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그때 그들’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 사진=ⓒAFPBBNews=News1 |
[MBN스타 김노을 기자] 이탈리아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는 철학적인 스토리에 감각적인 미장센으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아름다움, 젊음, 욕망으로 관통되는 그의 필모그래피는 전 세계를 홀리기에 충분했다.
파올로 소렌티노의 영화에는 늘 철학적 질문이 내포되어 있다. 인간의 삶과 관련된 심오한 퀘스천 마크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이야기를 꼬집고, 비틀며 파동을 만들어내는 건 그만의 연출 특징이다.
◇ 철학적 사유를 담아낸 인생 시리즈
파올로 소렌티노는 이탈리아 정치계를 우회적으로 풍자한 영화 ‘일 디보’(2008)로 제61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으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문제적 감독으로 떠올랐다. 이후 그는 철학적 사유와 질문을 담은 ‘인생 3부작’을 기획했다. 첫 시작은 아름다움과 삶의 위대한 고찰을 그린 ‘그레이트 뷰티’(2013)로, 이 영화를 통해 세계 유수 영화제의 상을 휩쓸며 거장 반열에 올랐다.
↑ 영화 ‘그레이트 뷰티’ 스틸컷 사진=㈜영화사 진진 |
↑ 영화 ‘유스’ 스틸컷 사진=그린나래미디어 |
‘그레이트 뷰티’의 주인공 젭(토니 세르빌로 분)은 40여 년 전 소설 한 권을 끝으로 더 이상 책을 쓰지 못한 채 로마 1%의 삶을 누리고 있다. 어떤 화려한 파티와 예술도 그의 마음을 울리지 못하는 가운데, 어느 날 첫사랑의 부고 소식을 접하고 가장 아름다웠던 기억을 반추한다.
‘그레이트 뷰티’는 파올로 소렌티노 필모그래피 중 최고의 작품이라고 평가받는다. 감독은 관객에게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과연 무엇인지, 인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은 언제였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존재할 ‘빛나는 순간’을 주인공에게 투영해 인생을 고찰하게 만든다.
인생 3부작의 두 번째 영화는 ‘유스’(2016)다. ‘그레이트 뷰티’가 아름다움을 담았다면, ‘유스’는 젊음에 대해 질문한다.
젊지 않다는 이유 단 하나만으로 나이 든 이들이 과거에 머물 것이라는 흔한 오해에 대한 고찰, 나이 듦에 대한 통찰을 파올로 소렌티노 식으로 풀어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자연스럽게 과거보다 미래에 집중한다. 극 중 인물들이 각자 마음에 품은 열정만큼은 무수히 많은 시간이 흘러도 절대 늙지 않음을 유려한 시퀀스로 표현해 미장센의 성취까지 이뤄냈다. 아울러 과연 우리가 아는 젊음이 진정한 젊음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생각할 여지를 남겼다.
↑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 배우 토니 세르빌로 사진=ⓒAFPBBNews=News1 |
◇ 감독의 페르소나, 이탈리아 대표 배우 토니 세르빌로
거장에게는 페르소나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파올로 소렌티노의 페르소나는 배우 토니 세르빌로로, 동향인 두 사람은 현재까지 다섯 번 호흡을 맞췄다.
토니는 ‘일 디보’에서 이탈리아 언론인이자 정치가 줄리오 안드레오티의 삶을 연기하며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파올로 소렌티노는 안드레오티의 일대기 나열보다 모호한 행동들을 더욱 자세하게 보여주며 복잡한 내면을 포착하고자 했다. 토니는 감독의 연출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인물의 내밀한 부분까지 세세하게 연기해 호평 받았다.
이후 그는 ‘그레이트 뷰티’를 거쳐 개봉을 앞둔 신작 ‘그때 그들’에 이르기까지, 파올로 소렌티노의 페르소나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 영화 ‘그때 그들’ 포스터 사진=㈜영화사 진진 |
◇ 인생 3부작의 대미, 블랙 코미디 ‘그때 그들’
오는 3월 7일 개봉하는 파올로 소렌티노의 신작 ‘그때 그들’은 섹스, 마약,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3선 총리이자 이탈리아를 현혹시킨 최악의 이슈메이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이야기를 다룬 블랙 코미디다.
파올로 소렌티노는 마피아와 결탁은 물론 뇌물, 탈세 혐의, 여성편력 등 이탈리아 부정부패의 아이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야기를 감각적인 영상미와 세련된 연출로 완성했다. 실비오 역은 감독의 페르소나 토니 세르빌로가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다.
‘그때 그들’은 인생 3부작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아름다움’과 ‘젊음’에 이어 ‘욕망’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성공을 향한 욕망
지난 2013년부터 이어져온 ‘인생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영화 ‘그때 그들’. 파올로 소렌티노의 철학적 질문이 이번에도 깊은 여운을 남길지 주목된다.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