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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돌보지 않는 부모들이 지긋지긋해요. 더 이상 아이를 못 낳게 했으면 좋겠어요.”
마음을 울린다. 뜨거운 연민과 슬픔이 차오른다. 그러다 그 놀라운 생명력에 끝내 희망을 본다. 감독의 입체적 시각과 탁월한 연출, 진정성 있는 배우들의 연기가 그저 경이로운, 새해 첫 걸작과의 만남이 반가울 따름이다.
예수의 기적이 많이 행해진 곳으로 알려진 이스라엘의 도시, 가버나움. 사람들이 회개하지 않음으로 곧 멸망하리란 예언을 들었고 6세기 퇴락했다. 최근에는 혼돈과 기적을 뜻하는 단어로도 쓰이고 있다. 말 그대로 혼돈의 안개 속에서 일어난 작은 기적을 담은 영화, ‘가버나움’이다.
출생기록조차 없이 살아온, ‘대략 12살’ 정도인 소년 ‘자인’은 소년원에서 자신의 부모를 고소해 온 세상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존중받고 살아 가기 위해 끝없이 투쟁을 벌인다.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을 시작으로 전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8개의 관객상 트로피를 쓸어 담으며 극찬 세례를 받은, 역시나 그 명성이 전혀 아깝지 않은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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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더 놀라운 건 그가 전혀 연기 경험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 뿐만 아니라 영화 속 대부분의 인물이 전문 연기자가 아닌 해당 역할과 상당히 유사한 환경 그리고 경험을 가진 실존 인물들로 캐스팅됐다. 얼마 전(칸영화제 참석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던 이들은 자신의 존재를 합법적으로 증명할 그 어떤 서류가 없었기에, 실제로도 현실에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끝없이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것이 영화 속 모습과 자연스럽게 오버랩 되며 이들은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선사한 영웅이 됐고, 이는 곧 영화의 진정성으로 귀결된다.
자인 알 라피아는 시장에서 배달 일을 하던 시리아의 난민 소년으로, 베이루트 지역에서 캐스팅 돼 영화에 첫 출연하게 됐으며 그의 동생 ‘사하르’ 역의 하이타 아이잠 역시 베이루트 거리에서 껌을 팔던 중 캐스팅 됐다. ‘라힐’ 역의 요르다노스 시프로우는 실제 불법 체류자였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보호자 없는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연기에 도전했다. 한 살배기 ‘요나스’ 역의 보루와티프 트레져 반콜 또한 레바논에서 인종차별 등 여러 고충을 겪으며 가족과 체류 중이었던 중 기적처럼 캐스팅 됐다. 이들의 진심과 용기, 그리고 진정한 꿈이 모여 완성된 영화인 셈인 것. 여기에 나딘 라바키 감독의 탁월한 각본과 냉철한 현실감각, 그리고 덤덤하고도 따뜻한 시선, 희망에 대한 강한 확신이 더해져 그야말로 세계를 울릴 만한 강력한 작품으로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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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