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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이수진 감독이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CGV아트하우스 |
‘우상’은 아들의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 아들이 죽고 진실을 쫓는 아버지,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까지 그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 한 참혹한 진실을 이야기한다. 지난 2014년 개봉한 영화 ‘한공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이수진 감독의 신작으로 제69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됐다.
영화 개봉 전 열렸던 언론시사회에서 이수진 감독은 한국사회의 수많은 사건사고가 ‘우상’의 시발점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감독이기 전 한 인간이자 사회 구성원으로서 느낀 고민과 감정들이 영화에 고스란히 그리고 강렬하게 담겼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을 말하기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탈고한 건 16년도쯤이다. 2000년대에 있었던 많은 일들이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 영화에 나오는 수많은 인간들을 보며 ‘나는 괜찮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해봤다. 관객이 아니라 제 자신에 대한 것이다. 제가 가진 의문과 이야기들을 관객들과 함께 이야기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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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이수진 감독이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CGV아트하우스 |
‘우상’에서 아들의 교통사고 때문에 정치 인생이 위협받자 아들을 자수시키고 욕망을 표출하는 도의원 구명회 역은 배우 한석규가, 목숨보다 아끼는 아들을 잃은 아버지 유중식 역은 배우 설경구가, 가진 것도 잃을 것도 없는 미스터리한 여인 련화 역은 배우 천우희가 맡았다. 세 배우 모두 제 옷을 입은 듯 완벽한 연기를 펼치고 모든 장면에서 강렬하다. 마치 영화를 찍기 전부터 이 배우들을 점찍어두고 시나리오를 썼다는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의외로 이수진 감독은 시나리오 완성 후 배우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거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어떤 배우를 연상해놓고 시나리오를 쓰면 기존 이미지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혼란만 가중시킨다. 다른 배우에 대한 예의도 아닌 것 같다. ‘우상’ 시나리오의 경우 완성된 후 한석규 선배님에게 가장 먼저 드렸다. 처음에는 중식 역을 부탁했는데 명회 역에서 자신을 제외하지 말고 생각해보라고 하시더라. 몇 번 더 만나서 명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저도 그게 더 좋을 것 같았다. 명회라는 캐릭터가 좋았던 가장 큰 이유는 무작정 악한 인물이 아니라 선한 이미지에서 악한 걸로 변한다는 점이다. 그걸 보여줄 수 있는 배우를 떠올렸을 때 한석규 선배님의 선한 이미지가 크게 작용할 거라고 생각했다. 중식은 직진만 하는 소시민이다. 주어진 환경 내에서 정말 열심히 사는, 변화보다 유지를 중시하는 인물이다. 사실 중식이라는 캐릭터를 만들기 전 제 아버지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본인의 일에 충실하게 살아온 아버지가 억울한 일을 당하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며 캐릭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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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이수진 감독이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CGV아트하우스 |
천우희와는 두 번째 호흡이다. ‘한공주’를 통해 힘겹게 삶을 버텨내는 인물을 보여준 천우희는 ‘우상’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다. 섬뜩한 살기를 띄면서도 한편으로는 천진한 련화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연기했다.
“천우희가 련화를 연기하기 위해 눈썹을 밀었어야 했다. 저도 함께 밀었다. 전작에서 함께 작업을 해봤으니 성향, 연기 톤을 어느 정도 알고 있지 않나. 기성배우가 련화 역을 맡는다면 무조건 천우희였다. 이 역할은 천우희가 아니고서야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봤는데, 역시나 훌륭하게 소화하더라. 천우희 첫 촬영이 CCTV 씬인데 정말 추웠고, 다리가 풀릴 정도로 많이 달렸다. 천우희는 모니터를 보다가 ‘한 번 더 가셔야죠’라면서 알아서 준비하러 간다. 그 컷에서 필요한 게 뭔지 아는 배우다. 자기가 한 연기를 복기하다가 제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기도 한다. ‘우상’에는 멋부림이나 기교는 없다. 가장 정확하고 좋은 컷을 만들려고 노력했을 뿐이고 배우와 스태프 모두 공감을 한 것 같다.”
이수진 감독과 설경구는 불화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한 장면을 찍어도 수십 번의 테이크를 가는 이수진 감독의 집요함을 설경구가 장난스럽게 표현한 데서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몇 번의 컷을 외쳤는지는 이수진 감독에게 중요하지 않다. 오직 모든 합이 맞는 훌륭한 컷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임하기 때문이다.
“‘우상’을 찍으며 가장 좋았던 건 세 배우였다. 약간의 불화라도 있었다면 영화 완성도 어려웠을 거다. 몸이 힘들면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데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