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면 속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습니다. 주인공, 그를 받쳐주는 다른 인물, 의미를 담고 있는 물건, 분위기를 설명해주는 빛과 그림자 까지 있죠. ‘안윤지의 PICK터뷰’에서 한 씬(scene)을 가장 빛나게 만든 주인공의 모든 걸 들려 드릴게요. <편집자주>
[MBN스타 안윤지 기자] 정말 순식간이었다. 영화 ‘완벽한 타인’(감독 이재규)에서 훌륭한 연기력으로 관객를 단번에 휘어잡아 이내 그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배우 윤경호는 크게 튀지 않지만 그렇다고 존재감이 없지 않은, 사람들 마음 속에 서서히 스며드는 법을 아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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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배우 윤경호는 MBN스타와 서면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매니지먼트 구 |
◇ 윤경호의 영배
지난달 31일 개봉한 영화 ‘완벽한 타인’은 오랜만의 커플 모임에서 한 명이 게임을 제안한다. 각자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통화 내용부터 문자와 이메일까지 모두 공유하는 것이다. 흔쾌히 게임을 시작하게 된 이들의 비밀이 들어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윤경호는 극 중 영배 역으로, 영화에 반전을 가져다주는 거대한 비밀을 지닌 사람이다. 실제로는 10살 차이 나는 선후배 사이였지만, 영화 내에서는 40년 지기 친구를 연기해야 했다.
“서로간의 앙상블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처음 뵙는 선배님들이고 나이 차이도 많이 나 자연스럽게 40년 지기 친구처럼 보여야 한다는 점이 중요했다. 내가 막내라서 다가가려고 노력했고, 선배님들도 편히 대해 주셨다.”
개봉 한지 일주일 채 되지 않았지만 이미 누적 관객수 100만을 기록한 ‘완벽한 타인’. 여기서 굳이 단점을 꼽자면 자극적인 소재를 언급할 수 있다. 특히 윤경호의 경우 이런 부분에 있어서 더욱 적극적으로 연기할 수 밖에 없는 인물이었다.
소위 막장이라고 불리는 이야기의 경우 배우들이 실제로 몰입을 못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연기하는 당사자가 상황이나 대사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윤경호는 어떻게 연기하려고 했을까.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비밀과 아픔을 표현하려고 했다. 내가 정말 말하기 힘든 부분을 친구들 앞에서 들켰을 때 오는 괴로움, 수치스러움을 표현하려고 했다. 또한 자극적이지 않으려고, 자극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연기를 했다. 자극적이라고 생각하고 연기를 하게 되면 불협화음이 생긴다든지 자연스럽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뒤를 생각하지 않고 연기하려 했다. 누구나 비밀은 있지 않은가! 누구에게나 말하지 못할 비밀은 있기 마련이고 나 역시 이것이 튀어나올 줄 모르게 연기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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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완벽한 타인’ 윤경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 PICK-SCENE ‘완벽한 타인’
‘완벽한 타인’ 속 영배가 가장 폭발하는 부분은 영화의 결말이다. 영배는 40년 동안 스스로만 앓아오던 비밀을 결국 친구들에게 털어놓는다. 영배의 고민은 단순히 그의 고민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영화를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가 되기도 한다.
“영배가 가지고 있는 고민이 밝혀지며 하는 대사가 인상 깊었다. 전반적으로 나의 대사가 많은 장면이었는데, 영화 통틀어서 대사가 제일 많은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고, 맨 마지막 장면이기 때문에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이 장면은 가장 극적이기 때문에 다소 의아함을 느낄 수 있으며 영배의 감정을 다라가지 않는다면 이해하기 어렵기도 했다. 하지만 윤경호는 훌륭히 소화했다. 특히 영배의 “내가 이래서 말 안 했던 거야”란 대사는 평범하지만, 그의 감정이 오롯이 느껴진다. 그의 비밀로 벌어지고만 혼란스러운 상황과 반응이 이미 예상했던 결론이고 결국 마음을 닫게 된 계기였다는 걸 한 마디로 표현했다.
“대사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처음부터 중간까지 모든 과정들이 힘을 받아서 와야 하는데, 영배에 대한 공감을 충분하게 끌고 와야지만 되는 부분이라 그 부분에 대해 가장 고민을 많이 했고 또 그 부분을 선배님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조진웅 선배님 같은 경우도 항상 그 씬에 대해 밤마다 같이 고민해주시면서 이런저런 아이디어도 많이 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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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완벽한 타인’ 윤경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 윤경호의 인생 PICK
윤경호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다름 아닌 가족과 함께 했던 때였다. 6개월간 진행됐던 영화 ‘군함도’ 촬영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온 그는 딸이 “아빠”라고 불렀던 때를 회상했다. 당시 윤경호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너무나 평온한 아침에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차린 밥상에, 촬영이 끝났으니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생각에 어떤 것부터 먹을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 아기가 너무 서러운 얼굴로 울면서 ‘아빠’라고 얘기하니까 목이 매일 정도로 행복했고, 6개월 동안의 피로가 다 풀리는 느낌이었다.”
윤경호는 영화 ‘완벽한 타인’의 인기를 이어받아 OCN ‘트랩’과 tvN ‘왕이 된 남자’로 얼마 남지 않은 2018년을 마무리한다.
‘트랩’은 유명 아나운서가 뜻하지 않은 음모에 휘말리며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로, 극 중 이야기의 서막을
“평소 사극을 너무 하고 싶었던 나로서는 너무 신나고 즐어운 작업이다. (‘트랩’ 뿐만 아니라 ‘왕이 된 남자’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최선을 다해 준비했으니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 안윤지 기자 gnpsk13@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