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분의 퍼포먼스, 도경수라는 하이라이트 ‘스윙키즈’ [M+Moview]

↑ ‘스윙키즈’ 사진=NEW

[MBN스타 김솔지 기자] ‘스윙키즈’(감독 강형철)는 영화 자체로 하나의 퍼포먼스를 본 듯한 감동과 여운을 안긴다. 몸을 들썩이게 하는 춤과 음악, 배우들의 뜨거운 열연으로 빚어낸 133분간 예술의 향연. 그 중심엔 영화의 매력을 한껏 끌어올린 도경수의 활약이 빛을 발한다.

1951년 한국전쟁, 최대 규모의 거제 포로수용소. 새로 부임해 온 소장은 수용소의 대외적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전쟁 포로들로 댄스단을 결성하는 프로젝트를 계획한다.

수용소 내 최고 트러블 메이커 로기수(도경수 분)부터 4개 국어가 가능한 무허가 통역사 양판래(박혜수 분), 잃어버린 아내를 찾기 위해 유명해져야 하는 사랑꾼 강병삼(오정세 분), 반전 댄스실력 갖춘 영양실조 춤꾼 샤오팡(김민호 분), 그리고 이들의 리더, 전직 브로드웨이 탭댄서 잭스(자레드 그라임스)까지. 이들은 우여곡절 끝에 ‘스윙키즈’라는 댄스단의 일원으로 한 자리에 모인다.

저마다 지니고 있는 사연도 국적, 언어, 이념, 춤 실력 모두 각기 다른 오합지졸 댄스단이 오직 춤에 대한 열정 하나로 차츰 손발을 맞춰가는 과정을 그린다.

↑ ‘스윙키즈’ 사진=NEW

‘스윙키즈’는 한국전쟁이라는 가장 슬픈 역사와 춤이라는 흥겨운 소재를 결합했다. 참혹한 전쟁시대에 춤이 웬 말인가 싶겠지만, 강형철 감독은 서로 다른 이념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들이 춤으로 하나가 되어가는 이질적 조합을 한 영화 안에 탁월하게 녹여냈다.

강형철 감독은 ‘과속스캔들’ ‘써니’ ‘타짜-신의 손’ 등으로 젊은 감각이 돋보이는 세련된 연출력을 자랑해왔다. 그의 특유의 참신한 장면전환 기법은 춤 영화인 ‘스윙키즈’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영화에 리듬감을 극대화시킨다.

전작들을 통해 캐릭터와 완벽한 싱크로율의 캐스팅으로 ‘프로 발굴러’ 면모를 보였던 강형철 감독의 안목은 이번에도 통했다. 도경수, 박혜수, 오정세, 김민호, 자레드 그라임스까지 소재만큼이나 이색적인 조합이 ‘스윙키즈’에서 어우러져 영화의 매력을 살렸다. 어느 누구도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제 몫을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그 중 단연 눈에 띄는 활약은 도경수다. 체중 감량과 삭발 등 외형적인 변신은 물론 북한 사투리와 고난도의 탭댄스까지 무엇 하나 쉽지 않은 과제들을 척척 해결하는 영특함이 돋보인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에 대한 색안경이 흐려지고 있는 요즘, 배우라는 타이틀이 참 잘 어울리는 그다. 더불어 그룹 내에서 과묵한 이미지를 보여주던 도경수는 ‘스윙키즈’의 로기수 역을 통해 거칠고 반항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그의 새로운 얼굴은 충무로의 앞날을 기대케 한다.

탭댄스는 물론, 수준급의 노래 실력과 외국어 실력을 선보인 박혜수의 순수함과 열정이 엿보이는 열연 또한 사랑스럽다. 그가 맡은 양판래는 전쟁 속에서 가족의 생계를 도맡아 힘들게 살아가는 여성이지만, 남성들 속에서도 기죽지 않고 꿋꿋하고 당찬 소녀로 그려진다. 여기에 박혜수는 완벽하게 동화돼 ‘과속스캔들’의 박보영과 ‘써니’의 심은경을 잇는 차세대 스크린 주역의 탄생을 예고한다.

브로드웨이 최고의 댄서이자 배우 자레드 그라임스의 극 중 탭댄스 퍼포먼스는 경이롭다. 뿐만 아니라 가족 곁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는 인물의 심리를 심도 있게 그려낸다. 스윙키즈 댄스단의 유일한 사랑꾼 강병삼 역의 오정세의 유쾌하고 디테일한 열연은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물하며, 스윙키즈 댄스단의 영양실조 실력파 샤오팡 역의 김민호는 독보적인 캐릭터 소화력으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오랜 시간 엑소 멤버로서 출중한 춤 실력을 자랑했던 도경수마저 탭댄스는 생소하고 어려웠다. 시나리오 3분의 1 이상이 퍼포먼스 장면인 만큼 배우들은 촬영 수개월 전부터 체계적인 연습 과정을 거쳤다. 강 감독은 모든 댄스 장면의 콘티를 한 컷 한 컷 세밀하게 준비해 영상화했고, 안무가는 1년간 안무를 창작했다. 음악감독은 무려 3년에 걸쳐 음악을 선곡했다. 이러한 노력이 더해진 덕분일까. 극 중 등장하는 퍼포먼스 무대는 매 장면이 명장면으로 남는다. 억눌린 흥을 살살 긁어내 몸을 들썩이게 할 뿐 아니라 그 안에 담겨진 희로애락은 뜨거운 전율을 전한다. 오는 19일 개봉. 김솔지 기자 solji@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