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어도 좋아’ 종영 사진=KBS2 |
27일 오후 KBS2 수목드라마 ‘죽어도 좋아’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죽어도 좋아’는 안하무인 백진상(강지환 분)과 그를 개과천선 시키려는 이루다(백진희 분)의 오피스 격전기를 담은 드라마다. 여기에 타임루프라는 소재가 유쾌한 재미를 책임졌다.
‘죽어도 좋아’를 시청률로만 재단한다면 흥행작 범주에는 들지 못한다. 지난 11월 7일 첫 방송 시청률 4%를 시작으로 쭉 2%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어도 좋아’의 알짜배기 매력은 단순히 시청률이라는 지표로만 재단할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갑질’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뉴스를 틀면 상사와 부하직원, 매장 점원과 손님 등 관계에서 발생한 갑질 사건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의도치 않게 상하(上下)로 얽히고설킨 인간관계는 때때로 깊은 분노와 슬픔을 느끼게 한다. 사람은 살면서 무수히 많은 타인과 만나고 일정 집단에 소속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학교로, 학교의 담장 밖 사회로 그 영역은 점점 확장된다. 특히 직장에서 맞닥뜨리는 부조리함은 유독 뼈아픈 시련을 준다.
‘죽어도 좋아’는 이 지점을 건드렸다. 지난 11월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은진 PD는 “회사를 다니다보면 싫은 상사가 한 명씩은 있지 않냐. 그런데 그 상사는 본인이 백진상 같은 사람인 줄 모르는 경우가 많다더라. ‘싫어하는 상사를 갱생시킬 수 있을까, 사람이 사람을 바꾼다는 게 기적 같은 일인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이 드라마를 시작하게 됐다”고 연출 의도를 밝힌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이 드라마는 회사의 갑질 행태와 그에 맞서는 직원들의 노력을 오롯이 담아냈다. 극중 백진상은 지나치게 칼 같은 성격의 소유자로, 자신이 던진 독설에 누군가 상처받는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타인의 감정은 신경도 안 쓰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가 이루다와 뜻밖의 관계로 얽히며 중요한 변화를 겪는다.
정의로운 면을 가진 이루다 덕분에 백진상은 자신의 안하무인 성격을 고쳐나간다. 그리고 자신 때문에 마음의 상처, 물리적 상처를 갖게 된 이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법을 점차 알아간다. 갱생 그 자체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자신이 속한 집단의 부조리함을 지적하고 나선다. 그가 몸을 움직여 현실을 타파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데서 오는 감동은 생각보다 짙은 여운을 남긴다. 또한 의도치 않게 히어로가 된 이루다의 정의감 역시 드라마를 보는 이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한다.
이렇듯 ‘죽어도 좋아’는 시대의 부조리를 얄팍
‘죽어도 좋아’의 종영이 코앞으로 다가온 현 시점, 백진상과 이루다가 마지막까지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부조리한 행태를 돌파해나갈지 주목된다.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