 게 아니라 같이 있다가 이 책을 쓰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쓰기까지도 쉽지 않았다고 들었고요. 그런 이야기를 못 들었으면 한다고 못 했을 거예요. 그런 이야기들이 마음을 움직였죠. 신인 감독이었는데 작품 하기 전부터 단단하게 느껴졌고, 언젠가 해야 한다면 이런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면서도 단단했고, 이 작품 후에 더 단단해진 것 같아요.”
↑ 설경구는 `생일`이 아픈 영화가 아닌 위로가 되는 영화이길 바랐다. 제공|씨제스 |
설경구는 “세월호 유가족 시사회를 할 때”가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이라고 했다. 그는 “무게감이 다가왔다”고 고백했다. 무엇보다 설경구는 “정일이 캐릭터에 기능적인 장치가 있다. 잊은 사람도 있고 애써 잊으려는 사람도 있다. 관객들이 영화를 대할 때 정일의 등을 타고 주변부터 서서히 들어가 순남을 만나길 바랐다. 이야기에 훅 들어가지 말고 당사자이면서 관찰자인 정일과 함께 하길 바랐다”고 재차 강조했다.
위로하는 시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그는 “아프려고 만든 영화는 아니다. 아프자고만 하는 영화는 아니다. 저는 그렇게 안 찍었다. 찍으면서 위안받았다. 그런 마음이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설경구는 “영화를 보고 많이 울었다. 다 보고 나서는 생일 모임 때 50명 넘는 사람의 힘을 느꼈다. 그 힘은 한사람처럼 움직이는 몰입감이 있었다. 그때 굉장히 고마웠다. 이 신을 찍는 모든 사람이 고마웠다”고 고백했다.
“좋아하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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