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김. 2013년 방송된 SBS 'K팝스타3' 준우승 이후 토이 유희열이 수장으로 있는 안테나에 둥지를 튼 10대 뮤지션은 3년 뒤인 2016년 열여덟 살의 나이에 자신의 이름을 건 첫 앨범으로 데뷔했다. 어린 나이답지 않은 천재적인 재능에 여러 분야의 러브콜이 쏟아졌고,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음악 작업을 이어온 샘김이 이번에는 데뷔 첫 정규 앨범으로 돌아왔다.
이번 앨범은 샘김이 데뷔 2년 6개월 만에 내놓는 첫 정규 앨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내놓은 음악적 완성도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그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을 의연하게 버텨낸 덕분이다.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후배 뮤지션을 바라보며 '줄탁동시'를 해 준 유희열이라는 든든한 존재 덕분임은 말할 것도 없다.
22일 오후 서울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정규 1집 '선앤문(Sun And Moon)'으로 돌아온 샘김의 쇼케이스가 열렸다.
샘김은 "OST 작업 등에도 참여했지만 내 개인 음악을 들고 나오는 것 자체가 긴장되고 떨린다. 여러분의 반응이 기대된다. 열심히 만들었으니 많이 들어주시면 좋겠다. 정규 1집을 만드는 과정이 비교적 오래 걸렸는데, 곡 하나씩 써가며 지냈다"고 말했다.
앨범 타이틀 '선앤문'은 모든 것에 존재하는 양면성을 의미한다. 샘김은 "행복과 슬픔, 빛과 어둠 등 대비되는 표현을 하고 싶었다. 두 가지 면이 서로 다른데 나도 그런 면을 갖고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샘김은 "'선' 쪽은 나의 화려하고 밝고, 장난스러운 면을 담고 있다면 '문' 쪽은 잘 보이려는 샘, 멋있어 보이려는 샘, 슬픈 샘이라 하겠다"고 설명했다.
앨범을 관통하는 철학은 샘김이 꼽은 애착 가는 수록곡, '무기력'의 탄생 비화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샘김은 "'무기력'을 썼을 때는 사춘기라고 하기도 애매한 시점이었는데, 나는 항상 긍정적이려 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살짝 힘든 시기가 다가온 것"이라며 "그때 당시 내가 느꼈던 어둠, 고통 이런 것들이 나에게 새로운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샘김은 "사실 무기력이라는 단어를 몰랐었다. 회사의 어느 분이 대화 도중 무기력이라는 단어를 쓰셨는데. 그게 딱 와닿더라. 그래서 바로 '무기력'이라는 곡을 썼다. 좀 힘들었을 때 쓴 곡"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감정 상태에 대해 샘김은 "지금은 좋다. 슬픔이라는 감정이 나에게는 없다고 생각해왔었는데 나에게 그런 면도 있구나 하는 걸 인정하고, 자신을 더 이상 속이려 하지 않고 인정하면서 더 행복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잇츠유(It’s you feat.ZICO)'는 샘김과 지코가 협업한 트랙으로 서로 다른 강점을 지닌 프로듀서끼리의 만남이 미묘하고 짜릿한 시너지로 표출된 알앤비 넘버다. 부드럽고 따듯한 어쿠스틱 감성을 기반으로 한층 성숙해진 스무살 샘김의 음악적 도약을 알리며 순수함을 위시한 사랑스러운 샘김의 캐릭터를 더욱 생동감있게 그려냈다.
샘김은 "그 중에서도 '잇츠유'를 강조하면서 들어봐달라고 했는데, 너무 마음에 든다고 같이 너무 하고 싶다고 해서 함게 작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선앤문' 파트1 타이틀곡인 '메이크업' 작업을 함께 한 크러쉬는 샘김이 꼽은 '최애' 뮤지션. 샘김은 "함께 작업한 분들 중 굳이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면 크러쉬 선배님을 선택하겠다. 1집뿐 아니라 이번 앨범에서도 도움을 많이 주셨다. 녹음실에도 들어오셔서 분위기 만들어주시고, 뮤직비디오 촬영 때도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너무 큰 힘이 됐고, 진짜 친형처럼 대해주고 존중해줬다. 너무 아끼고 좋아하는 형이다"라고 말했다.
안테나 식구들 중엔 정승환에게 심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샘김은 "이번에 정승환 형이 많이 힘이 되어줬다. '무기력' 작사도 도와줬고, 나는 승환이형을 친형처럼 생각해 존경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한데, 고민 상담도 해주고 가끔 집에 와서 맥주 한 잔 할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앨범에 대한 유희열의 반응도 언급했다. 샘김은 "대표님이 '우리가 선택을 잘 했다'고 하셨다. '우리는 음악을 선택했다'는 말씀을 하시더라. 그런 말씀이 감사하기도 했고, 잘 했다고 격려를 많이 해주셨다"고 말했다.
쇼케이스에는 유희열도 여지 없이 동석했다. 유희열은 "이번 앨범은 샘의 온전한 힘으로 만든 첫 앨범이라 생각한다. 샘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것 같다. 이제 진짜 아티스트가 된 것"이라며 "그러니 샘의 판단이 틀려도 맞는 것고, 최종 컨펌도 샘의 몫이다. 시스템적으로 대세나 트렌드를 맞춰 만들어나가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유희열은 특히 "샘은 그 나이대로는 상상도 할 수 없던 것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위에서도 '천재'라고 평하는 것"이라며 "그걸 믿고 더 열심히 해나가면 충분히 멋진 뮤지션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기력' 탄생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속내도 드러냈다. 유희열은 "샘이 한국에 온 게 열다섯 살 때였다. 혼자 한국에 와 얼마나 그립고, 두렵고, 떨렸겠는가. 샘이 힘들어하는 걸 보면서 '올 것이 왔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때 홍역을 치렀는데 어느날 갑자기 동굴 속을 확 빠져나오더라. 그 때부터 음악을 대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한번에 바뀌었다. 그런 모습이 이번 앨범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말했다.
유희열은 "샘의 어두운 면, 성숙해진 면이 모두 담긴 앨범이라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의 성적에 대한 기대보다 훨씬 만족스럽고, 마치 내 아들이 대견하게 잘 시간을 이겨낸 것 같아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이 크다"고 흐뭇해했다.
쇼케이스 말미 샘김은 "프로듀서로서 시작하는 단계다. 대한민국의 멋진 크러쉬 형, 지코 선배님 아이유 선배님 이런 분들처럼, 저도 그 멋진 뮤지션들 중 한 명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오
샘김은 전곡 작사, 작곡한 이번 음반을 통해 해와 달이 뜨는 낮과 밤처럼 서로 다른 감성과 장르가 일사분란하게 믹스 앤 매치되면서 탄탄한 음악적 오리지널리티와 만나 이루는 성장을 보여줄 예정이다. 앨범은 22일 오후 6시 발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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