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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서진은 나이가 드니 한결 편안해졌다며 보조개 미소를 보였다.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배우 이서진(47)은 예상보다 더 쿨했다. 거침없지만 가식이 없고 진중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오전에만 10개, 오후까지 무려 20개 정도의 약을 챙겨 먹는다는, 체력 저하로 연애도 못 하겠다는 웃픈 고백으로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드는 마성의 매력남이다.
영화 ‘완벽한 타인’(감독 이재규)에서 비밀이 많은 꽃중년 유부남으로 분한 그는 개인적으로는 로맨스 장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능청스러운 바람둥이 캐릭터가 특별히 마음에 든 건 아니다. 그렇다고 변화에 대한 부담감이나 배우로서의 욕심이 컸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왜 그는 무려 13년 만의 복귀 작으로 ‘완벽한 타인’을 택했을까.
그다운 심플하고도 명확한 답변이 돌아왔다. “감독과 배우들이 좋았다”는 이서진은 “이런 캐릭터를 꺼린 건 아니지만 딱히 제안 받은 적도 없었다. 그간 해왔던 단조로운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색깔인데다 멀티 캐스팅에 대한 호기심도 컸다”고 했다. 자신을 가장 잘 아는 감독,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 주고도 남을 좋은 배우들을 보니 본능적으로 끌렸다고.
“우리 영화에 한 명쯤 가벼운 인물이 필요했는데 그게 바로 저였어요. 문제의 중심에 있지만 정작 본인은 별 생각 없이 상황을 즐기는 시한폭탄 같은 캐릭터예요. 이런 역할을 제가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감독님이)예능을 통해 본 제 모습, 새롭게 알게 된 어떤 면들을 입혀 보고 싶었대요. 재미있을 것 같았죠. 나인 듯 내가 아닌, 묘한 호기심이랄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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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서진이 `완벽한 타인`으로 13년 만에 스크린으로 컴백했다.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
“촬영장 분위기가 일을 한다기 보단 친구들과 노는 느낌이었어요. 대부분 또래인데다 합숙까지 하다 보니 너무 친해져 나중엔 ‘우리끼리만 너무 신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웃음) 완성본을 보니 당시의 분위기, 우리의 진심이 잘 녹아들어간 것 같아요. 무엇보다 감독의 연출력이 기대 이상이었어요. 자기 작품에 만족스럽기가 참 힘든데 이번 작품만은 모두가 좋아했죠.”
그러면서 “유해진 조진웅 같은 경우는 연기에 있어 고뇌도 많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스타일이라 순간순간 놀라울 때도 많았다. 걱정스러울 정도로 몰입하더라”라며 “캐릭터 적으로도 그렇고 성격적으로도 나만 유난히 더 편하게 찍은 면도 있는 것 같다. 되돌아보니 너무 고민을 안 하고 즐겁게 찍은 같다”고 머리를 긁적이기도.
“이제는 꼭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보다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다”는 그는 “몇 년 전이었으면 조진웅이나 유해진의 역할을 하려고 했을 수도 있다. (웃음) 이젠 아니다. 안 해 본 역할, 새롭고 흥미로운 작품에 더 끌린다”며 특유의 개구진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영화에 참여할 땐 유독 조심스러운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스케일보단 소소하지만 공감이 가는 섬세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런 저런 이유로 시기를 놓치다보니 딱 맞는 작품을 만나지 못했죠. 그렇게 망설이기만 하다 보니 공백이 길어진 것 같아요. ‘멀티 캐스팅’이 대세인 만큼 앞으로는 좀 더 적극적으로 나의 역할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관객들과 만날 기회가 더 자주 왔으면 좋겠어요.”
자연스럽게 많은 걸 내려놓았다는, 그래서 한결 자유로워졌다는 그였다. 이서진은 “어릴 땐 솔직하고 까칠한 면이 많았고 그것이 비호감으로만 비춰졌는데 나이가 들면서 내려놓는 법을 배워서 그런지 스스로도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영석 PD와 함께 한 예능 덕분에 이제는 그런 면들을 매력으로 느끼시고 친숙하고 만만하게 봐주시는 분들도 많아졌다. 그래서 나 역시 한결 편안해졌고, (배우로서도) 좋은 기회가 생기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나이가 드는 게 아쉬울 때도 있지만, 배우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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