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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태오는 한국계 러시아 록스타 빅토르 최의 인생과 음악을 영화화한 `레토`로 세계 영화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사진 I 강영국 기자 |
청춘들의 가장 뜨거운 순간을, 그들의 노래를 담은 영화 ‘레토’가 유럽을 홀렸다. 그리고 그 중심엔 한국 배우 유태오37)가 있었다. 이번엔 한국 관객들을 놀라게 할 차례다.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은 러시아의 전설적 뮤지션인 ‘빅토르 최’와 최대한 영혼이 비슷한 배우를 찾겠다는 목표로 러시아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대대적인 캐스팅 오디션을 열었다. 유태오는 이 소식을 듣고 직접 노래 부르는 모습을 찍은 오디션 영상을 제작,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오디션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다. 그 결과 무려 2000:1의 경쟁률을 뚫고 ‘빅토르 최’로 선택됐다.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운을 뗀 유태오는 “해외 영화에서 한국 배우가 중심이 돼, 그것도 해외 영화제에서 경쟁 부문까지 간 게 처음이라 자부심 동시에 책임감도 굉장히 무겁게 느끼고 있다. 국내 관객들도 반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러시아어를 전혀 못하는데 3주라는 시간은 정말이지 너무 짧았어요. 신을 쪼개고, 한 줄의 대사 한 문장 한 단어 한 음절까지 쪼개고 쪼개 입에 붙을 때까지 연습하고 외우기를 반복했죠.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시대를 공부하고, 실존하는 그의 주변 인물들을 만나면서 혼이 나간 채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힘들고 막막했지만 점차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이들끼리만 느낄 수 있는 공감대와 에너지가 느껴졌어요. 그 힘으로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죠.”
유태오에게 ‘레토’는 도전 그 자체였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게 해준 고마운 작품이란다. 그는 “처음 세계무대에 설 수 있었던, 그간 해왔던 경험과 준비해왔던 시간이 쌓여 만나게 된 운명과도 같은 영화”라며 “‘이제부터 제대로 일을 시작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고 고생스러운 부분도 생기겠지만 더 즐겁게, 조금은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기쁘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인 유전자를 가진 유럽인 그리고 아티스트? 빅토르 최와 저의 가장 큰 공통점이었죠. 뭔가 나만 이해할 수 있을 그의 어떤 면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자신감 있게 끌고 가려고 계속 마인드 컨트롤을 했던 것 같아요. ‘레토’를 찍는 내내 치열했지만 낭만적이었어요. 의견이 달라 누군가는 싸우기도, 힘들어서 울기도, 그러다가도 술을 마시고 한껏 끌어 안기도 했어요. 영화 속 그들처럼 우리 역시 청춘의 한 페이지를 쏟아 부은 기분이에요.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한 시절, 그들의 어떤 느낌을 로맨틱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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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토르 최로 완벽 빙의해 열연을 펼친 유태오. 사진 I 강영국 기자 |
“문화적인 장벽, 신체적인, 그리고 언어적인 장벽을 넘어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좋은 연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더 깊이 하게 됐다”는 그는 “심리적인 장벽들이 너무나 많았는데 어떻게든 그걸 하나하나 뚫어 가면서 절제하는 연기와 표출하는 연기 사이에 어떤 고뇌를 끊임없이 했던 것 같다. 그 고민과 숙제를 푸는 과정에서 힘들지만 더 연기를 사랑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마이크와 빅토르의 뮤즈이자 사랑하는 여인이었던 나타샤. 그분을 실제로 만났어요. 사랑하는 두 남자를 한 해에 잃은 그녀의 28년간 꽁꽁 자기 안에 넣어두었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이기에 배우로서의 욕심을 버리고 그저 솔직하게 표현해야겠다는 마음 밖에 없었어요. 그 분을 만나 그런 결심이 더 굳건해졌고요.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과 두려움 속에서 그녀와 마주했는데 헤어질 때 ‘당신의 눈빛 안에 그 사람의 영혼이 느껴진다’고 말해주시더라고요. 뭉클했고 따뜻했고 기억에 많이 남았어요. 그 말을 마음에 품고 연기했어요. 그 진심이 많은 분들에게 닿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웃음)”.
'레토'는 희망과 미래가 없고 냉소가 넘쳐났던 시대에도 결코 꺼지지 않았던 젊은이들의 꿈과 예술혼, 그들
지난 5월 열린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초청작이자, 10워 개최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시네마 상영작으로 선보였다. 내년 1월 3일 한국 개봉한다.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