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이 3년 만에 `마약왕`으로 돌아왔다. 제공|쇼박스 |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우민호(47) 감독이 영화 ‘마약왕’으로 3년 만에 돌아왔다. ‘내부자들’(누적 915만 명, 확장판 포함)로 국내 청소년관람불가(이하 청불) 등급 영화 흥행사를 새로 쓴 우민호 감독이 다시 한번 청불 등급 영화로 연말 극장가를 공략하고 있다.
‘마약왕’은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 되던 1970년대, 근본 없는 밀수꾼이 전설의 마약왕이 된 이야기를 담았다. 우민호 감독은 “‘내부자들’ 보다 두꺼운 느낌의 영화가 나왔다. 두껍다는 건 이 영화를 봤을 때 관객마다 다르게 볼 지점이 있다는 것”이라며 “‘내부자들’은 직설적인 화법을 사용했다. ‘마약왕’은 보는 사람들마다 다른 해석을 가져올 수 있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또 청불 영화로 돌아오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었단다. 우민호 감독은 “표현 수위의 문제가 아니라 소재 자체가 어쩔 수 없었다”며 “이것도 팔자라고 생각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청불 영화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 “흥행에 대한 부담도 있고 청불 영화를 하면 감수해야 하는 게 있다. ‘내부자들’을 찍고 욕도 많이 먹었다. 이후 청불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진 한 장을 보게 됐고, 머릿속에 계속 맴돌아 이번 작품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민호 감독은 자신을 사로잡았던 사진과 기사를 인터뷰 장소에 직접 들고 왔다. 그는 영화 제목도 신문 타이틀 중 하나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밝혔다.
“마약왕이 살던 집이랑 세트도 똑같이 지었어요. 총격전이 실제로 있었고요. 처음엔 사진을 보고 저게 말이 되냐 싶었죠. 자료 조사를 하니까 진짜더라고요. 그 시대였으니까 마약왕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물질 만능주의, 1970년대에는 ‘잘 살아보자’는 미명 아래 묵인됐죠. ‘마약왕’은 멈출 수 없는 욕망과 파멸이 개인의 파멸이 아니라 사회의 파멸로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 우민호 감독이 `마약왕`을 만들게 된 기사와 사진을 소개했다. |
우 감독은 ‘욕망의 끝’은 “파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어하지 못하고 그 선을 넘어서 폭주한 마약왕의 이야기를 집약적으로 그리기 위해 노력했단다. ‘내부자들’이 권선징악이 분명한 영화라면, ‘마약왕’은 악인이 주인공인 영화라는 것.
우 감독은 “비뚤어진 욕망을 간접적으로 시대에 맞물려 담아보자고 했다. 1970년대가 끝나면서 마약왕도 자멸한다”며 “‘마약왕’은 익숙지 않은 코드고 상업적인 느낌에서 벗어나는 영화다. 그걸 낯설어하는 분들도 있을 거다. 하지만 새롭게 바라보고 즐길 수 있는 관객들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악인’을 주인공으로 세우고, 그 일대기를 다룬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마약왕’에 대해 “대결이나 큰 갈등으로 파괴되는 인물이 아니라 스스로 자멸해버리는 인물”이라고 소개한 우 감독은 “헛된 욕망을 좇던 ‘리어왕’과 같다. 후반부도 연극적으로 풀려고 했고, 그러다보니 호흡이 길다. 그런 부분을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고 털어놨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송강호’라는 대배우가 있었기에 작품이 나올 수 있었다고 밝힌 우민호 감독. 송강호가 마약왕의 일대기를 잘 표현하고 소화했기 때문에 관객들이 보고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송강호가 아니었으면 접었어야죠. 2시간 안에 마약왕의 일대기를, 10년을 다루는 게 쉬운 작업이 아니에요.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죠. 그 빈틈을 채워주는 배우가 송강호예요. 여지없이 확실하게 빈틈을, 배우의 연기와 얼굴로 꽉꽉 채워줬죠. 전적으로 배우에게 의지했고 맡겨뒀어요. 현장에서 외로웠을 거예요. 누가 도움을 줄 수도 없었고요. 배우 안에서 흐름을 타야 하는 연기였어요. 그래서 외롭고 힘들었을 거예요.”
↑ 우민호 감독은 `마약왕` 송강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제공|쇼박스 |
현장에서는 오롯이 송강호라는 배우에 대한 신뢰로 믿고 맡겼다. 대신 작품에 들어가기 전,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우민호 감독은 “영화가 다크하고 하드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엄숙주의에 빠져들지 말자고 했다. 그래서 초반부에 코믹하게 간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마약왕’은 이두삼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나의 챕터를 넘어가듯 이두삼의 일대기를 담은 ‘마약왕’은 그래서 낯설 수 있다. 대신 음악 감독과 상의 후 각 테마마다 어울리는 다양한 음악들을 적절하게 배치해 몰입을 도왔다. 우 감독은 ‘이두삼의 모험담’처럼 찍고 싶었다며 “이두삼이 여러 인물을 만나고 헤어지고, 결국엔 혼자 남는 구조를 택했다. 오즈의 마법사처럼”이라고 설명했다.
“아무래도 낯섦이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어요. 익숙하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마음을 열고 보면 유쾌할 수 있어요. 그런 형식 안에서도 송강호라는 배우는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을 잘 꿰뚫었다고 생각합니다.”
↑ 우민호 감독의 차기작 역시 70년대를 배경 삼은 `남산의 부장들`이다. 제공|쇼박스 |
송강호에 대한 진한 애정과 깊은 신뢰를 드러낸 그는 “꽉 찬 연기”를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차기작 ‘남산의 부장들’을 찍고 있는 우민호 감독은 인터뷰 날에도 새벽 3시까지 촬영을 했다며 “‘남산의 부장들’은 ‘내부자들’과 같은
‘남산의 부장들’ 역시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고 밝힌 우민호 감독은 “1970년대에 끌리는 이유를 모르겠다. 저희 부모님의 시대라 그럴지도 모르겠다”며 “그런 시대상에 제가 관심이 있는 것 같다. 깊고 짙은 그림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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