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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가 곧 스토리고 캐릭터이자 영화 그 자체다.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 시킨 고구려행 논스톱 전투열차에 탑승하는 순간 내릴 구간은 없다. 한 없이 올라가는 속도에 다소 어지러움을 느낄 수도 있지만 긴장감을 놓을 새란 없다. 어느새 ’안시성’의 치열한 전장 속에 도달한 상태일 테다.
서기 645년. 천하를 손에 넣으려는 당 태종 이세민(박성웅)은 20만 대군을 동원해 고구려를 침략한다. 성들이 차례로 함락돼 가는 가운데 평양성으로 가기 전 마지막 남은 안시성의 성주 양만춘(조인성)은 5,000명의 군사를 이끌고 목숨을 건 결사 항전에 나선다.
동아시아 전쟁사에서 가장 극적이고 위대한 승리로 전해지는 88일간의 전투를 스크린에 옮겨 놓은영화는 그야말로 전투로 시작해 전투로 끝난다. 주팔산 전투 신으로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더니 이후 두 번의 공성전을 거쳐 마지막의 토산 전투까지 거침 없이 달리고 또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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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공격에서는 기막힌 전술과 치밀한 방어막으로, 보다 강력해진 2차 침략에선 양만춘의 영웅적인 활약으로 위기를 이겨낸다. 대적 불가로 보였던 성 앞 토성쌓기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운 3차 공습은 모두의 힘으로 극적인 승리를 이끌어낸다.
이 과정은 가히 전투액션의 신세계라고 표현할 만큼 모든 면에서 역대급이다. 거대한 스케일은 말할 것도 없고 스카이워커, 드론, 로봇암, 팬텀, 러시안암 등 최첨단 촬영 장비들을 이용해 생생하고도 압도적이며 스타일리시하기까지 하다.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조인성과 배성우(추수지 역)의 관계를 비롯해 ’애증의 덤앤더머’ 박병은(풍 역)과 오대환(활보 역), 피 튀기는 전장 안에서도 풋풋한 멜로로 마성의 쉼표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엄태구(파소 역)와 설현(백하)까지. 다채로운 캐릭터의 똑똑한 활용 역시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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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조인성의 현대적인 특유의 톤은 다소 호불호가 엇갈릴 지점이다. 정감있고 소탈한 양만춘을 표현하는 데는 강력한 무기가 됐지만 전장에서의 장엄한 카리스마를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다소 약점이 될 여지도 있다. 특히 결전의 순간을 앞두고 감동의 연설을 할 적엔 그 묵직함의 울림이 반감되기도 한다. 다양하고도 저마다의 개성이 살아있는 캐릭터들의 향연이 반가운 가운데
자랑스러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한 스케일로 우직하게 그려낸, 스펙터클한 볼거리들을 투박한듯 오밀조밀하게 담은, 할리우드가 부럽지 않은 한국판 블록버스터 사극의 탄생이다. 오는 19일 개봉. 12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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