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영화 한 편의 힘은 컸다. 예상을 뛰어 넘는 기록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성수기 극장가에서 조차 흥행 참패를 기록한 한국 영화의 뼈아픈 성적과는 반대로, 무서운 신드롬으로 극장가에 새로운 역사를 쓴 ‘보헤미안 랩소디’. 아쉽게도 천만 문턱을 넘지는 못했지만 이 영화가 남긴 교훈은 강렬했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총 누적관객수는 28일 오전 현재 약 991만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천만 돌파까지 약 10여만 관객을 남기고 결국 퇴장을 결정, 29일부터 VOD 판매를 시작한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휴일을 포함한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새해 1월 1일을 기준, ‘마약왕’(182만5660명) ‘PMC : 더 벙커’(137만4916명) ‘스윙키즈’(128만7451명)가 모은 관객수는 약 449만 명. 국민배우 송강호와 ‘흥행 보증수표’ 하정우를 비롯해 ‘내부자들’ 우민호 감독과 ‘과속스캔들’ ‘써니’로 연타석 홈런을 날린 강형철 감독 등 충무로의 스타들이 모두 나섰지만 세 편 모두 손익분기점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곧 2011년 이후 7년 만에 ‘최저 스코어’라는 불명예로 이어졌다 .
2017년 말 같은 기간 한국 영화는 ‘신과 함께’와 ‘강철비’ ‘1987’이 ‘삼끌이 흥행’을 일구며 약 1579만 관객을 동원했다. 2016년에는 ‘마스터’ ‘판도라’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가 899만 명을, 2015년에는 ‘히말라야’와 ‘대호’ ‘내부자들’이 831만 관객을 각각 동원했다. 2014년에는 ‘국제시장’을 필두로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 ‘기술자들’ 등이 선전하며 1098만 관객을 모았다.
‘아쿠아맨’ ‘보헤미안 랩소디’ 등 쟁쟁한 경쟁작과 함께 전체 파이의 크기가 크게 준 영향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세 영화에 대한 평가가 저조했다는 게 가장 큰 요인이었다.
같은 이유로 영화는 지난해 10월31일 개봉한 이후 놀라운 입소문을 타고 무수한 경쟁작은 물론, 일찌감치 뮤지컬 영화의 전설 ‘레미제라블’(2012)의 기록인 592만 관객수를 훌쩍 넘겼다.
극장가는 말할 것도 없고 ‘퀸망진창’(퀸과 엉망진창의 합성어), ‘퀸알못’(퀸을 알지 못하는 사람) 등 인터넷 신조어도 생겨났다. 각종 음원차트에 퀸 노래가 진입하고 음반도 다시 팔려나가면서 2000년대 들어 만성 침체기이던 팝 시장에도 생기를 불어넣었다. 방송가도 이런 흐름을 타 MBC는 퀸이 출연한 1985년 7월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자선 콘서트 ‘라이브 에이드’(Live aid)를 재편집해 방영하기도 했다. 스크린에서 온라인 입소문으로, 다시 방송·음반·공연 시장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한 편의 영화가 뻗칠 수 있는 무서운 영향력을 입증해냈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고, 다채로웠고, 냉혹했던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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