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유준상이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나무엑터스 |
KBS2 ‘왜그래 풍상씨’(극본 문영남, 연출 진형욱)는 동생 바보로 살아온 중년 남자 풍상 씨와 등골 브레이커 동생들의 아드레날린 솟구치는 일상과 사건 사고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는 드라마다. 6%대를 웃도는 시청률에서 방송 2주 만에 10%를 돌파, 마침내 최고시청률 22.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유준상은 극 중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이 없는, 내가 무너지면 내 동생들 다 죽는다 생각한 채 앞만 보고 달려온 이풍상 역을 맡아 열연했다. 주말극 혹은 일일극에 비해 방송 회차가 적은 미니시리즈의 특성상 입체적인 연기를 선보이기 어려울 법도 했다. 하지만 유준상의 연기 내공은 오롯이 빛났고, ‘왜그래 풍상씨’는 그의 인생작으로 자리 잡았다.
“처음에 몇몇 스태프들이 제 인생작이 될 것 같다고 하더라. 짧은 시간 안에 찍어야 하는 미니시리즈가 내 인생작이 될까 싶었다. 그런데 마지막 회를 찍고 나서 그 스태프 말이 뭔지 알겠더라. 반백 살에서 새로운 한 살로 넘어가는 시점까지 찍었다.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는, 의미가 깊은 작품이다. 사람에 대한 소중함도 많이 느꼈다. 오래오래 연기하고 싶다. 뮤지컬 무대에 70살까지 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80살까지 서고 싶다. 오랫동안 무대에 서는 배우가 되고자 한다.”
↑ 최근 유준상이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나무엑터스 |
‘왜그래 풍상씨’는 힐링 드라마를 표방했지만 때때로 고구마 전개와 막장 스토리로 일부 시청자들의 울분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유준상은 이 드라마를 여전히 힐링 그 자체로 보며, 실망은 한 점도 없었다. 역지사지의 태도와 단순한 오해에서 비롯된 어긋남을 극에 잘 녹였고 보는 이로 하여금 깨달음을 얻게 했으니 말이다.
“풍상이가 삶을 대하는 태도는 어느 철학자보다도 현명하다. 풍상은 못 배웠을지언정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다. 만약 드라마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면 오히려 실망하고 속상했을 거다. 결국 ‘왜그래 풍상씨’는 받는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못해준 것만 기억한다는 걸 이야기한다. 아주 단순한 오해에서 시작된 게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입장을 바꿔서 한 번만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고 하는 드라마다. 문영남 작가님도 그런 의미에서 대본을 썼을 거다. 요즘 시대에 풍상네 가족처럼 둘러 앉아 밥 먹는 가족이 얼마나 될까.”
유준상은 방대한 가족극을 녹여낸 미니시리즈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배운 점이 많다고 말한다. 또, 동생들을 위해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듯한 풍상의 행동이 답답했을 만도 한데, 그는 캐릭터의 스토리를 온전히 이해했단다. 그렇게 작품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관심이 그대로 투영돼 유준상 만의 ‘왜그래 풍상씨’를 완성했다.
“풍상을 답답하다고 느낀 적은 없다. 풍상이가 욕을 먹는다고 했을 때 ‘왜?’라고 반문했을 정도다. 만약 답답하다고 하더라도 캐릭터를 바꿀 순 없는 일이다. 작가님의 방향과 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이 역할은 유독 더 마음이 갔던 것 같다. 미니시리즈를 통해 연습을 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그러한 맥락에서 대상 언급만으로도 감사하다. 위트로 ‘제 대상은 여러분의 몫이다’라고 말했지만,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셔서 그저 감사한 마음이다. 그동안 받은 많은 상에 대해서도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 최근 유준상이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나무엑터스 |
극 중 풍상은 쉴 새 없이 롤러코스터를 탄다. 철없는 동생들을 겨우 어르고 달래놨더니 간암 선고를 받고 생사의 기로에 선다. 이후 동생들의 행동은 더 가관이었다. 풍상의 눈에는 눈물 마를 날이 없었다. 그런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유준상은 극도의 몰입감을 보였다. 그랬기에 헛되지 않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간암 얘기를 들은 시점부터 밥을 먹지 않았다. 그것과 관련된 걸 많이 연구했다. 저에게는 살을 빼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매니저, 스태프들과 식당에 가도 밥을 안 먹었다. 주변에서 ‘너무 많이 야윈 거 아니냐’고 할 때마다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몰입한 만큼 그 시간들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아깝지 않고 헛되지 않았던 시간이다.”
‘왜그래 풍상씨’ 팀의 특이점은 방송 진행과 동시에 리딩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일정이 빠듯한 미니시리즈였음에도 불구하고 스태프와 배우들, 작가까지 모두의 호흡이 척척 맞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덕분에 배우들은 충분한 연습을 거치고 촬영장에 갈 수 있었고, 큰 NG 없이 효율적인 촬영이 가능했다. 유준상이 문영남 작가와 함께 한 리딩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시간이다.
“작가님에게 남자 배우들이 많이 혼났다.(웃음) 서너 시간씩 다함께 연습하고 촬영에 임하니 다들 현장에서 날아다니더라. (오)지호도 울면서 리
MBN스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