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민의 시그니처 사극 ‘조선명탐정’이 진화한다면 바로 이런 모습일까. ‘괴물’ 이후 오랜 만에 만나는 한국형 크리쳐 액션 ‘물괴’에게서 그동안 본 적 없는 신선함과 동시에 어쩐지 익숙한 ‘조선명탐정’의 향기가 함께 느껴진다. 결과적으로 관객 입장에서는 실보단 득이다.
영화 ‘물괴’(감독 허종호)는 중종 22년, 역병을 품은 괴이한 짐승 ‘물괴’를 잡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이들의 사투를 담은 크리쳐 액션 사극이다.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괴이한 생명체 ‘물괴’를 소재로 감독의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흥미롭고도 신선한 작품으로 완성됐다.
누군가는 ‘허상’이라고 여기지만 온 백성의 가슴엔 ‘공포의 대상’으로 각인된 괴이한 짐승 ‘물괴’. 역사적 기록으로만 남겨진 정체불명의 짐승이 조선의 심장 아래 살고 있다는 설정에 그것을 추적해가는 강력한 스릴을 입혔다.
다만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 김명민의 캐릭터는 어쩔 수 없이 ‘조선명탐정’을 떠올리게 한다. 오달수와의 콤비 플레이를 살짝 다른 결로 표현 해놓은 듯한 김인권과의 브로맨스, 여기의 홍일점 혜리와 보너스 캐릭터 최우식의 합류까지. 나라의 혼란을 잠재우고 소중한 이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수색대 4인방’이 미궁의 사건을 해결해가는 기본 골자가 ‘조선명탐정’의 업그레이드판을 보는 듯하다.
독특한 소재와 신선한 설정, ‘크리쳐 무비’라는 새로운 도전, 여기에 국내 인기 시리즈물 캐릭터의 친숙한 잔향인 똑똑하게 어우러져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남녀노소 전 세대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한국형 오락 사극의 탄생이랄까.
김명민은 이번에도 ‘연기 본좌’다운 흡입력으로 우직하게 극을 이끌어간다. 임금을 가장 가까이서 모셨던 옛 내금위장의 카리스마와 따뜻한 심정을 바탕으로 김인권과는 한층 업그레이드 된 브로맨스를, 혜리와는 뜨거운 부녀의 정을 입체적으로 표현해낸다.
스크린에 첫 데뷔하는 혜리의 사극 연기는 때때로 튀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이 높아 흐름을 깨는 정도는 아니다. 특히 최우식과의 호흡은 풋풋하면서도 사랑스럽게 잘 맞아 떨어져 영화의 은근한 ‘쉼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감독의 탁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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