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지켜야 할 선에 관한 이야기다. ‘욕망의 노예’가 되지 말자는 각성을 말하고 싶었다 -변혁 감독”
배우 수애의 역대급 강렬한 변신, 그리고 박해일과의 첫 호흡으로 기대를 모은 영화 ‘상류사회’가 오늘(29) 관객들과 만난다. 개봉 전 엇갈린 평가 속에서 '문제작'으로 등극한 영화는 관객들의 어떤 평가를 받을까.
영화는 ‘오감도’ ‘주홍글씨’ 등을 연출한 변혁 감독이 9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각자의 욕망으로 얼룩진 부부가 아름답고도 추악한 ‘상류사회’로 들어가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대한민국 최상류층의 민낯과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한편, 그들의 추악함을 비난하면서도 그들의 세계를 동경하는 양면성을 다루고자 한다.
특히 수애는 이번 작품에서 성공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야심가, ‘수연’으로 분해 역대급 파격 변신을 감행한다.
이 부부의 가장 특이한 점은 협심하는 ‘공조’ 보단 각자의 성공에 따른 ‘윈-윈’을 추구한다는 점. 통상 남편이 정치가에 입문하면 아내는 평소보다 더 행동을 조심하고, 안 하던 고상도 더 떠는 게 흔한 그림이지만 수연은 남편의 야망과는 별개로 자신의 성공을 이루기 위해 더 과감해진다. 옛 연인과의 불륜, 업계 평판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듯한 거침없는 언행과 동료들과의 불화까지. 재벌가 비자금 조성과 관련 검찰의 의심을 받자, “조심하라. 그렇게까지 더러운 일이라면 관둬라”라는 남편에게 “내 꿈은 xx이냐”라며 직구를 날린다.
영화 속 그려지는 상류사회는 ‘가장 아름답지만 가장 추악한 곳’이라는 감독의 설명과는 달리 그다지 복합적이지 않다. 요즘 현대인들이 보다 높이 오르고 성공하고 싶은, 그것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어떤 '완성형'을 조금도 담지 못한다. 그저 일차원적이고 어설프고 역겹기만 하다. 그런 곳에 입성하기 위해, 그들을 넘어서기 위해 거침 없이 달려드는 수연의 욕망과 행동은 사실 공감할 만한 수위를 넘어선다. 당차고 주체적이던 초반의 캐릭터는 갈수록 무모하고 비현실적인 방향으로 흘러가 점차 몰입이 힘들어진다.
모든 이야기는 예상 가능한 전개로 흘러간다. 태준의 상상을 뛰어 넘는 부정부패의 끝판인 정치판, 후견인을 빙자한 조폭 그리고 재벌과의 검은 커넥션. 그 불편한 진실을 목도하며 점차 자각하게 되는 태준과 오히려 더욱 더 헤어 나올 수 없는 늪으로 빠져 버리는 수연. 두 사람은 극심한 갈등 끝에 회심의 반격을 노리게 된다.
김강우 라미란 윤제문 장소연 등 베테랑 조연들을 비롯해 박해일 그리고 수애는 가히 믿고 보는 배우다운 연기를 펼치지만 작품성이 이에 미치질 못한다. 수연을 연기한 수애는 아름다운 비주얼은 물론 내면에 숨겨진 탐욕, 선은 넘는 순간부터 거침없이 나락으로 추락해버리는 내적 갈등을 세밀하게 연기해낸다. 라미란 역시 늘 접하는 밉상 금수저 상사를 자신만의 색깔로 한층 업그레이드 시킨다. 그나마 가장 몰입할 여지가 있는 태준을 연기한 박해일 또한 그렇다. 그래서 다 아쉽다. 진부한 소재와 놀랍지 않는 메시지를 각종 포장지로 애워싼 전개에도
영화는 29일 개봉한다.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1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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