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영화가 모든 관객을 만족시킬 순 없다지만, 그럼에도 장르적 특성에 맞게, 감독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도록 잘 빚어진 영화는 결국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고야 만다. 엄청난 제작비, 누구나 아는 톱스타 캐스팅, 요란한 홍보가 없이도 말이다. 영화 ‘서치’의 경우처럼.
지난 29일 동시 개봉한 ‘서치’(아니쉬 차간티 감독)가 ‘상류사회’(변혁 감독)를 꺾고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 역주행에 성공했다.
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에 따르면 ‘서치’는 2일 하루 동안 20만 6145명의 관객을 동원해 누적관객수 57만 0877명을 나타났다.
작품에 대한 관련 정보가 너무나 미약해 상대적 열세였던 작품은 개봉 당시 3위로 출발, 예매율도 ‘상류사회’에 밀렸지만 베일을 벗은 뒤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금세 ‘상류사회’를 추월했다.
부재중 전화 3통만을 남기고 사라진 딸, 그녀의 SNS에 남겨진 흔적을 통해 행방을 찾기 시작한 아빠가 발견한 뜻밖의 진실을 그린 추적 스릴러 ‘서치’는 OS 운영 체제를 비롯해 페이스북, 구글, 스카이프, CCTV 화면 등으로만 구성된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작품이다.
스크린 라이프를 통해 리얼리티를 살렸고 탄탄한 전개 속에 속도감도 상당하다. 사라진 딸 마고의 탄생과 유년 시절, 가족에게 닥쳐온 어두운 위기 등을 영상통화, 스케줄러, 홈 비디오, 문자 메시지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촘촘한 스토리 구성으로 관객들을 완벽하게 몰입시키며 내적인 탄탄함이 받쳐주니 이를 둘러싼 파격적인 시도들이 제대로 시너지를 낸다. 온라인 세상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 진정한 의미의 ‘소통’과 이를 통한 ‘치유’에 대한 시선 역시 공감할 만하다. 현대인을 공포에 몰아넣는 불편한 사회적 이면에 대해서도 적절한 수위로 녹여낸다.
진부한 메시지와 일차원적인 주제의식, 현실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한 비현실적 전개가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가운데 수위 높은 파격적인 정사신만 영화의 상징으로 남았다. 감독의 메시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사용돼야 할 장치가 결국 영화의 모든 메시지를 집어 삼켜 ‘주객전도’가 됐으니 제대로 읽힐 리가 없다.
어떤 의도로 만들었냐도 중요하지만 그 의도가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되냐가 더욱 중요하거늘, 배우와 감독의 쏟아지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대한 혹평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기댈 건 역시나 수애와 박해일, 그리고 라미란 윤제문 이진욱 등 배우들의 연기뿐.
결국 2위로 첫 출발한 영화는 3위로 밀려났고, 예매율 또한 대폭 줄었다. 영화 속 맛깔스러운 대사나, 통쾌한 한 방,
‘파격’의 좋은 예와 나쁜 예를 여실히 보여주는 두 작품이다. 시작은 앞서갔지만 결국엔 밀려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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