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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설 연휴. '방콕' 족을 위해 각 방송사는 다양한 특선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그 중에서도 예능국의 자존심을 걸고 첫 선 보인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들은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과연 내실은 어땠을까.
뚜껑을 모두 열어본 느낌은, 괜찮은 듯 식상한 듯 아리까리 하다. 기획력이 돋보인 참신한 프로그램이 있는가 하면, 식상하다 못해 질리는 포멧도 존재했다. 시청률과 별개로, 이는 시청자 반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KBS, 절반의 성공…축포 터뜨리긴 이르다
KBS는 지난 5, 6일 이틀에 걸쳐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를 선보였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일할 맛 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대한민국 보스들의 자발적 자아성찰을 담은 프로그램. 파일럿 회차의 보스 주인공으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스타셰프 이연복, 개그계 중간보스 김준호가 등장해 각기 다른 재미를 선보였다.
부하 직원들이 상사에게 차마 직접 건네지 못하던 불만 사항을 방송이 깔아준 '멍석'에 힘입어 속사포처럼 쏟아내고, 본인은 '꼰대'가 아니라 자신해왔던 상사들이 당황해하는 모습은 프로그램의 재미 포인트였다. 하지만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대해서는 매니저가 스타의 실상을 폭로하며 친해져가는 MBC '전지적 참견 시점'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놓았다.
냉철한 시청자들의 지적 속 그나마 위로는 시청률이다. 시청률은 8.1%로 이번 연휴 파일럿 중 가장 높았다. 이 정도 반응이면 프로그램을 보완해 향후 정규 편성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수년간 장수 프로그램으로 고군분투해 온 KBS 예능국이 향후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를 어떻게 발전시킬 지 주목된다.
지난 5일부터 4주간 선보일 예정인 '6자회담'은 다소 아쉽다. 이경규, 김용만, 박명수, 장동민, 김희철, 장도연 등 여섯 명의 대표 예능인이 모여 방송가를 넘어 정치·사회·문화·예술 등 세상의 모든 주제에 대해 거침없이 토론한다는 기획의도를 지닌 이 프로그램은 기대 이상의 재미를 줬다. 언뜻 '무한도전' 예능총회 특집이나 JTBC '썰전'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여섯 명이 제 몫을 충분히 다 해 기획의도에 충실한 프로그램으로 완성됐다.
하지만 시청률은 2.5%로 저조한 편. 파일럿 프로그램의 생존 가능성이 중요한 요소가 시청률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제작진으로서 고민하지 않으 수 없는 대목이다.
◆MBC, 참신과 식상 사이…중요한 건 내실이다
MBC가 선보인 두 개의 파일럿 프로그램은 각각의 성과가 있었다. '구해줘 홈즈'는 탁월한 소재와 기획의도에 스토리 전개까지 훌륭했다. '다시 쓰는 차트쇼 지금 1위는?'의 경우, 전통의 음악 예능과 크게 다를 바 없었지만 향수를 자극해 다양한 시청자를 섭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돋보였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구해줘 홈즈'는 바쁜 현대인들의 집찾기에 스타가 직접 나서 복덕방 역할을 자처해 실제 발품을 팔며 집보기에 나섰다. 우선 집 보러 다니는 행위를 해본 사람은 공감하고, 안해 본 사람은 신기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돋보인 기획이었다. 섭외도 탁월했다. 박나래, 김숙, 이상민, 노홍철, 홍진경 등 노련한 예능인들이 등장해 적재적소에서 웃음 포인트를 잘 살렸다. 4, 5일 이틀간 방송된 이 프로그램은 6.2%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다시 쓰는 차트쇼 지금 1위는?'은 왕년의 '1위 가수'와 그 영광에 가려 1위를 놓친 '도전 가수'들이 다시 1위에 도전해 차트를 새롭게 써보는 경연 프로그램이다. 90년대를 풍미한 기성 가수들이 직접 출연해 당대 히트곡을 소개하고, 후배 가수들이 이를 재해석해 선보인다는 콘셉트는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 등 다수의 음악 예능에서 무수히 '써먹어 온' 방식이지만 무대가 주는 감동은 모든 것을 압도했다. 앞서 '나는 가수다'가 긴 시간 사랑받다 특집으로 거듭났던 전철을 떠올리면 '다시 쓰는 차트쇼 지금 1위는?' 역시 비슷한 행보를 걸을 가능성이 보인다.
◆SBS, 해도 너무했단 생각 안 드나
이번 연휴 파일럿으로 가장 큰 뭇매를 맞고 있는 방송사는 SBS다. 야심차게 선보인 '요즘 가족 조카면 족하다?'가 단물까지 쪽쪽 빼먹는 가족 예능의 끝판왕으로 등극한 것. 각양각색 다양한 형태로 변화되는 요즘 가족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관찰 예능이라는 콘셉트 아래 이번에는 스타의 조카를 끌어들였다. 지난 수년간 자녀, 아내, 부모, 조손까지 건드린 '가족 관찰 예능'이 조카까지 손 뻗으며 시청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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