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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다큐로 회자되고 있는 MBC '눈물' 시리즈를 연출한 김진만 PD가 이번에는 '곰'과 함께 돌아왔다.
MBC 창사 특집 다큐멘터리 '곰'은 2009년 '아마존의 눈물'을 시작으로 '남극의 눈물', '곤충, 위대한 본능' 등 명품 다큐멘터리를 선사한 김진만 사단의 2018년 새로운 프로젝트로, 인간의 욕심으로 사라져 가고 있는 지구상 모든 곰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총 제작비 15억, 장장 2년의 시간 동안 오로지 곰을 만나기 위한 일념 하나로 지리산은 물론 북극, 시베리아, 캄차카, 알프스, 쓰촨 등 12개 지역을 찾아,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깊숙한 곳에 펼쳐진 곰들의 세상을 담았다.
27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김진만 PD는 프로그램 기획 배경 및 촬영 과정,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등에 대해 총체적인 이야기를 전했다.
김PD는 "'곰'을 한 이유는 영국팀과 함께 이야기하다가 영국팀은 북극곰 복원 프로젝트를 하기로 했고, 우리는 지리산 복원 프로젝트를 하면서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곰이 얼마나 매력 있는지, 생태적 인문적으로 곰이 사는 곳은 신화가 존재하고, 곰이 왜 종교의 대상이었을까에 궁금증 느끼며 제작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많은 다큐멘터리 촬영이 그러하듯 '곰' 역시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김PD는 "기다림은 어렵다. 포착하는 과정. 곰이 연어를 잡는 것이라던가 동면굴에서 나와 새끼 보여주는 게 굉장히 힘든데, 계속 기다려가면서 촬영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관섭 PD는 "52번 올무곰을 처음 만나러 올라간 게 3월 말이었다. 위치 확인하러 올라가서 베이스캠프 치고, 보름 동안 아무 짓도 안 하고 계속 있으니까 한 번 얼굴 보여주더라. 그리고 보름 후에 살짝 새끼 얼굴 보여주고, 한 달 뒤에 바닥에 내려왔다. 매일 그 산을 왔다갔다 하려고 하니 살이 쭉 빠지더라"고 촬영 후기를 전했다.
곰을 처음 만난 순간의 감회도 떠올렸다. '득녀'의 기쁨을 비유적으로 언급한 송PD는 "기다렸던 친구를 만나는 거니까. 다큐 PD 입장에서, 저 아이를 어떻게든 찍고 싶은데 하던 간절한 바람이 있었고, 희열이 있었다.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촬영 과정에서 위험한 순간도 적지 않았다. 김PD는 "야생동물과 교감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곰이 우리를 신경쓰기 시작하면 우리가 위험해진다"고 말했다. 김PD는 "촬영을 하다보면 4~5m 가까이까지 곰이 접근할 때도 있는데 현지 레인저들이 총을 들고 우리를 보호해주시긴 했다. 그들의 가이드에 따라 촬영하지만 곰이 우리를 신경쓰는 데 더 위험한 것은 사실"이라며 "곰과 교감을 꿈꾼다는 건 낭만이고, 곰은 야생에 살아야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PD는 "가장 두려운 것은 수컷보다도 새끼 데리고 있는 엄마곰이다. 엄마곰을 가장 조심해서 촬영해야 했다"고 말했다.
최정길 촬영감독은 "촬영에 집중하다 보면 곰이 가까이에 있는 건 알겠지만 사실 거리감이 없다. 바로 앞에서 발로 첨벙 하면 물이 튈 정도의 거리일 때도 있었다. 온몸이 쭈뼛하고 뒷목이 뻣뻣해지는 순간도 있었다"고 말했다.
곰과 가장 가까이서 촬영한 조철영 PD는 "사육곰과 스킨십도 하면서 촬영했지만 사육곰임에도 불구, 위압감이 상당했다. 실제로 만져본 곰의 털은 껄끄럽고 두껍고 발톱도 두껍고 무게도 상당했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지구 환경 파괴에 따른 생명체와의 공생 문제다. 김PD는 "곰들이 환경, 기후 변화를 힘들어한다는 데서 시작한 것은 맞다. 하지만 어떤 것을 찍겠다고 생각하고 갔을 때 찍힌느 것은 없다. 현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늘 만나게 된다. 현장에서 만나는 이야기를 잘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곰'은 프롤로그 방송인 '곰의 세상으로'를 시작으로 총 5부에 걸쳐 방송된다. 러시아 캄차카 쿠릴호수의 연어 사냥꾼 불곰들, 알래스카 최북단의 작은 시골 마을 칵토빅에 먹이를 찾으러 온 굶주린 북극곰 가족, 지리산 반달가슴곰과 사냥꾼이 놓은 올무에 발이 잘린 52번 올무곰, 만화 같은 귀여운 외모로 전 세계에서 사랑 받고 있는 판다까지 지구상 모든 곰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 외에도 곰 신화, 전설을 통해서 곰을 숭배하는 사람들, 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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