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공’ 유재명과 지수의 브로맨스가 가을밤을 적셨다. 묘하면서도 잔잔한 그들의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마음을 놓았다. 동명의 웹툰을 드라마화한 2부작 ‘탁구공’은 한 대학생이 의문의 노숙자를 만나 이루지 못한 지난 사랑에 대해 동질감을 얻는 버디 드라마다.
방송 후 “한편의 예술 영화를 보는 느낌”이라는 호평이 이어졌다. 하지만 시청률에선 아쉬움을 남겼다. 18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송한 ‘탁구공’ 첫회는 1.5%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17일 방영된 2018 JTBC 드라마페스타 ‘탁구공’(극본 박지원, 연출 김상호, 제작 드라마하우스, 2부작) 첫 회에서는 개천 노숙자 김득환(유재명)과 철학과 대학생 김영준(지수)의 첫 만남이 이루어졌다.
공통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두 사람이 이루지 못한 사랑의 감정을 매개로 감춰두었던 속마음을 서로에게 꺼내놓으며 동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개천에서 이뤄졌다. 영준은 좋아하는 여자 인하(해령)에게 “나 좋아하는 사람 있어. 네가 고백하는 바람에 이제 친구로 지내기도 애매해졌어 솔직히 짜증나”라고 매몰차게 거절을 당한 후 개천 주변 산책로를 달렸다.
인근에서는 개천 쪽에 살던 노숙자의 시신이 발견돼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 그러나 영준은 개의치 않고 달렸고, 결국 탈진해 의식을 잃고 둔덕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이런 그를 발견한 사람은 득환이었다. 그는 개천에 마련한 자신의 보금자리인 간이텐트로 영준을 옮겨 놓았고, 눈을 뜬 영준은 낯선 풍경과 섬뜩한 표정의 득환의 얼굴을 보고는 지레 겁을 먹고 경계했다. 득환은 갑자기 굳은 표정을 풀고 히죽 웃으며 “반가워”라고 첫인사를 건넸다.
잃어버린 지갑을 찾기 위해 다시 득환의 간이텐트를 찾은 영준. 그렇게 득환이 생활하는 공간을 둘러보게 됐고, 노숙하는 곳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나름의 인테리어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영준은 득환에게 “지하배수로에서 누가 죽었다던데 못 들으셨어요? 방음이 꽤 잘 되나 봐요?”라고 득환을 자극했지만, 득환은 별로 동요하지 않았다. 되레 영준에게 “다시 올거면 술 한 병이랑 읽을 책 좀 가져와”라고 당당히 요구했다.
영준은 양주 한 병과 책을 한 권 들고 다시 간이텐트를 찾았다. 득환은 개천으로 붉은 핏물이 밴 옷을 빨고 있었다. 영준은 “아저씨가 죽였어요?”라고 직구를 던졌다. 득환은 동요하지 않았다. “이렇게 외진 곳에서 한 명만 죽였을까?”라는 농을 던지면서.
영준의 선물에 기분이 좋아진 득환은 영준을 손님 대접해주고, 두 사람은 밤이 되도록 함께 시간을 보냈다. 득환은 영준에게 “가만히 있어도 더위 먹을 것 같은 오밤중에 왜 자꾸 뜀박질을 하는 건데?”라고 물었다. 따로 답을 하지 않았지만, 로맨스 소설은 안 읽는다는 영준의 말에 득환은 피식 웃으며 “왜 그러나 했더니 사랑 때문이구만?”이라고 단숨에 영준을 파악했다. 자기도 모르게 득환에게 연애사를 고백한 영준에게 득환도 “내 전 부인이 저기 저 아파트에 살고 있지”라고 숨겨놨던 사연을 털어놓았다. 왜 여기 이러고 있냐는 질문엔 “내 머릿속에는 요만한 탁구공이 있거든”이라는 의뭉스러운 말만 늘어놓으면서 말이다.
영준은 그의 말이 진실일까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득환이 갑자기 머리를 잡으며 쓰러져 경련을 일으키자 곁을 지켰다. 불이 꺼지지 않는 전 부인의 아파트를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득환을 보며 결심한 듯 물었다. “바꿔보실 생각 있으세
이들의 묘한 브로맨스는 어떤 엔딩을 맞이할까. 마지막회는 오늘(18일) 밤 11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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