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챔피언스’ 포스터 사진=(주)영화사빅 |
[MBN스타 김노을 기자]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편견은 사람들 사이 균열을 만든다. 누가 만들었는지 모를 기준과 잣대는 천편일률을 부추긴다. 여기, 그 색안경을 보기 좋게 깨부수는 사람이 있다. 영화 ‘챔피언스’로 돌아온 하비에르 페서가 그 주인공이다.
◇ 사람들 간 온도를 높이는 영화
스페인 출신 감독 하비에르 페서는 통용되는 상식과 통념을 비틀어 스크린으로 옮기는 데 능하다. 그의 진가는 스릴러부터 코미디, 애니메이션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발휘된다.
지난 2008년 제작된 영화 ‘카미노’는 엄격한 가톨릭 교육을 받으며 자란 열네 살 소녀 카미노의 이야기를 그렸다. 하비에르 페서 감독은 어릴 적부터 불치병 때문에 집 안에서만 지내던 카미노에게 첫사랑과 우정이 찾아오는 과정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삶의 의미를 반추하게 한다. 카미노가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소중한 시간은 그 자체로 따뜻한 감성을 자아낸다. 또한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던 아이가 타인과 인연을 맺고,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에 젖는 순간들이 인상적이다.
스페인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고야상 시상식에서 하비에르 페서 감독은 ‘카미노’로 작품상, 신인여우상, 남우조연상, 여우주연상, 감독상, 각본상 등 6관왕에 올랐다.
↑ ‘슈퍼 스파이: 수상한 임무’ 포스터 사진=컨텐츠온미디어 |
◇ 알싸한 유머와 블랙코미디
그의 시선을 거치면 모든 게 블랙코미디가 된다. 지난 2015년 개봉한 ‘슈퍼 스파이: 수상한 임무’는 스파이 듀오인 주인공 필레몬과 모타델로의 좌충우돌 임무 수행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하비에르 페서 감독은 노력하면 할수록 늪에 빠지는 스파이 듀오의 모습으로 아이러니를 만들고,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인물들이 더 나은 환경으로 가기 위해 발버둥치는 상황의 연쇄는 블랙코미디 그 자체다. 괜찮아질 거라고 다독일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되듯이 말이다.
물론 인물 중 누구 하나 평범하지 않은 탓에 웃음을 유발하는 상황이 끊임없이 펼쳐져 장르에도 충실하다.
↑ ‘챔피언스’ 스틸컷 사진=(주)영화사 빅 |
◇ 편견? 보기 좋게 비웃어줄 ‘챔피언스’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 부문 스페인 출품작인 영화 ‘챔피언스’가 오는 7일 국내 개봉한다. 스페인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3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310만 관객을 동원, 지난해 스페인 자국 영화 1위에 올랐다.
하비에르 페서 감독의 신작 ‘챔피언스’는 심각한 분노조절장애를 이기지 못하고 소란을 피운 죄로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 받고 지역사회 농구팀을 맡은 코치 마르코(하비에르 구티에레즈 분)와 선수들의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다.
지적장애인 농구팀 프렌즈의 감독을 맡은 마르코는 편견으로 가득한 인물이다. 반면 선수들은 열린 마음으로 그를 받아들이고 자기들만의 스타일로 마르코와 융화되어 간다. ‘챔피언스’는 진정한 챔피언의 의미를 되새긴다. 꼭 힘이 강해야만, 운동신경이 뛰어나야만, 신체비율이 기준에 적합해야만 챔피언이 되는 건 아니니 말이다. 극중 선수들은 자신들을 둘러싼 거대한 편견 장벽을 무너뜨리고 코트 위를 누빈다. 두려움을 깨고 세상으로 나온 이들이야 말로 진정한 ‘챔피언스’
하비에르 페서 감독은 실제 장애를 가진 비전문 배우들을 농구선수 역할에 캐스팅했다. 이러한 선택은 영화의 리얼리티를 높임과 동시에, 편견에 맞설 이들에게 힘을 싣고자 하는 그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코미디로 유쾌하게 풀어낸 하비에르 페서 감독의 내공은 여전히 유효하다.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