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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목드라마 ‘시간’이 32회의 여정을 힘겹게 마쳤다. 방송 전부터 주연 배우 태도 논란으로 요란하게 출발한 드라마는 급기야 주연 배우 중도하차라는 초미의 사태까지 직면해 쉽지 않은 두 달을 보냈다. 저조한 시청률과 별개로 뜨겁디 뜨거운 시청자 반응은 ‘시간’의 유일한 위로였다.
‘시간’은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한 남자가 자신 때문에 인생이 망가진 여자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며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20일 연속 방송된 ‘시간’은 설지현(서현 분)이 ‘돈’으로 묻혀버렸던 ‘죽음의 진실’을 만천하에 폭로한 뒤, ‘희망’을 찾아 떠나는 감동의 엔딩으로 마무리됐다.
마지막 회에서 지현은 어깨의 총상까지 견뎌가며 증거를 확보해 법망을 피해갔던 대기업 총수를 단죄하는 모습으로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천회장(최종환 분)은 끝까지 발뺌하려 했으나 은채아(황승언 분)와 신민석(김준한 분)이 잘못을 인정하고 죗값을 치르게 되면서 천회장의 만행도 끝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드라마는 동생과 엄마, 마음을 나눈 조력자의 죽음이라는 쉽지 않은 여정에도 중심을 잃지 않고 꿋꿋이 진실 찾기에 나선 지현이 끝내 홀로 서면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평균 3%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한 이 드라마는 방송 시작 전 김정현의 태도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제작발표회 당시 캐릭터에 과하게 몰입한 모습을 보여 누리꾼들의 질타를 받았던 것. 당시 김정현은 "평소에도 캐릭터에 완벽하게 젖어들어 살고 있다"고 밝혔을 정도로 캐릭터에 온통 몰입한 상태지만 정작 드라마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다소 부적절한 언행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뚜껑이 열린 뒤엔 실제로 놀라울 정도의 메소드 연기를 선보이며 뒷말을 불식시켰다. 김정현은 그 자신을 지워내고 오직 '시간' 속 천수호로 완벽하게 태어나면서 냉정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던 시청자들마저 설득시켰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그의 건강은 점차 악화돼갔고 급기야 드라마가 절반이나 남았음에도 중도하차라는 뜻밖의 결단을 내리게 됐다. 심적, 육체적 건강이 여의치 않아 드라마가 5부능선을 겨우 넘었을 시점, 중도하차를 공식 발표했고 주연임에도 불구, 주어진 설정을 다 채우지 못한 채 드라마를 떠났다.
김정현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공은 서현에게 다가왔다. 서현에게 '시간'은 데뷔 첫 주중 미니시리즈 주연작이라는 점에서 크게 다가왔을 작품이지만 김정현의 뜻밖의 부재로 극 말미에는 그의 몫까지 해내야 하므로 이중고를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서현은 우직하게 이 미션을 해냈다. 초반부터 생의 ‘희노애락’을 모두 표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극적인 열연을 펼친 서현은 극 막바지에는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죽음까지 각오하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진폭이 큰 캐릭터였던데다 드라마 내부적인 우환이 컸음에도 불구, 흔들림 없이 자신의 캐릭터와 작품에 집중한 서현은 흐트러지지 않고 끝까지 주연의 책무를 다 해냈다는 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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