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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 포스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1919년 3.1 만세운동 후 서대문 감옥 8호실에서 영혼만은 누구보다 자유로웠던 유관순과 8호실 여성들을 그린 작품이다. ‘정글 주스’(2002), ‘강적’(2006), ‘10억’(2009) 등을 통해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어온 조민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유관순은 배우 고아성이, 유관순의 8호실 동료들은 김새벽, 김예은, 정하담 등이 맡아 연기했다.
감독은 7년 전 우연히 방문한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 걸려있던 거대한 유관순 사진 속 그의 눈빛과 표정을 보고 뜨거운 무언가를 느꼈다. 그때의 감정이 바로 ‘항거: 유관순 이야기’의 첫 단추가 됐다. 그는 유관순의 역사적 사실과 관련된 논쟁들을 찾아보며 영웅 혹은 역사적 인물이 아닌 ‘인간’ 유관순에 다가갔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너무나 익숙한 이름 유관순. 그렇기 때문에 그의 모든 걸 세세하게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마는 인물이기도 하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피상적,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열일곱 유관순에게 몇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가 그가 느꼈을 감정을 조용히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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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영화는 1919년 3·1 만세 운동 이후 유관순의 1년을 조명하며, 현재를 흑백으로 과거를 컬러 화면으로 구현했다. 극은 주로 흑백으로 전개되며 컬러는 간간이 들어간 정도다.
컬러 화면에 담긴 유관순은 생동감 넘친다. 가슴에 희망과 기대를 품은 우직한 청춘 그 자체다. 어떤 일을 하면 불 보듯 뻔한 결과가 기다린다는 걸 잘 알면서도 불가항력적으로 행하게 되는 일이 있다. 유관순에게는 그것이 만세운동이었다. 그는 밤새 사람들에게 나눠줄 태극기를 찍어내고, 밥 한술 뜨기도 전 일본군에 쫓겨도 조국을 되찾고야 말겠다는 단 하나의 신념을 향해 달렸다. 그 신념은 유관순을 움직이는 원동력이었고, 살아야 하는 이유였다.
흑백 화면 속 유관순은 형무소에 갇혀 생동감을 잃었을지언정 눈빛만은 별보다 더 반짝인다. 결코 굴복하지 않는 한 인간이 담을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이 그의 눈에 담겨 있다. 세평 남짓한 8호실에 갇힌 스물다섯 명은 투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리 뻗고 잘 수 없어 교대로 잠을 자는 순간에도 독립을 소원한다. 그리고 그 선봉에 단단한 마음을 가진, 열일곱 유관순이 있다.
흡인력 있는 흑백 화면은 관객으로 하여금 소리에 집중하게 한다. 손과 발에 채워진 족쇄의 마찰음, 일본군이 허리춤에 찬 칼의 소리, 찢어지고 튼 발로 볏짚을 밟는 소리, 어린 아이의 손바닥보다도 작은 밥그릇 바닥을 긁는 소리가 마치 눈으로 보는 듯 또렷하게 들린다. 옥중 만세운동을 앞둔 상황에서 울리는 시계초침 소리는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이처럼 세심하게 설계된 사운드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존경과 애국심을 강요하지 않는다. 시종 담담하고 절제된 시선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감독이 표현하고자 한 바가 명확했기 때문일 것이다. 조국의 영웅이 아닌 인간 유관순에게 몰두한 데서 얻은 성취다. 오는 27일 개봉.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