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녀들’ 문근영 최희서 눈물 사진=MBC ‘선을 넘는 녀석들’ 방송화면 캡처 |
지난 9일 방송된 MBC ‘선을 넘는 녀석들–한반도 편’(연출 정윤정) 4회는 정방폭포에 숨겨진 슬픔의 역사인 제주 4.3사건 이야기와 배우 최희서와 함께 바다 건너 일본에서 대한민국의 선을 지키고자 했던 독립투사들의 뜨거운 열정과 희생의 현장을 찾는 모습이 공개됐다.
지난주 정방폭포를 찾은 전현무, 설민석, 문근영, 다니엘 린데만의 그곳에 숨겨진 아픔의 역사 제주 4.3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니엘 린데만은 70년 전 정방폭포에 있었던 수용소 사진을 공개하며 “굉장히 슬픈 이야기가 있다. 정방폭포는 4.3 학살터”라고 소개했다. 제주 4.3사건은 1945년 광복 직후 극한의 이념대립 속에 민간인이 무차별적 학살을 당한 비극적인 사건이다. 아직까지도 정확한 진상규명과 후속조치, 진정한 치유가 이뤄지지 않은 한국사의 비극이다.
설민석은 제주 4.3사건 당시 피해자의 생생한 증언을 전해 눈길을 모았다. 이에 문근영은 “형제라고 생각했던, 내 언어를 쓰던 사람들에게 이유 없이 죽임을 당하는 건 공포였을 것”이라면서 “슬프고 화가 난다”면서 눈물을 흘려 안방극장을 찡하게 했다.
↑ ‘선녀들’ 문근영 최희서 눈물 사진=MBC ‘선을 넘는 녀석들’ 방송화면 캡처 |
설민석은 “4.3은 아직도 이름을 못 찾고 있다”면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름을 지어줘야 한다. 이름을 지으려면 알아야 한다”고 우리가 4.3 사건을 정확히 알아야 하는 이유를 전하며 이제껏 제대로 몰랐던 제주의 역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시간을 선사했다.
강화도, 제주도에 이어 선녀들의 세 번째 탐사지는 일본이었다. 이들은 바다를 건너 일본의 심장부인 도쿄에서 대한민국의 선을 지키려 했던 독립투사들의 발자취를 찾는 여정을 시작했다. 우선 설민석은 열강의 패권 다툼에 휘말린 대한제국의 마지막을 설명하며 일본 탐사 여정을 시작했다. 그는 고종, 명성황후, 영친왕, 덕혜옹주 등 나라를 잃고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대한제국 황실 사람들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이들은 영친왕의 저택이었던 곳에 세워진 아카사카 프린스 호텔을 찾았다. 영친왕의 흔적이 아닌 서양식 주택이란 건축양식만 강조돼 있는 안내판을 본 후 안타까워했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우리 깊숙이 침투한 일제 잔재 표현에 대한 ‘뼈 때리는 환기’가 이뤄졌다.
특히 전현무는 우리 말을 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알리는 프로그램 ‘우리말 나들이’를 따라한 ‘전 아나운서의 우리말 나들이’를 펼치며 활약을 펼쳤는데, 일본 여정의 시작부터 똑같은 ‘복붙패션’으로 선녀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문근영과 특급 케미를 선보이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번 여정은 두 팀으로 나뉘어 탐사를 진행했는데, 설민석, 문근영, 유병재는 항일운동의 역사와 숨은 영웅들의 숭고한 희생의 현장을 찾는 ‘의거로드’를 시작했다. 3.1운동의 직접적인 기폭제가 된 일본의 조선 유학생들의 2.8 독립선언이 이뤄진 ‘히비야 공원’을 찾았다. 설민석은 “2.8 독립선언, 3.1 운동, 5.18 광주 민주화 운동, 6월 민주항쟁 등 역사의 변곡점엔 항생 학생들이 있었다”면서 청춘의 뜨거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오늘의 대한민국의 숭고한 역사를 알렸다.
이어 일왕이 거주하는 고쿄에서 김구와 김원봉, 의열단 김지섭 의사, 한인 애국단 이봉창의 가슴 뭉클한 독립운동 이야기도 귓가를 깊숙하게 울렸다. 역사 강사 최태성의 강의를 소개했다. 현재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독립운동가들의 존경 어린 희생을 기억해야 한다는 설민석과 최태성의 외침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고, 유병재는 “이제 일본에 온 이유를 제대로 알겠네요”라며 가슴 벅찬 소감을 전했다.
전현무와 다니엘 린데만은 스페셜 선녀 배우 최희서와 함께 했다. 독립운동가 박열과 일본인 가네코 후미코의 삶을 다룬 영화 ‘박열’의 일본 개봉 소식을 알리며 ‘박열로드’를 통한 ‘일본 다크 투어리즘’을 시작했다. 최희서와 전현무, 다니엘 린데만은 아이들이 뛰어 노는 놀이터로 바뀐 박열, 가네코 후미코를 비롯해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수감됐던 이차가야 형무소 옛터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최희서는 아쉬운 마음에 이곳저곳을 찾으며 “뭔가 남아 있지 않을까? 진짜 아무것도 없을까?”라면서 절박한 모습을 보였다. 공터 한쪽엔 ‘형사자 위령비’라고 죽음을 당한 사람들의 넋을 달래주기 위해 일본변호사연합회에서 세운 비석을 찾았지만, 초라하게 방치된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어 이들은 관동대지진 때 벌어진 조선인 대학살 터를 찾았다. 관동대학살은 영화 ‘박열’ 속 배경이 된 사건으로, 전현무는 “형무소도 그렇고 여기도 표식이 없다. 놀랍다”고 안내판 없이 방치된 역사의 현장을 안타까워했다.
일본정부가 방조한 마녀사냥의 참혹한 현장에 이어 희생된 조선인들을 기리는 추도비가 있는 한적한 주택가에 당도했다. 추도비를 반대하는 세력의 훼손을 막기 위해 사유지를 사서 추도비를 건립한 이들은 봉선화라는 일본 시민단체였다. 최희서는 일본어로 된 추도글을 읽던 중 울먹거리다 왈콱 눈물을 쏟았다.
추도비를 건립하고 역사적 사실을 알리고 있는 일본인 시민운동가이자 연구자인 니시자키 마사오 씨와의 만남도 이뤄졌다. 일제강점기 만행을 반성하기는커녕 역사왜곡까지 일삼는 일본 정부의 뻔뻔한 태도와 달리 부끄러운 역사를 알리고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일본 시민운동가의 모습은 놀람과 감동을 동시에 안겨줬다.
‘선을 넘는 녀석들-한반도 편’은 우리의 역사, 그리고 현재를 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