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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가시무라 아키코는 지난 6월부터 네이버 웹툰에 신작 ‘위장불륜’을 연재 중이다. 사진|강영국 기자 |
히가시무라 아키코(43)는 한국 웹툰시장에 진출한 일본 유명 작가다. 지난 6월부터 네이버 웹툰에 신작 ‘위장불륜’(僞裝不倫)을 연재 중이다. ‘위장불륜’은 서비스 후 화요 신작 웹툰 1위에 오르는 등 국경을 허물었다.
이 작품은 서울로 여행을 떠난 일본 여성이 옆자리 한국 남성에게 얼떨결에 자신을 기혼자라고 잘못 소개하면서 벌어지는 로맨스를 다뤘다.
최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히가시무라 아키코는 호기심 가득한 말괄량이 소녀 같았다. 솔직하고 유쾌하며 무엇보다 개그 센스가 넘쳤다. 웬만한 가요기자보다 더 K팝에 관심이 많았고, 한국 드라마와 예능도 섭렵 중이었다. 한국문화에 매료돼 웹툰시장까지 진출하게 됐다는 그는 “K팝과 한국 콘텐츠가 많은 영감과 아이디어를 주고 있다”고 예찬했다.
“디지털로 작업을 하는 건 처음이라 웹툰은 내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는 그는 “혹시 ‘어색해하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좋아하고 응원해줘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했다.
특히 ‘위장불륜’에 대해 “일본 여자가 여행 와서 한국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었다”며 “남자 주인공이 스물 다섯인데 남태현을 주인공으로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Q. ‘위장불륜’ 제목이 특이하다.
-제목이 특이해야 주목 받지 않나. 사실 제목을 ‘러브스토리 인 서울’이라고 해도 괜찮았다. 그래도 너무 식상해 보이니까. 뒤로 가면 왜 제목이 위장 불륜인지 알게 될 거다. 미혼인 여자가 남자에게 결혼한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위장 불륜이 되는 건데, 그 이유가 나중에 나온다. 일본에선 30대 초반 여성들 중 결혼한 여자가 안한 여자보다 좀 더 안정되고 나은 느낌을 주는 풍토가 있다. 댓글을 보면 팬들이 웹툰과 관련해 일본 문화나 정서를 설명해주고 교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33살인데 결혼 안 했다고 뭐라 하는 게 이해 안 된다’는 반응도 있더라.
Q.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인가.
-일본 여성들이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본다. 사실 한국 남자에 대한 환상이 있다. 멋진 남성은 드라마 속에만 있다고 하지 않나. 근데 한국 여행을 오면 멋진 남자들이 엄청 많더라. 한국 남자들은 잘 생기고 키도 크고 헤어 스타일도 매력적이다. 일본에선 결혼 적령기가 되면 주위에서 압박을 많이 받는다. 이런 일본 여자가 결혼 스트레스로 인해 한국에 여행 와서 한국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를 그려보고 싶었다.
Q. 일본 만화가 최초로 네이버에 웹툰을 게재하고 있는데.
-일본 젊은이들도 한국 웹툰을 많이 보고 있다. 일본 잡지도 예전엔 전성기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 일본 젊은이들도 만화 잡지를 잘 보지 않는다. 후쿠오카의 한 중학교에서 강연한 적이 있는데 ‘월간 만화 보고 있는 사람 손 들어봐’ 하니 40명 중 2명밖에 안되더라. 근데 웹툰 ‘외모지상주의’는 거의 다 알더라. 그때 큰 충격을 받았다. 디지털로 작업을 하는 건 처음인데 웹툰은 내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위장불륜’은 작년 12월 중반부터 일본 웹툰 플랫폼 조이(XOY)에서 먼저 연재를 시작했고 한국 연재를 전제로 시작한 거였다. 네이버에선 6월부터 게재됐다.
Q. 웹툰은 작업방식이 달라 어려운 점은 없었나.
-일본에선 반대로 책을 보니까 말 풍선 위치도 다르고 글자도 세로로 들어간다. 처음엔 힘들었다. 연재를 시작한 후 매주 회사에서 댓글을 번역해 보내줬다. 한국 독자들에게 ‘어색해하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좋아하고 응원해줘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
Q. 강동원 팬으로 알려져 있다. 혹시 남자 주인공은 강동원을 염두에 두고 그린 건가?
-다른 만화에선 강동원에 빗대어 많이 그렸다. ‘위장불륜’도 강동원을 모델로 하고 싶었는데, 남자 주인공이 스물 다섯이다. 사실 남태현을 모델로 했다.
Q. 드라마로 제작된다면 누가 주인공으로 캐스팅 됐으면 하나.
-K팝 스타가 연기해줬으면 좋겠다. 강동원은 너무 비싸서 못 쓰는 거 아닌가.(웃음) 강동원과 2PM 찬성은 나의 워너비다. 내 팬들은 다 안다.
Q. 왜 강동원 팬이 됐나?
-도쿄 신오쿠보 한국인 거리를 자주 가는데, 한 고깃집에 어떤 남자 사진이 붙어 있더라. 너무 놀라 ‘이 남자 누구야?’ 물어봤더니 강동원이라고 알려주더라. 이후 사랑하게 됐다.(웃음) 여러 잡지 인터뷰 때마다 ‘내가 강동원을 너무 좋아한다’고 막 소문을 내가 다녔다. 그랬더니 드디어 지난해 엘르(ELLE) JAPAN에서 연락이 왔더라.
Q. 그래서 실제로 만난 강동원은 어땠나
-굉장히 젠틀했다. ‘해파리 공주’ ‘도쿄 후회망상 아가씨’ ‘엄마는 텐파리스트’ 등 내 만화를 봤다고 해서 대화가 더 잘 됐다. 그 중에서도 내 자전적 이야기인 ‘엄마는 텐파리스트’를 가장 좋아한다고 해 반갑고 기뻤다.
Q. ‘엄마는 텐파리스트’는 어떤 내용인가
-코미디다. 실제 내가 아들을 키우면서 있었던 이야기를 그린 만화다. 몇 년 전 한국에서도 번역 돼 나왔는데 절판됐다. 재판 요청이 와서 곧 다시 출간될 예정이다.
Q. ‘해파리공주’나 ‘도쿄 타라레바 아가씨’는 일본에서 드라마로 제작돼 히트했다. 한국에서 드라마로 제작됐으면 하는 작품이 있다면.
-‘엄마는 텐파리스트’가 정말 재밌다. 엄마의 고군분투기는 세계 어디서나 공통분모다. 한국에서도 드라마로 제작되면 시청자들이 많이 공감할 것 같다. ‘도쿄 타라라베 아가씨’는 일본에서 작년 초에 방송됐는데 반응이 좋았다. 30대 여성의 연애, 결혼 이야기인데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로 감동과 재미 둘 다 있다.
Q. 본인 작품이 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하나.
-공감이다. 작업할 때도 이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 일 같고 나에게도 일어날 법한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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