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현의 10년 만의 국내 드라마 복귀작인 ‘아름다운 세상’이 5일 첫방송된 가운데, 절절한 모성 연기가 시청자를 울렸다. 그가 보여준 눈물은 연기가 아닌 ‘진짜’였다.
스크린에서 주로 활동해온 박희순 역시 베테랑답게 구멍 없는 연기를 펼쳐 몰입도를 높였다. 박희순은 무너져내리는 슬픔을 억누르며 울부짖는 아내를 위로하는 남편을 실제 모습처럼 연기했다. 박선호 역의 남다름도 학교 폭력 피해자라는 아픔을 숨긴 채 부모 앞에서 내색하지 않는 섬세한 연기를 펼쳤다. 김지우 작가의 삶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이 묻어나는 필력과 박찬홍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력은 웰메이드 드라마의 탄생을 알렸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아름다운 세상’ 1회는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 시청률 2.178%를 기록했다. 다소 아쉬운 성적이지만, 충성도 높은 팬덤층이 예고되는 드라마였다.
청천벽력 같은 선호의 사고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간 무진(박희순)과 인하(추자현). 절망적이고 참담한 표정이 차마 짐작할 수도 없는 두 사람의 심정을 대변했다. 평소처럼 등교했던 아들에게 충격적인 사고가 벌어졌다는 소식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병원에 나타난 강호경찰서 강력팀 형사는 아들의 자살 시도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무진과 인하는 “선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고 했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지만 뇌손상으로 인해 의식불명에 빠진 선호. 학교 재단 이사장인 진표(오만석)는 “조용히 순조롭게, 무엇보다 조속히 해결하는 게 모두를 위해서 최선”이라며 교사들을 압박했다. 선호와 친했다는 아들 준석(서동현)에게도 형사 면담에서 “긴장하지 말고 그냥 모른다고만 해. 쓸데없는 얘기해서 괜한 오해사지 말고”라고 입단속을 시켰다.
선호의 사고로 같은 반 학생 영철(금준현), 기찬(양한열), 성재(강현욱)은 불안해했지만, “준석인 동영상에 그림자도 안 나와. 있다 해도 걔네 아빠가 이사장인데 어떻게든 빼겠지”라며 경찰에게 모든 사실을 숨기라고 입을 맞췄다. 아들의 핸드폰에서 우연히 동영상을 발견한 영철의 엄마(이지현) 역시 아들의 잘못을 모른 척 넘어갔다.
현실은 차디찼다. 교사들은 선호에 대한 걱정 대신 면학 분위기에 열을 올렸고, 교감(정재성)은 학교의 명예를 챙기에 바빴다. 결국, 증거를 찾지 못해 사건은 자살미수로 잠정 결론이 났고, 무진과 인하는 아들이 자살할 이유가 없다며 반발했다.
엄마 인하는 아들의 사고가 자살미수일 수 없다며 경찰을 붙잡고 간곡하게 매달렸다. 아빠 무진은 “형사님의 자식이어도 이렇게 사건을 종결 하겠습니까”라고 애원하듯 물었지만, 형사의 대답은 “저는 원칙대로 사건을 수사했을 뿐이다”였다. 이것이
아이들 뿐만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비극을 겪어내고 넘어서야 했던 한 가족의 여정 끝엔 어떤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까. ‘아름다운 세상’이 들려줄 메시지가 무엇일지 기대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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