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악질경찰’ 포스터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영화 ‘악질경찰’(감독 이정범)은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감고 범죄는 사주하는 악질경찰이 폭발사건 용의자로 몰리고 거대 기업의 음모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범죄 드라마다. 악질 중 악질 조필호(이선균 분)와 거대 악의 오른팔 권태주(박해준 분)는 살벌하게 대립한다. 여기에 폭발사건의 증거를 손에 쥔 고교생 미나(전소니 분)가 얽히며 이야기는 점점 어둠의 구렁텅이로 빠지고 만다.
이정범 감독은 이번에도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열혈남아’(2006), ‘아저씨’(2010), ‘우는 남자’(2014) 등 전작들을 통해 느와르, 액션, 범죄물에 두각을 나타내온 그가 다시 한번 범죄 장르라는 패를 내놨다. 일련의 영화적 소재나 장르가 반복되어 쌓이면 그건 감독만의 특색이 된다. 이정범 감독에겐 ‘악질경찰’ 같은 장르가 자신의 명패인 셈이다.
‘악질경찰’은 장르적으로 통쾌하다. ‘아저씨’를 기대하면 다소 실망할 수 있으나 범죄영화를 즐기고 싶다면 충분히 선택해볼만 하다. 돈을 탐하는 악한 자가 더 큰 거대 악에 휘말리고, 상처를 안은 인물이 등장함에 따라 새 국면을 맞는다. 약자를 보호해야 할 경찰이 오히려 어둠과 결탁하는 극 중 세태가 비통하지만 이후 캐릭터의 변화는 묘한 통쾌함을 안긴다. 물론 아무리 고발당해도 변하지 않는 온갖 사회악과 병폐는 사실과 별반 다르지 않아 씁쓸하다.
↑ 영화 ‘악질경찰’ 스틸컷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이 영화의 장점은 조필호의 악행을 구태여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의 전사를 구구절절 늘어놓거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려는 얄팍한 수를 쓰지 않는다. 이는 악역들의 경우도 비슷하다. 명확한 전사가 부여되는 인물은 미나 뿐이다. 미나는 인물들 중 유일하게 뚜렷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중요한 캐릭터라는 뜻이다. 그에게는 결코 지우지 못할 아픔이 있다. 세월호 참사로 친구를 잃은 그는 남겨진 자의 처절한 현실을 고스란히 감내한다. 떠난 친구의 옷을 입은 채 기억을 붙들고, 어른들을 믿지 않는다. “너희 같은 것들도 어른이라고”라는 미나의 대사는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영화는 미나를 소모한다. 영화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얼추 파악이 되지만, 그 메시지를 위해 세월호 참사가 동원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세월호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소재를 차용했어도 이야기 전개에는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세월호를 사려 깊게 다뤘다고 보기에는 빈틈과 의아한 지점이 많다. 이렇다보니 미나의 마지막
세월호 이야기를 똑바로 하고 싶었다는 이정범 감독의 의도가 관객들에게 제대로 닿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개봉.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