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혜나를 죽였어요.”
14일 오후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 호텔에서 열린 ‘도시경찰’ 제작발표회 현장. 조재윤의 이 한마디로 현장은 빵 터졌다. 공식 제작발표회를 마치고 취재진석으로 내려온 조재윤은 기자들을 향해 감사인사를 전한 후 이같은 농담을 던졌다.
조재윤은 요즘 드라마와 예능에서 대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고의 화제작 JTBC 드라마 ‘SKY 캐슬’은 물론, ‘커피 프렌즈’ ‘바다경찰’ 등 굵직한 예능 프로그램도 접수 중이다.
오랜 무명을 끝내고 물 만난 고기처럼 맹활약 중이다. 그가 뒤늦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데는 특유의 능청과 카리스마를 오가는 연기 내공도 있겠지만, 친화력 갑인 그의 성품이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어디서나 유쾌한 매력으로 좌중을 휘어잡는 그는, 이날 제작발표회에서도 질문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곤 마지막에 늘 유머를 덧붙여 분위기를 돋궜다.
작품에선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역을 주로 했지만, 예능에선 친근한 매력으로 공기의 흐름도 바꿨다. SBS ‘정글의 법칙’에선 낚시부터 요리까지 못하는 게 없는 ‘정글 통장님’으로 활약하며 재해석됐다.
조재윤은 유독 많은 작품에 출연 중이다. 대표적인 다작 배우다. 지금도 다방면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그가 출연한 최근작(‘태양의 후예’ ‘SKY캐슬’)들은 대박이 났다. 시청률 20% 돌파를 앞두고 있는 ‘SKY 캐슬’에선 진진희(오나라 분)의 남편이자 주남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 우양우 역을 연기 중이다.
'바다경찰‘에 이어 14일 첫방송된 ’도시경찰‘에서도 볼 수 있다. ’바다경찰‘에서 조재윤은 임무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책임감 넘쳤지만, 경찰 동료나 마을 주민, 출연 멤버들과는 넘치는 친화력과 막힘없는 입담으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 그의 캐릭터는 ‘도시경찰’에서도 따뜻함과 냉철함을 지닌 경찰로 활약할 것이란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 함께 출연하는 장혁과는 몇 작품에서 만나 친분이 두텁다. 리얼리티 예능에선 첫 만남이지만 현실 친구들이 보여줄 끈끈한 동료애와 경찰 도전기에 기대가 더해진다.
새 알바생으로 합류한 ‘커피프렌즈’에서는 극심한 혼란에 빠진 멤버들을 구원하듯 등장했다. 청소부터 식재료 손질, 설거지까지 완벽하게 해내 ‘인간 식기세척기’라는 별명을 얻으며 큰 웃음을 주고 있다.
조재윤은 이날 대세 행보 관한 질문이 나오자 “아내가 좋아한다. 제가 그동안 어두운 세계에서 일을 많이 해서 이번에 밝은 세계로 나온 것에 뿌듯해한다”고 말했다. 특히 다섯 살 아들 얘기를 꺼내면서 “예전엔 아빠가 배우란 걸 잘 몰랐는데 요즘엔 알더라. 그게 가장 반갑다”고 덧붙였다. ‘예능 블루칩’이란 얘기에 대해서도 “블루칩이라기 보다 제가 잘 살았구나 한다. 요즘 행복한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고 답했다.
알려졌다시피 그는 오랜 무명시절을 겪었다. 과거 인터뷰에서 “서른 여섯 살까지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아썼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당시 연봉은 150만원. 그는 “어머니가 침대 맡에 2~3만 원을 놓고 나가시면 그 돈으로 대학로 갈 때 차비하거나 (속상해서) 술을 사 먹었다”고 했다. “아버지가 10년 전 병원에 계실 때도 못 찾아갔다. 과일 살 돈도 없어 병문안을 가지 못했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개성파 신스틸러로, 늦깎이 예능 블루칩으로 전성시대를 맞은 조재윤이 전하는 연기와 웃음은 절망을 맛봤기에 그래서 더욱 진정성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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