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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규 16집으로 컴백한 가수 이문세. 사진|유용석 기자 |
이문세가 새 앨범으로 돌아왔다. 벌써 열여섯번째 정규 앨범이다.
이문세 이름 석자만으로 20세기를 풍미했던 특유의 감성 발라드를 떠올린다면 이번 신곡이 주는 느낌은 다소 신선하다. 하지만 이문세는 지난 시절의 영광을 내려놓고 담담하게 2018년 현재 세계 음악 시장을 관통하는 트렌드를 탐구했고, 오롯이 '이문세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4050 세대에게는 여전히 반갑고, 1020 세대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음악으로 돌아왔다는 점은 그의 10년 후, 20년 후까지 내다볼 수 있게 하는 고무적인 바다.
이문세는 22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정규 16집 앨범 '비트윈 어스(Between Us)' 발매 기념 음악감상회를 개최했다.
이문세가 3년 반 만에 선보이는 정규앨범 'Between Us'는 모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열린 자세로 대하겠다는 이문세의 마음이자, 새로운 세대를 낯설지만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하는 열린 기성세대의 모습을 상징하는 앨범이다.
앨범은 헤이즈와 개코를 비롯해 화려한 콜라보레이션 라인업으로 이목을 끈다. 선우정아, 잔나비, 김윤희와 콜라보레이션 마지막 주인공인 임헌일 등 개성 강한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이날 이문세는 정규 앨범 발표에 대해 "요즘 음원시장은 일주일 천하가 아니라 2~3일 천하다. 앨범이라고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음반, 음원 시장 모두 녹록치 않지만 열심히 준비해서 앨범 내는 게 정기적인 작품 발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앨범이 얼마나 세상을 관통하고 세상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문세는 음악 하고 공연 하는 사람이니까 이를 멈출 수는 없고, 계속 꾸준히 하자고 생각했다"고 담담하게 밝혔다.
앨범 타이틀 '비트윈 어스'에 대해서는 "우리 사이, 대중과의 사이, 어디에나 간극, 깊이, 의미가 다르듯이 음악에도 음악적인 사이가 있다(는 의미)"라며 "이번에는 장안에서 곡 좀 쓴다는 사람들이 다 참여해주셨다. 후배들과의 관계가 그동안에는 서로 알고만 지냈는데, 음악적으로 만들어가는 사이가 된다는 것도 의미 있고 뜻깊다는 생각에 '비트윈 어스'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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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규 16집으로 컴백한 가수 이문세. 사진|유용석 기자 |
수록곡 셀렉팅은 '블라인드 초이스'로 진행됐다. 이문세는 "후배들과 작업을 했는데, 누구와 해야겠다, 이 사람이 트렌디하니까 해야겠다는 선입견 없이, 누가 쓴 곡인지에 대한 정보 없이 200곡에서 100곡, 50곡, 20곡으로 압축해갔다. 나중에서야 각 곡의 작곡가가 누구인지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 나와 친분이 있는 유명한 작곡가도 블라인드 면접에서 떨어진 분도 있다. 이름을 거론하면 두 번 죽이는 셈이기 때문에 (거론하지 않겠다)"면서 "이번 앨범에 같이 하지 못한 걸 아쉽게 생각하고, 이문세에게 곡을 주겠다고 했던 수많은 뮤지션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 중 타이틀곡 '희미해서'는 놓아버리지 못해 선명하게 아팠던 기억과 감정들이 시간이 지나 희미해져 아름다운 기억이 됐다는 내용을 담은 곡. 헤이즈가 작곡 및 피처링에 참여했다. 이문세는 "사실 이번에 헤이즈를 처음 알게 됐다. 블라인드 초이스 할 때, 어쩜 이렇게 목소리가 맑고 섹시할까 생각했다. 사실 그 분이 작곡가인 줄 몰랐다. 데모를 줄 때, 가수를 비롯해 노래 잘 하는 분이 하니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헤이즈더라"고 말했다.
