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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어른’ 그리고 ‘좋은 어른’에 대한 최소한의 현실적인 답이다. ‘사람은 누구나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이로서 나이를 한 살씩 더 먹는 것뿐이다’는 탈무드의 명언을 신선하고도 기발하게, 무섭도록 날카롭고도 직접적으로 스크린에 옮겼다. 배우 김윤석, 감독 김윤석, 동시에 인간 김윤석의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하는, 영화 ‘미성년’이다.
두 가족에게 벌어진 폭풍 같은 사건 이후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화목했던 가족 사이를 균열시킨 비밀과 거짓말이 들통 나면서 서서히 ‘성년’과 ‘미성년’의 경계는 무너진다.
같은 학교 동급생인 주리(김혜준)와 윤아(박세진). 최근 각자의 아빠(김윤석), 그리고 엄마(김소진) 사이에 벌어진 일을 알게 되고는 옥상에서 만난다. 주리는 엄마(염정아)가 이 사실을 알고 상처받는 게 두려워 어떻게든 상황을 몰래 수습해보려 하지만 윤아는 어른들 일에는 관심이 없다며 엮이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주변에서 불편하게 맴도는 주리가 이내 거슬려 떨어진 그의 핸드폰을 뺏어 그 동안 감춰왔던 비밀을 모두 폭로해버린다. 그렇게 두 가족은 염려했던 불행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파장은 예상 보다 훨씬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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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명의 인물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5개의 고민과 마주하게 되는데, 자신만의 방식으로 대처해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웃을 수도, 웃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들이 계속된다. ‘어른스러움’을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어른의 모습과 ‘아이스러움’을 뛰어 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성년’과 ‘미성년’, 나아가 ‘성숙함’에 대한 의미를 곱씹게 만든다.
김윤석은 (이처럼) 배우로서 보여준 내공에 못지않은 섬세하고도 따뜻한 연출력으로 감독으로서의 진가를 제대로 증명해낸다. 무엇보다 “어떤 사람은 잘못을 저질렀는데도 술에 취해코를 골며 자고 있고, 잘못이 없는데도 누군가는 그로 인해 가슴에 피멍이 들어 있곤 한다.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지키려는 그런 모습 담고 싶었다”는 말처럼 영화 속 담긴 그의 진심을 느끼다 보면 그간 카메라에 감춰져있던 인간 김윤석의 내면 세계에 한 발작 더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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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다소 작위적이고 과장된 엔딩은 ‘유종의 미’를 방해하는 옥에 티다. 친절한 설명 없이도 충분히 가슴 깊이 박힐 수 있었던 메시지가 급격하게 빛을 잃는다. 미화도 과장도 없던 담백한 현실 톤이 갑작스러운 판타지로 바뀌면서 여운은 반감되고 적잖은 이질감을 선사한다. 신인답지 않은 흡입력을 보여준 두 여주인공의 마지막 케미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마지막 여백의 미를 좀 더 살
’미성년’은 배우 김윤석의 첫 감독 데뷔작이다. 염정아 김소진 이희준 이정은 등 충무로의 믿고 보는 배우들이 힘을 보태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4월 11일 개봉한다.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9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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