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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새 없이 몰아치는 리듬 사이, 마치 춤 추듯 유려한 기타 선율에 뭇 청자의 마음 속 파도는 일렁임을 넘어 요동친다. 왠지 위로가 담긴듯한 선율에, 뒤엉킨 마음은 이내 누그러든다. 국내 집시기타 1호 연주자, 박주원 음악의 힘이다.
박주원이 모처럼 새 앨범을 들고 팬들 곁을 찾았다. 손에 들린 앨범은 2013년 발표한 3집 '캡틴' 이후 5년 만의 신보, 4집 '더 라스트 룸바(THE LAST RUMBA)'다.
전 곡 박주원의 창작곡으로 채워진 이번 앨범은 총 9트랙으로 구성돼 있다. 절정에 오른 박주원의 멜로디 감각과 완숙의 연주가 어우러졌다. 격정적인 감정과 경쾌함과 잔잔함을 넘나들지만 전반적으로 온기(溫氣), 따뜻함이 싸고 돈다.
7일 오후 서울 이태원 올댓재즈에서 앨범 발매 쇼케이스를 개최한 박주원은 "30대의 마지막을 보내며 내게 된 앨범"이라며 "마흔 되기 전에 하나 했구나, 기록을 하나 남겼구나 싶다"며 담담한 소감을 밝혔다.
앨범명 '더 라스트 룸바'에 대해 박주원은 "최후의 룸바라는 의미"라며 "비장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무대가 일상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 어느 순간부터 굉장히 소중하게 느껴지더라"며 "항상 연주할 때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연주하자는 마음가짐"이라고 설명했다.
앨범명과 동명의 타이틀곡 'The Last Rumba'는 숨쉴 틈 없이 몰아치는 멜로디에 대규모 스트링과 브라스 사운드까지 더해져 박주원 연주 음악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준다.
앨범에는 타이틀곡 외에도 박주원의 다채로운 생각이 멋드러지게 펼쳐져있다. 집시 음악에 판소리와 국악기(가야금, 해금)를 접목한 ‘Eurasia Express’는 북녘땅을 자유롭게 넘어 아시아 대륙을 지나 먼 유럽 끝까지 달려가고 싶은 원대한 꿈을 담은 곡. 젊은 소리 명인 유태평양이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국악을 접목시킨 데 대해 박주원은 "내가 국악을 깊게 알지는 못하지만 항상 연주하면서, 한국인이 연주하는 집시 음악은 한국인만이 낼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을 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10월 아침'은 마성의 디바, 윤시대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곡. 평소 접하기 힘든 윤시내의 차분하고 절제된 보컬은 박주원의 기타를 만나 남다른 여운을 남긴다. 박주원은 "부활 선배님들과 콜라보 하신 걸 보고 나도 한 번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폭발하는 곡을 의뢰드릴까 하다가 개인적으로 윤시내 선생님이 힘 빼고 부르는 걸 너무 좋아해서 잔잔한 곡을 드렸다"고 말했다.
존경하는 플라멩코 기타의 거장 비센테 아미고(vicente amigo)에 대한 헌정곡 '마에스트로, 아미고(Maestro, Amigo)'도 눈길을 끈다. 박주원은 "데뷔한 지 10년 정도 됐는데, 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뮤지션에게 바치는 곡이다. 시기별로 나도 음악색이 변하니까 좋아하는 뮤지션이 바뀌곤 했는데 솔로 활동을 하면서는 비센테 아미고를 많이 듣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내 손으로 소개하면 모양이 안 나오니까 누군가 비센테 아미고의 SNS에 이 곡을 올려주면 좋겠다"고 너스레 떨었다.
해군 출신인 박주원이 연평해전과 천안함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만든 'Song For The West Seamen'도 눈에 띄는 트랙이다. 추모곡임에도 불구, 밝은 슬픔을 표현한 데 대해 박주원은 "메이저 곡이기도 하고 너무 어둡게 표현하지 않으려 했다"고 발했다. 이어 "뻔히 생각하는 어두운 곡도 좋겠지만 이번에는 해병 장병들을 서해바다에 피어난, 하늘 위로 피어난 꽃에 비유했다. 장병들을 위해, 아름다운 멜로디를 전우들에게 바쳤다"고 말했다.
그는 "공교롭게도 내가 연평해전 발발 이틀 뒤 입대했고, 천안함 발발 이틀 뒤에 데뷔 콘서트를 했다. 기억에 남는 사건들이고, 군 생활 내내 연평해전의 슬픔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았다. 이병때는 나도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순직자가 나와도 별 감흥이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장병들의 희생에 대해 같이 슬퍼하게 됐다"며 곡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국내 1호 집시 기타리스트인 박주원. "가사는 없지만 연주를 통해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한다"는 그는 연주자로서는 좀처럼 확보하기 어려운 지지 기반, 열성 팬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내 곡이 기본적으로 많이 어렵게 느껴지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팬들 덕분에 콘서트도, 음반도 계속 할 수 있다"며 고마움을 돌린 박주원은 "어떤 앨범을 하던 최선을 다하지 않은 앨범이 없다. 나의 뜨거운 여름과 가을을 바친 앨범이다.
박주원은 앨범 발표를 기념해 오는 24일 마포아트센터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윤시내가 특별 게스트로 참가해 자신이 피처링한 '10월 아침'을 처음으로 라이브로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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