이문세는 "어떻게 헤이즈의 음악을 흡수하고 소화할 지 고민을 했다. 앨범 수록곡 10곡 중 가장 많이 불러본 노래"라며 "애를 많이 먹인 만큼 값지게 결과물이 나온 곡이다. 헤이즈가 나에게 준 선물 같은 곡"이라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앨범 타이틀의 영감을 주기도 한 선우정아의 '우리사이' 탄생 비화는 특별하다. 이문세는 "앨범 수록곡이 다 세팅돼 있었는데 선우정아의 '우리사이'를 받게 됐다. 데모를 들어봤는데 너무 펑키하고 세련됐고, 감각적이었다. 그런데 나에게는 안 어울리는 것 같아 너무 좋은 곡임에도 불구하고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문세는 "그렇게 앨범 준비가 끝나갔는데, 회사 막내직원이 아주 조심스럽게 ''우리사이' 한번만 더 생각해보면 안되겠느냐' 묻더라. '형님이 부르면 참 따뜻할 것 같다'는 막내의 용기 있는 제안에, 집에 가면서 한 번 더 들어보겠다고 하고 들어봤는데 역시 내 노래 스타일은 아닌데, 곡이 굉장히 세련됐더라. 그래서 녹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곡은 '희미해져'와 함께 공동 타이틀곡이 됐다. 이문세는 "'우리사이'는 나중에 된 자가 크게 된다는 의미가 맞겠다. 열외의 한 곡을 추가했는데 그 곡을 만드는 과정에서 점점 완성도 있게 됐다. 데모 때보다 리얼 악기로 치면서 편곡이나 리듬이 완성도 있게 원하는대로 가고 있었다"면서 "내가 어설픈 옷을 입게 되는 건 아닐까 어색했는데, 이 노래는 정말 열심히 연구했다. 믹싱 다 끝내고 난 뒤에 프로듀서 이하 모든 팀원들과 공청회를 했는데 정말 세련되고 독특하다는 평을 받았다. 그래서 공동 타이틀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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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규 16집으로 컴백한 가수 이문세. 사진|유용석 기자 |
전작들에 비해 트렌디함이 강해진 데 대해서는 "대중은 이문세를 따뜻함 혹은 아름다운 슬픈 발라드를 하는 가수로 생각하시고 지금도 그걸 기대하신다. 그런데 그런 음악만 계속 하면 듣지 않는다. 예전 것만 들을 것이다"면서 "나도 발전해야 한다. 늘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발전하고. 트렌디함을 좇을 게 아니라 트렌디해지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문세는 2008년 대장암으로 사망한, 자신의 오랜 음악적 파트너 고(故) 이영훈 작곡가 관련 풍문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토로했다. 이문세는 이영훈 관련 좋지 않은 소문에 대해 '가짜뉴스'라 명명하며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이영훈과의 '비즈니스 파트너 관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문세는 "이영훈과 내가 '음악적 부부관계였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어쩌면 이렇게 궁합이 잘 맞을가. 하지만 영훈씨와 나의 생활이나 생각, 이념, 틀은 정말 많이 달라서 부부가 아니었기를 정말 잘했다고 농담식으로 이야기한 적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영훈과는 음악적 부분 외에는 정말 맞지 않는다. 품성이, 인격이 아니라, 취미활동, 선호하는 음식들 등이 다르기 때문에, 음악 할 때는 너무 둘 사이가 찰떡궁합처럼 만났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각자의 삶에 충실했었다. 그런데 그러다 영훈씨가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이문세는 "그런 거 있지 않나. 평생 나랑 같이 음악 해 라고 하다가도 이견이 생기면 다시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듯, 당시 이영훈과 나는 그런 단계였다. 이영훈도 자기 앨범 준비하고 이문세도 다른 사람과 준비할 때. 소원할 때도 있지 않나. 그런데 '몸이 안 좋은 것 같은데, 대장 쪽 잘 아는 병원 있느냐' 해서 주위에 수소문해봤고, 검사 받고 끝나려니 했는데 암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수술 받으면 끝날 거라고 걱정 말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문세는 "당시 영훈씨는 '옛사랑 프로젝트'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같이 작업하고 있진 않지만 뜨끈하게 필요할 때마다 서로 도움 주고받던 시기였는데, 대중이 보기에는 두 사람이 싸웠나봐, 이해관계가 없는 사이로 비춰졌나보다. 나는 나름대로 방송 하고 활동 했는데 어느날 영훈씨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다는 소식을 듣게 됐고, 이후 영훈씨가 세상 떠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문세는 "한쪽에서는 이문세가 잘 나갈 때는 챙기더니 병드니까 내팽개치고.. 그런 식으로 나를 매도한다. 물론 그런 시각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진실은 분명히 통한다고 생각한다. 내 삶의 정신이나 이런 걸 알아주시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런 그에게 이영훈은 어떤 음악가일까. 이문세는 "이영훈은 내 음악적 파트너다. 아직 계셨다면 이영훈씨에게 '이런거 힘들어요, 몇 곡 채워줘요' 했을 것 같다"며 "영훈씨처럼 내 마음을 꿰뚫어보고, 내가 잘 낼 수 있는 음을 멜로디로 표현할 수 있는 분은 지금까지 없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번 앨범에는 콜라보레이션뿐 아니라 'Free My Mind', '안달루시아', '리멤버 미(Remember Me)' 등 3곡의 자작곡도
이문세 정규 16집 '비트윈 어스(Between Us)'는 22일 오후 6시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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