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남주혁에겐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의 연기가 한층 깊어졌다. 시니컬한 대사부터 반항적인 눈빛, 절제된 감정연기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눈이 부시게’가 배우로서 완벽한 터닝포인트가 될 작품임을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양파껍질처럼 벗겨도 벗겨도 좀처럼 속살이 드러나지 않는, 그 한계를 가늠하기 어려운 새로운 모습이다.
남주혁은 11일 첫 방송된 JTBC ‘눈이 부시게’(극본 이남규 김수진, 연출 김석윤)에서 기자 지망생 이준하 역으로 등장했다. 준하는 방송사에 응시만 하면 뽑아준다는 소문이 자자한 유명인사다. 부잣집 도련님 같은 외모와 강직하고 곧은 신념, 엄청난 스펙으로 사람들의 부러움과 환심을 사지만 알고 보면 불우한 가정사를 지닌 인물.
할머니 손에 자란 불우한 성장기를 갖고 있지만, 투박한 말투엔 누구보다 여린 감성과 따뜻한 가슴을 품고 있는 듯 했다. 생활고 탓 언론고시를 준비하면서 일용직 노동까지 갖은 알바를 해야 하는 고단한 청춘. ‘준하’로 분한 남주혁은 이질감 없는 안정적인 연기로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팬덤을 넘어 시청자 반응은 뜨겁다. 포털사이트 게시판과 SNS에서는 “남주혁을 다시 보게 됐다” “이렇게 연기를 잘 하는 배우였나” “남주혁의 연기를 보면서 매번 놀란다” “할머니의 죽음과 마주했을 때 연기는 소름 돋았다” “이번 드라마는 배우 남주혁의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등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12일 방송된 2회에서 남주혁은 특히 분노와 상실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이날 방송에서 준하는 자신도 모르게 할머니 집을 계속 드나들었던 원수에 가까운 아버지와 맞닥뜨렸다.
낯선 남자의 구두를 보고 누구의 것인지 직감한 준하는 태연하게 밥을 먹고 있는 아버지를 보자 증오심에 가득 찬 얼굴이었다. 준하는 할머니에게 밥을 더 달라고 하는 아버지의 밥그릇을 빼앗으며 “나가요. 당장 나가”라고 소리치고 몸싸움까지 했다.
준하의 원망 가득한 눈빛과 말투, 행동은 안아주고 싶을 만큼 애처롭고 안타까웠다. 또한 자해한 뒤 아버지가 자신을 때렸다며 신고하고, 허위 진술까지 하는 아들 준하의 몸부림은 시청자의 가슴까지 아프게 내리쳤다.
남주혁의 넓어진 연기 스펙트럼은 할머니의 죽음과 마주할 때 도드라졌다. 세상 전부를 잃은 듯한 준하의 눈빛은 허망함과 상실감 그 자체였다. 전율처럼 와 닿았다.
남주혁은 지난 제작발표회에서 ‘준하’ 역에 대해 “저와 닮은 점이 많다. 겉으로는 멀쩡하고 멋있어 보이는 캐릭터인데 속에는 자기만의 사연과 어려운 점이 많다”며 “연기하면서 마음이 편했다. 자연스러운 모습들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파트너로 만난 한지민 역시 “남주혁 씨와 얘기를 나눠보면 또래에 비해 속이 깊다. 어린 시절이나 과거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를 나누는 편인데, 정서적인 부분에서 ‘준하’와 많이 닮아있더라”며 “만나기 전엔 어리고 밝다고만 생각했는데 훤칠하게 잘생겼다는 점과 속 깊고 진중한 면이 ‘준하’와 닮았더라”고 전했다.
모델 출신 남주혁은 연기에 뛰어든 후 크고 작은 배역을 통해 차곡차곡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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