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s 무비 pick]박찬욱의 진가, ‘리틀 드러머 걸’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새로운 무대, 다른 언어 그리고 낯선 소재. 미지의 시장을 경험할 때면 어렵고도 두렵지만 엄청난 에너지를 느껴요. 그것은 긴장시키고 성장시키죠. ‘대중의 신뢰’를 생각하며 끝까지 감독판을 완성했어요. 만족하셨으면 좋겠어요. -박찬욱 인터뷰 중”
첩보물의 전형성을 깼다. 낯선 듯 친숙하고 대담하고도 매혹적이다. 미적인 디테일이 살아 있는 심리 스릴러이면서도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첩보물의 틀을 고수한다. 불친절한 시작, 예측불허의 전개, 여운이 남는 엔딩. 박찬욱표 스파이물 ‘리틀 드러머 걸’이 전격 공개됐다.
영화의 배경은 1979년 독일, 이스라엘의 대사관 관저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하자 정보국 고위 요원 ‘마틴 쿠르츠’(마이클 섀넌)는 조사에 착수한다. 지난 몇 주간 유럽 전역에서 행해진 국제적 테러 사건의 중심에 팔레스타인 혁명군이 있다고 결론을 내린 그는 테러리스트 조직의 깊은 곳으로 침투하기 위한 대담한 작전을 세운다.
그의 작전 한 가운데 놓인 여주인공은 바로 열정과 재능을 가진 무명 배우 ‘찰리’(플로렌스 퓨)다. 자신의 이름을 알릴 기회를 잡기 위해 연극 무대와 오디션장을 전전하는 그녀는 평범하고도 무료한 일상에 지쳐가던 중 익명의 후원자로부터 그리스로 초청을 받아 떠나게 되고, 그곳에서 정체불명의 남자에 매력을 느껴 둘 만의 여행을 떠난다.
남자의 정체는 마틴 쿠르츠의 부하직원이자 이스라엘 정보국 모사드의 비밀 요원 가디 베커(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마틴 구크츠는 찰리에게 스파이가 돼 테러리스트를 연기할 것을 제안하고, 위험천만한 작전에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낀 찰리는 이 제안을 수락한다. 그렇게 현실과 허구 진실과 거짓, 첩보와 사랑을 오가는 목숨을 건 찰리의 연기는 시작된다.

‘친절한 금자씨’ ‘아가씨’를 잇는 박찬욱 감독의 여성 캐릭터는 ‘찰리’로 이어진다. 한층 더 대담하고도 강인하고도 순수한, 모험심 가득한 그녀는 비주얼을 뛰어 넘는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준다.
첩보물이지만 주인공은 요원이 아닌 무명 여배우. 그 시작부터가 흥미롭다. 여기에 작전에 깊숙이 빠져들수록 현실과 연기, 적군과 아군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딜레마를 겪는 찰리와 그녀를 향한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며 미션을 이끄는 비밀 요원 가디 베커, 찰리를 설득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작전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위험한 도박도 서슴지 않는 마틴 쿠르츠까지. 단순한 선악 구조의 전형성에서 벗어나 각기 다른 이중성을 지닌 인물의 관계와 심리를 정교하게 담아내 색다른 세계를 구축해냈다.
현실과 허구, 진실과 거짓, 로맨스와 모험이 뒤섞인 섬세한 심리적 긴장감이 큰 무기로 작용하는 박찬욱 다운 첩보 스릴러. 팽팽한 긴장감과 중독성 짙은 캐릭터들, 독보적인 미장센이 완성도를 높이며 원작 소설과의 차별화된 지점을 찾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다양한 인물이 불친절하게 등장하고 작전이 펼쳐지는 과정,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은 다소 불친절하다. 호흡이 빠른데다 숨은 비밀이 많아 한 번 흐름을 놓치면 쉽게 파악하기 힘들 수도 있다. 나눠보기 보단 한 번에 완주할 것을 추천한다.
‘리틀 드러머 걸’ 총 6편으로 구성됐으며 지난 29일 왓차 플레이어를 통해 공개됐다. 방송으로는 채널A를 통해 매주 금요일마다 6주간 전파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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