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켜라 운명아’ ‘왜그래 풍상씨’ ‘하나뿐인 내편’ 포스터 사진=KBS1, KBS2 |
KBS1 일일드라마 ‘비켜라 운명아’(극본 박계형, 연출 곽기원)를 시작으로 KBS2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극본 문영남, 연출 진형욱)를 거쳐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편’(극본 김사경, 연출 홍석구)에 이르기까지, KBS 드라마는 일주일 내내 간 타령이다.
우선 ‘비켜라 운명아’ 이복형제 양남진(박윤재 분)과 최시우(강태성 분)는 회사 경영권을 두고 연신 대립각을 세워왔다. 그런데 하필 최시우가 앓고 있는 병이 급성간경변이었고, 누군가 간을 이식해줘야만 살 수 있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마침내 최시우에게 간 이식을 해줄 의인이 확정됐다. 양남진이 그 주인공. 아무리 원수라고 해도 신체 일부를 나누게 된 각별한 사이에 질투와 원망이 남아있을 리 만무할 테다. 병상에 누운 최시우와 간 이식을 결정한 양남진은 서로를 애틋한 눈으로 바라보며 훈훈한 대화를 이어갔다. 마치 서로에 대한 악감정이 눈 녹듯이 사라진 것처럼.
↑ ‘왜그래 풍상씨’ 사진=KBS2 ‘왜그래 풍상씨’ 캡처 |
‘왜그래 풍상씨’ 경우는 더 심각하다. 극 중 이풍상(유준상 분)은 간 때문에 몇 주째 고통 받고 있다. 등골 브레이커 동생들의 만행으로도 충분히 벅찬데 간암 투병까지 이어가는 중이다.
이풍상은 한 평생 네 동생을 위해 고생했지만, 동생들은 오히려 밉상짓만 골라하며 “간 못 줘!”라고 소리쳤다. 각 인물이 지닌 아픔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막무가내에 적반하장인 이들의 행동은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풍상 모친 노양심(이보희 분)은 간 이식을 해주겠노라 약속까지 해놓고 수술 직전 도망쳤다. 간 이식의 대가로 간분실(신동미 분)에게 받은 2000만 원을 챙긴 채 말이다. 이미 닳아서 떨어질 대로 다 떨어진 이풍상의 마음은 다시 한 번 끝도 없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결국 간분실이 이풍상에게 간 이식을 하게 됐다. 간분실은 “장기기증은 내 목숨 같은 사람에게만 하는 것”이라며 “그 사람이 없으면 내가 살 수 없으니 내 목숨 반 떼어 주는 거다. 평생 함께 하기로 한 부부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동생들 때문에 갖은 고초를 다 겪은 두 사람의 절절한 순간이었다.
↑ ‘하나뿐인 내편’ 사진=KBS2 ‘하나뿐인 내편’ 캡처 |
‘하나뿐인 내편’의 간 이식 소재는 종영을 앞두고 난데없이 등장해 시청자들을 당황케 했다. 장고래(박성훈 분)가 간경화 말기로 시한부 판정을 받자 강수일(최수종 분)은 간 이식을 해줬다. 다행히 장고래의 수술은 성공적이었으나 이번에는 강수일이 중환자실로 옮겨지며 또 다른 위기를 예고했다.
현재 강수일은 장고래의 아버지이자 나홍실(이혜숙 분)의 남편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있다. 장고래를 위해 희생한 강수일이 중태에 빠지자 많은 시청자들은 그가 누명을 벗고, 간 이식을 계기로 장고래 가족과 행복한 결말로 나아간다는 추측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KBS 드라마의 단골, 간 이식은 결말 도출 상황에 안성맞춤인 소재다. 인물 간 합의점을 도출하기 어려운 갈등 상황에서 간 이식이나 암 투병 등은 화해 급물살을 타기 좋은 도구로 작용한다. 앞서 언급한 세 드라마 모두 빠르면 이번 달, 늦으면 내달 종영을 앞두고 있다. 피를 나눈 형제지만 남보다 못한 ‘왜그래 풍상씨’의 오남매, 격렬한 대립각을 세우다가 극적으로 화해한 ‘비켜라 운명아’ 속 이복형제, 오해와 누명으로 얼룩진 ‘하나뿐인 내편’의 원수지간까지, 모두 간 이식 소재의 도움을 받아 해피엔딩을 그릴 것이라는 추측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해피엔딩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든다. 하지만 일차원적, 단편적으로 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