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한직업`으로 스스로도 힐링됐다는 이병헌 감독. 제공| CJ엔터테인먼트 |
“제가 왜 이렇게 코미디 장르를 좋아할까 스스로도 생각해봤어요. 웃으면 행복해지니까? 맞아요, 그거 같아요. 지속성에 대해서는 보장할 수 없지만 웃음은 행복으로 직결되니까요. 그것에 성공했을 때, 비로소 코미디의 가치가 빛을 발휘했을 때, 제게도 큰 행복으로 다가오더군요. ‘극한직업’처럼요.(웃음)”
영화 ’극한직업’으로 모처럼 코미디 영화 흥행을 몰고온 이병헌 감독(39). ‘말맛의 달인’ ‘감독계 조각미남’ ‘천재 감독’ 등 수식어가 넘친다. 이 감독은 ’과속스캔들’을 각색하며 영화계에 데뷔한 뒤 2009년 단편영화 ‘냄새는 난다’로 연출 데뷔, ’스물’(2014), ’바람 바람 바람’(2017) 등을 선보이며 10년간 탁월한 재능으로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왔다. 그럼에도 정작 본인은 그리 행복하지 만은 않았단다. 어떤 강박과 고민, 걱정들 때문이다. ‘극한직업’으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는, 새로운 인생 2막을 준비 중이라는 이병헌 감독은 이제서야 환한 미소를 지었다.
’스물’로 청춘의 뜨거운 좌충우돌을, ’바람 바람 바람’으로는 발칙한 성인의 웃픈 인생을 재치 있게 담아냈다면 ’극한직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웃기기로 작정했다. “전작보다 편한 소재로 마음껏 웃기고 싶었다”고 운을 뗀 그는 “온가족이 볼 수 있는 코미디 영화로 기획했고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작은 소재에서 오는 제한적인 부분이 많았다. 제한된 연령을 타깃층으로 삼아 민감한 부분을 오해 없이 전달해야 했는데 이번 작품은 모두가 즐겁게 볼 수 있는, 명절에 잘 어울리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코미디를 처음 했다는 기분이 들어요. 늘 작품 안에 웃음이 있긴 하지만 이번엔 상황 자체부터가 웃긴 진짜 리얼 코미디라고 생각해요. 모든 현장이 힘들기 마련이지만 이번엔 정말 기분 좋은 작업이었어요. 강박과 부담감을 내려놓았고 충분히 즐길 수 있었죠. 전적으로 배우들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진심으로 서로를 배려하는 게 느껴졌고, 그 진심들이 모이고 모여 기대 이상의 팀워크를 냈죠.”
↑ 이병헌 감독은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코미디영화 `극한직업`을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제공|CJ엔터테인먼트 |
“가장 중요했던 건 역시나 ‘마약반’의 팀워크. 앙상블 그리고 밸런스였어요. 어떤 한 명이 끌고 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다섯명이 한 팀이 돼 함께 가져가야 하는 호흡이었거든요. 제가 정말 감동받고 배운 게 바로 그 부분이었어요. 편집하다 보면 서로 어떻게 생각하고 호흡하는지가 보이는데 누가 먼저, 너나 할 것 없이 배려하고 소통하고 있더라고요. 모든 배우들이 서로에게 좋은 사람들이 돼 있었어요.”
그래서일까. 스크린 속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색깔로 하나 같이 강렬한 존재감을 뽐낸다. 같이 또 따로, 다채로운 앙상블은 완벽한 케미스트리를 완성하고, 맛깔스러운 ’말맛의 향연’은 특제 양념처럼 영화의 장점을 극대화시킨다. 감독 특유의 ‘B급 코믹 대사’들과 배우들의 코믹 열연이 번갈아 치고 빠지며 연신 웃음을 자아낸다. 이들이 운영하는 치킨집의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는 캐치프레이즈처럼 처음 접하는 신선한 충격의 코믹 수사극으로 완성됐다.
“류승룡 배우를 필두로 진선규 이하늬 이동휘 공명 그리고 특별 출연에 흔쾌히 함께 해준 오정세 신하균까지. 제가 굳이 뭘 해야 할 지 모를 정도로 완벽한 캐스팅이었어요. 배우들에 대한 믿음이 확고했고, 그 이상을 보여줬기 때문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죠. 저는 아주 약간의 변주만 하면 됐어요.”
연신 ‘극한직업’에 대한 애정과 고마움을 드러내는 이병헌 감독. 그는 “사실 그전까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뭔가 스스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 것 같다”며 멋쩍은듯 머리를 긁적였다.
“10년 전 영화를 하기로 결심했지만 미래에 대한 확신이, 나 자신에 대한 의심이 컸어요. 뭔가 치열하게 달리고 달리면서 늘 조바심을 느끼고, 정작 제대로 웃고 즐기지도 못했죠. 마흔을 앞두고, 여러 가지 생각들로 마음이 유난히 복잡했던 찰나에 ‘극한직업’을 만났고 ‘그래, 나도 좀 웃어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새삼 이런 영화에 대한 매력을 더 새롭게 느꼈고, 제게 어떤 전화점이 된 것 같아요.”
영화를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은 사람은 바로 부모님이란다. “그동안 제 작품을 모두 보셨지만 단 한 번도 어떤 피드백을 받은 적이 없다”는 그는 “누구나 쉽게 편하게 즐기고 웃을 수 있는 장르인 만큼 이번엔 어떤 한 마디 칭찬이라도 하실지 모르겠다”며 수줍게 웃었다.
“사실 자기 작품을 보면서 웃기란 쉽지 않잖아요? 늘 조마조마하고 부족한 점만 보이니까요. 모니터 시사, 첫 공개 시사 때에는 특히 더 웃지 못하죠. 그런데 이 작품은 조금 마음을 편하게 내려놓고 본 것 같아요. 보통 코미디 영화는 객석에서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오고 그때마다 마치 내가 진공포장이 된 느낌이었는데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이 뭉친 ‘극한직업’은 지난 23일 개봉, 3일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고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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