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정민 “고립된 나를 꺼내준 ‘사바하’, 배우 인생의 전환점”

↑ 박정민은 `사바하2`가 제작된다면 기꺼이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공|CJ인터테인먼트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상업 영화라는 틀 안에서 제가 맡은 롤을 완성해가는 게 익숙지 않았어요. ‘나만 잘 하면 돼’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갉아먹었죠. ‘사바하’는 그런 저를 바뀌게 한, 전환점이 된 영화예요. 함께 만들어가는 것의 기쁨을, 소통의 방법을, 주고받는 에너지의 힘을 깨닫게 해준 작품이에요.”
‘연기 천재’ 박정민(32)이 돌아왔다. 기존의 어떤 모습보다 낯선, 어두컴컴하고 미스터리한, 무섭고도 왠지 안쓰러운 기분을 느끼게 하는 기묘한 인물 ‘나한’으로. 오컬트적 매력을 입힌 종교 스릴러 영화 ‘사바하’를 통해서다.
그동안 ‘피아노 연주’(’그것만이 내세상’)에 ‘랩’(’변산)까지 배우며 영화마다 치열하게 캐릭터를 완성했던 박정민은 “이번엔 아무것도 준비한 게 없이 오로지 연기만 했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면서 “‘이번에 이걸 했으니 다음엔 저걸 해봐야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차기작을 생각하진 않는다. 그 정도로 내가 성장했다는 생각도 안 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그동안 해왔던 작품과 결이 전혀 달랐고 호불호가 갈릴 어떤 요소를 제외하고도 이야기가 일단 재미있더라”라고 말했다.
영화는 ’검은사제들’을 연출한 장재현 감독의 신작으로, 신흥 종교 집단 ’사슴동산’을 쫓던 ’박목사’(이정재 분)가 의문의 인물과 사건들을 마주하면서 시작된다. 박정민은 극 중 미스터리한 사건의 중심에서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 동시에 궁극적인 메시지에 도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어렸을 때부터 추리, 미스터리물에 열광했던 터라 이 영화에 출연한다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미술적인 접근이나 콘티적인 부분이 기존에 했던 작품과는 많이 다르고 감독님의 흥미로운 세계관을 공유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작품을 하는 내내 신나서 촬영했고, 개인적으로는 굉장한 ‘사바하’의 팬이에요.”
인물의 기본적인 정서는 바로 ’추위’였다고. “영화의 마지막까지 나한은 춥다”고 운을 뗀 그는 “곁에 아무도 없는 나한에게 어떤 사람이 나타나서 ‘빛이 될 것’이라고 말해주면서 악귀를 잡으라고 한다. 사이코패스가 아닌데 아이들을 죽이면서 얼마나 고통스러웠겠나. 그런 나한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그리움이다. 가장 쓸쓸하게 느꼈던 부분이다. 괴로울 때마다 엄마를 찾는 기본적으로 아주 나약한 아이로 설정해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 영화 `사바하`로 파격 변신한 박정민은 이 작품에 뜨거운 애정을 보였다. 제공|CJ인터테인먼트

인터뷰 내내 그동안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작품의 결이 밝든, 어둡든 늘 굉장히 고뇌에 차 있는 박정민이 아니었던가. 오히려 캐릭터 특성상 감정적으로 더 힘들었을 거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무엇에 이렇게 바뀐거냐”라고 물으니, “소통하는 걸 처음 배웠다”는 답이 돌아왔다.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연기해야 했기 때문에 이건 도저히 혼자서 끙끙 안다고 해결할 길이 없었어요. 캐릭터의 전사부터 행동, 마지막까지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고, 그 안에서 예상보다 빨리 답을 찾았어요. 그 동안 제 안에 갇혀 자학하며 적응해왔다면 이제 숨통이 트인 거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물어보고 얘기하고…이런 과정이 너무 큰 도움이 됐어요. 이 영화를 만들어가는 수 많은 사람 중 한명이라는 소속감이 있었고, 하나하나 차곡차곡 다 함께 손잡고 만들어 가는 느낌이 좋았어요. 앞으로의 제 배우 생활에 너무나 크고 감사한 전환점을 선물해 준거죠.”
인터뷰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는 박정민. 그는 “내가 돋보이려는 욕심이 전혀 없었던, 나 보단 작품이 먼저였던 영화”라며 연신 애정을 드러냈다.
“어떤 의미로든 ‘사바하’는 저게 새로운 영화예요. 욕심 부리지 않는 영화라서 좋았고 특정 캐릭터가 두드러져 균형을 무너트리지 않아서 좋았고, 말하고 싶은 세계를 담담하게 그려내서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앞으로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어떤 큰 방향성을 열어준 고마운 작품이에요.”
지난 20일 개봉, 26일까지 ’사바하’를 140여 만 관객(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중 상당수는 ’사바하’ 속편을 기대한다. 박정민은 ‘사바하’ 속편에 대한 질문에 “정말 열열이 제작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만약 출연할 기회가 생긴다면 기꺼이 함께할 것”이라며 시원하게 답했다. “나한이의 프리퀄을 꼭 만들어 달라고 감독님께 어필 중”이라며.
영화 ’사바하’는 ’검은사제들’을 연출한 장재현 감독의 신작으로, 신흥 종교 집단 ’사슴동산’을 쫓던 ’박목사’(이정재 분)가 의문의 인물과 사건들을 마주하게 되면서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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