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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승형. 제공|STX라이언하트 |
지난달 28일 데뷔 싱글 ’할 게 없어’를 발표한 신인가수 고승형(28)은 대중에 아예 낯선 얼굴은 아니다. 그는 2015년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1’에서 ’중랑천 박효신’으로 주목받은 특별한 이력의 소유자다.
’너목보’는 이후 시즌을 거듭하며 숱한 화제의 출연자를 남겼지만 ’중랑천 박효신’ 고승형은 노래도, 비주얼도 워낙 강렬했던 탓에 꽤나 긴 공백에도 대중의 뇌리에 남아 있었다. 4년이란 긴 기다림의 시간을 끝낸 고승형은 이제 ’중랑천 박효신’ 아닌 ’가수 고승형’으로 비상을 꿈꾼다.
정식 데뷔를 앞두고 최근 서울 홍대 인근에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를 만난 고승형의 얼굴은 갓 신인의 설렘으로 가득했다.
"’너목보’ 시절은 일반인이었죠. 갑자기 주목받은은 일반인. 지금은, 진짜 데뷔라 그런지 그 때와는 감정이 또 너무 달라요. 당시의 고승형도 진심을 담아 노래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겉핥기였던 것 같아요. 지금은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많이 성숙해진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저 그리고 음악을 생각하는 저 모두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좋은 분들 만나 좋은 음악 배우면서 한단계가 아니라,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단계가 업 된 것 같아요."
하지만 정작 고승형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일단 ’중랑천 박효신’ 타이틀을 떼어놓는 일 자체가 고통이었다. 그는 "습관이란 걸 버리는 게 어렵지 않나. 나에게는 내 음악 인생의 전부를 버리는 것과 같았다. 처음엔 버리기 싫었고, 버리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나란 사람은 뭘까 고민도 많았고, 주위에선 ’너의 색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과 설득을 많이 해주셨다"고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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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승형. 제공|STX라이언하트 |
이후 고승형은 "하루에 백번 듣던" 박효신 노래를 열번만 듣고, 다양한 가수의 노래로 폭을 넓혔다. 그는 "성시경 선배님, 바이브, 찰리푸스 등의 노래를 많이 들었다. 정말 다양한 노래를 듣고, 불렀다. 목소리에 힘을 빼는 연습도 많이 했고 평소 말하는 목소리도 바꿨다. 힘을 빼는 대신 가볍게 갔고, 그 안에서 힘 주는 연습을 하는 과정이 3년 넘게 걸렸다"고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던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너목보1’ 직후엔 각종 행사 러브콜이 적지 않았지만 어느 시점 이후엔 경제 활동을 위해 보컬 레슨에 나섰다는 고승형. 그는 "레슨을 하며 버텼지만, 많이 힘들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레슨을 통해 저 역시 배운 게 많지만 ’이러려고 서울 온 게 아닌데’ 하는 회의감이 컸죠. 4년이란 시간 동안 즐거운 기억도 많지만 힘든 일도 많았어요. 삶을 배웠죠. 성숙하게 된 시간이었어요."
’생계형’ 음악인으로 생활하면서도 내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되겠단 꿈은 결코 한 순간도 놓을 수 없었다. 그렇게 고승형은 ’중랑천 박효신’을 넘어 고승형으로의 도약을 준비했다.
’할 게 없어’는 고승형에게, 처음으로 무(無)에서 유(有)로 거듭난 창작물이다. "기성곡을 부르는 것과 내 노래를 부르는 건 완전히 다른 작업이더군요. 처음 이 노래를 받았을 때 너무 마음에 들었는데, 제 노래롤 완성하려니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어요. 노래도 그렇지만, 감정을 잡고 끝까지 가는 게 쉽지 않았어요. 이게 이렇게 어려운 거였구나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도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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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승형. 제공|STX라이언하트 |
눈물신과 키스신을 특히 어려웠다고 꼽은 그에게 ’이별증후군’이 더 특별한 이유는 고향인 제주도의 풍경을 담은 점, 그리고 부모님과 작은아버지가 즉석 카메오로 깜짝 출연했다는 점이다. 그는 "고향에서 촬영한다 하니 부모님이 대견한 마음에 보러 오셨는데 현장에서 즉석에서 엑스트라로 출연하시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4년의 기다림 끝 데뷔의 단맛을 보게 된 아들인 만큼 부모님의 기쁨도 남달랐을 터. 부모님의 응원에 대해 묻자 고승형은 담담하게 입을 뗐다.
"심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동안 3년 넘게 명절에 안 갔어요. ’언제 데뷔하냐’는 이야기 듣는 게 스트레스일 것을 아시니까 부모님은 한 번을 안 물어보셨죠. 늘 전화로 ’괜찮다, 잘 했다’ ’밥 잘 챙겨먹고’ 하시면 전화 끊고 많이 울었는데, 데뷔 플랜이 시작되니 좋아하시기보다도, 오히려 더 다독여주셨어요. 특히 ’앞으로가 더 힘들테니 멘탈 관리 잘 하라’고, ’잘 되든 안 되든 정말 열심히, 고생했다’고 해주셨죠."
"스물아홉 나이에 쌓인 건 내공"이라며 눈을 반짝인 고승형. 그는 "’너목보’, ’중랑천 박효신’ 타이틀 없이 가수 고승형으로 대중에 다가가기 위해 고민이 많은 시점"이라면서도 "이제 가수 생활 하면서, 가수의 내공을 쌓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 번에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보다는 끈기 있게, 한 명 한 명의 마음을 사로잡다 보면 어느덧 자연스럽게 스며든 가수가 되어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오랜 시간 함께 해도 부담스럽지 않은, 듣기 좋은 노래를 하고 싶고, 팬들과 거리감 있는 가수가 되고 싶진 않아요. 때로는 오빠같고, 남자친구같은 가깝고 친근한 가수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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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승형. 제공|STX라이언하트 |
함께 호흡 맞추고 싶은 여가수로는 벤을 꼽았다. 그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가수이기도 하고, 벤씨가 ’너목보’에 패널로 나오셨는데, 당시 너무 리액션을 잘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있다"며 "언젠가 벤씨와 듀엣을 하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고 했다.
’중랑천 박효신’ 타이틀은 버렸지만, 언젠가 자신의 워너비 박효신을 만나고 싶다는 꿈은 여전하다.
"한 번은 뵐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 박효신 선배님을 뵌 적이 없어요. 아직까지 못 만난 건, 박효신 선배님이 ’중랑천 박효신 말고 고승형으로 와’라고 하신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언젠가 꼭 만나 저도 성덕(성공한 덕후)이 되고 싶습니다. 성덕의 길은 이제 시작이에요. 저도 열심히 해서, 앞에 선배님 이름 걸지 않고 내 이름으로 당당하게 찾아갈 수 있는 날을 꼭 만들어보겠습니다."
기존 ’중랑천 박효신’을 사랑해줬던 팬들에겐 기대를 당부를 부탁했다. "그 목소리를 좋아해주셨던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더 놓지 못했던 것도 있어요.
psyo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