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강변호텔’ 포스터 사진=(주)영화제작전원사 |
‘강변호텔’은 홍상수 감독의 23번째 장편 영화이자 배우 김민희와 여섯 번째 호흡한 작품이다. 강변의 호텔에 공짜로 묵고 있는 시인 영환(기주봉 분)은 아무 이유 없이 죽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두 아들을 부른다. 그냥 왠지 봐야 할 것 같아서 부른 거다. 함께 살던 남자에게 배신당한 한 젊은 여자 상희(김민희 분)도 이 호텔에 머문다. 여자는 왼손에 화상을 입었다. 자신을 위로하러 와준 선배 연주(송선미 분)가 상처를 봐준다고 해도 한사코 거절한다.
영화는 방금 막 잠에서 깬 영환의 얼굴로부터 시작된다. 이내 시작되는 그의 설명적 내레이션은 아들과 통화하는 시점까지 한동안 이어진다. 내레이션과 장면은 불일치한다. 내레이션만 나올 뿐 정작 스크린을 채우는 건 인물의 뒤통수나 뒷모습, 그것도 아니면 뭔가를 걸고 찍은 것들이다. 영화가 관객에게 거리를 두고자 할 때 자주 쓰는 방식이다. 전작들에서 그러했듯이 이 같은 연출은 ‘강변호텔’ 곳곳에 대놓고 포진해있다. 홍상수 감독의 세계가 소통보다 전달을 중시하는 건 변함이 없다.
홍상수 감독은 죽음과 삶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를 능청스럽게 영화에 투영했다. 영환과 두 아들의 대화를 통해 이는 점차 노골적으로 확장되어 간다. 삶의 유한함은 결국 무한한 의지와 힘을 준다는 아이러니다.
↑ 영화 ‘강변호텔’ 스틸컷 사진=(주)영화제작전원사 |
인물들은 크게 달라진 바 없다. 모두가 이중적이고 이기적이다. 한 공간에 머물면서도 서로를 보지 못하고 하염없이 각자의 시간만 보낸다. 이들은 상황이 변하면 입장까지 바꿔버리고 가드를 올린다. 대놓고 이중적인 사람들 속에서 조금 덜 이중적인 건 상희다. 그는 적어도 상황이 달라졌다고 해서 입장을 바꾸지는 않는다.
다만, “나는 잃은 거 없어요. 그냥 너무 힘들 뿐이지”라고 연주에게 말하는 상희에게서, “미안함 때문에 살 수는 없다. 너도 금방 죽어. 그걸 잊지 마”라고 아들에게 말하는 영환의 모습이 자꾸만 겹쳐 보인다. 마치 한 사람 같은 두 인물이 러닝타임 95분 동안 연신 뱉어대는 자조적인 대사들은 무던히도 자기고백적이다. “물이 필요할 것 같은데. 물을 줘야 할
모든 창작자는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작품에 담는다. 홍상수 감독의 경우 지독한 자기연민과 항변이다. 스스로를 가엾게 여긴 홍상수 감독이 지은 ‘강변호텔’, 여기엔 김민희가 오래오래 묵고 있다. 27일 개봉.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