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윤종신. 사진|유용석 기자 |
"89(년)는 저에게 어안이 벙벙한 해였어요. 원하는 전공을 하지도 못했고 군대 갈까 재수할까 방황하던 시기인데, 방황하던 게 수업 안 들어가고 기타 치고 했던 때였죠. 그냥 기타 치며 놀다가 우연히 교내 가요제에 나가 금상을 받았는데, 거기서 누가 봤는지 이후 015B가 연결되고, 신해철이 연결되고, 조용필 선배님과 연결되고. 인생의 방향성 못 찾던 나에게 놀라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한 해가 89년이었죠. 제가 89라는 숫자를 좋아하는 이유입니다."(윤종신)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싱어송라이터 윤종신이 특별한 '89'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의류 브랜드 빈폴과 함께다. 공교롭게도 윤종신의 가수 데뷔연도와 같은, 1989년 시작된 이 브랜드도 올해 만 서른 살이 됐다.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시작된 뮤직 프로젝트 타이틀은 이른바 '이제 서른'이다.
월간 윤종신×빈폴 뮤직 프로젝트는 의류 브랜드 빈폴이 올해 30주년을 맞아 앞으로의 미래를 그리고 세대를 초월하여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음악’으로 대중과 함께 즐기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프로젝트다.
26일 오전 서울 한남동 스트라디움에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윤종신은 이같이 말하며 "89가, 판다는 뜻도 있지 않나. 뭔가를 잘 팔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아재 개그를 해 좌중을 웃게 했다. 그는 "'팔구'라는 말이 되게 좋았다. 89년 하면 노태우 대통령 시절이더라. 어느새 꽤 요원한 시기가 됐다는 데서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윤종신은 "빈폴이라는 멋진 브랜드가 만들어진 게 올해로 30주년이라 하더라. 89년 나에게 벌어졌던 일들이 믿기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처음 설립 당시 회사명이 미스틱89였는데, 이번에는 89년생 가수들과 콜라보를 해보자는 기획의도로 시작됐다"고 말했다.
↑ 가수 윤종신. 사진|유용석 기자 |
프로젝트는 4월 장범준, 5월 태연, 6월 어반자카파가 '월간 윤종신'에 참여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태연은 "너무 좋은 기회라 당연히 참여하게 됐다. 언제 또 선배님의 곡을 리메이크 할 수 있겠는가. 89년이라는 의미도 있고 해서 무조건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에 하게 됐다"고 말했다.
어반자카파 권순일은 "우리가 20년을 더 하면 윤종신 선배님만큼이 되는데, 우리가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이 들더라. 존경스럽고. 이렇게 좋은 프로젝트에 함께 하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제 서른' 프로젝트의 시작이 되는 월간윤종신 3월호 ‘멋(부제 : 서른에게)’은, 1989와 2019를 잇는 뮤직프로젝트의 시작이 되는 노래로 그 의미를 잘 전달하기 위해 레트로한 장르인 시티팝으로 결정됐다.
윤종신은 "김광석 선배가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를 했었고, 광석이형과 활동도 6~7년 해서 친했었는데, 나는 형이 생각한 서른 즈음과 관점을 좀 다르게 해석해봤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 '서른 즈음에'는 좀 더 깊은 생각과 고민을 얘기했다면, 나는 훨씬 기회가 많고 막 뿜어져 나와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서, 이번 월간윤종신 '멋'에서 그런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 '월간 윤종신 X 빈폴' 뮤직 프로젝트 제작발표회 현장. 사진|유용석 기자 |
가수로서의 서른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밝혔다. 윤종신은 "나는 데뷔 연차를 안 세는 편이긴 했는데 이번 기회에 세어보게 됐다"며 "사실 눈코뜰 새 없이 지내온 것 같고. 나에게는 20주년 때 위기였던 것 같은데 그 때 시도한 게 '월간 윤종신'이었다"고 말했다.
윤종신은 "더는 히트곡도 안 나올 것 같고, 이렇게 하다간 몇 년 못 하겠다 싶어 시도했던 게 '월간 윤종신'이었다. 그걸 하다 보니 20년차에서 30년까지가 훅 지나왔다. 지루함 없이 지내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나에게 30주년은 큰 의미보다는, 또 40주년을 맞기 전에 하나의 계단이럴까. 그 정도로 느껴지는 것 같다. 너무 큰 의미를 두진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또 윤종신은 "마흔 될 때만 해도 젊은이 축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십은 이제 확연한 아저씨라 생각한다"면서 "억지로 젊어지려 하지 않을 거고, 떠오르는 걸 자신있게 던지는 50이 되고 싶다. 후배들과도 감사해 하며 작업할 것"이라 말했다.
SNS를 통해 꾸준히 제기해 온, 음원 사이트 실시간 차트 성적에 목을 맬 수 밖에 없는 가요계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그는 "업계 환경을 보면 조금 다양하게 좋은 음악들이 골고루 사랑받고 있음에도 불구, 그게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며 "실제로 유저들은 다양한 음악을 듣고 있는데, 우리 눈에 보이게 하는 (차트 내에 든) 걸로 편중된 느낌"이라 했다.
앨범 혹은 음원 발매 직후 차트 인 하지 못하면 '망했다'고 평가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서도 "말
이번 프로젝트는 오는 7월 ‘이제 서른 콘서트’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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