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전과 오만 사이, 파격과 허세 그리고 활용과 과용 사이에 있다. 누군가에겐 전혀 생각지 못한 산타클로스의 종합선물세트가, 누군가에겐 연말의 들뜬 마음을 한 방에 깨부술 불쾌한 폭탄이 될 수도 있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우민호 감독의, 그리고 송강호의 ‘마약왕’이다.
영화는 1970년대 박정희 유신 정권을 배경으로 주체할 수 없는 욕망 때문에 비참하게 추락하고야 마는 한 남자의 파란만장한 삶을 담는다. 하급 밀수업자인 이두삼(송강호)은 성공에 대한 욕망과 집착으로 가득 찬 인물로 마약 제조와 유통 사업에 눈을 뜬 뒤 비로써 마약계 왕으로 군림하게 되지만 끝내 스스로 파멸하게 된다.
우민호 감독의 전작 ‘내부자들’과는, ‘소시민 캐릭터’의 상징인 송강호의 이전 연기와는 완전히 다른 결.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도 입체적인 송강호의 명연기에는 이견 없이 박수를 보낼만하지만 감독이 띄운 승부수에는 평가가 엇갈릴 듯하다.
심오한 듯 전혀 심오하지 않은 논스톱 질주. 감정을 이입하고 생각을 곱씹을 새도 없이 폭주하다 피날레에 다다르자 급정거 한다. 강렬한 캐릭터가 도장 깨기를 하듯 쉴 새 없이 등장하지만 그것이 촘촘한 연결 고리로, 유기적인 관계로 녹아들진 못한다. 익숙하고도 전형적인,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장면들이 일회용 소품마냥 끝없이 소모되다 어느새 결말에 다다랐을 땐 감독이 ‘도전’이라 칭하는 낯선 광경들이 송강호의 열연과 함께 장황하게 펼쳐진다.
마약세계의 해부가 아닌 한 인간의 욕망, 그로 인한 파멸의 과정을 암울한 시대적 흐름에 빗대 함축적으로 담았다지만, 그럴듯한 포부가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와 닿을 지는 미지수다. 여성 캐릭터는 도구로서의 기능에서 단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그토록 집요하고 강렬하게 자극적이고도 맹렬하게 붙잡아 풀려고 했던 메시지는 막상 진부하다. 139분간의 그럴듯한 치장으로 혼을 빼놓을 뿐, 알맹이는 그다지 새로울 게 없다. 넘칠 정도로 많은 걸 사용했지만 허무할 정도로 가슴에 남는 게 없어 아쉬울 따름이다.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