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낄 때, 비로소 무용수들의 몸짓과 그들을 감싼 공기를 완전하게 공유할 수 있다. 어렵다는 두려움도, ‘이것이 현대무용이다’는 의식마저 내려놓게 만드는, 진정으로 춤을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들이 모인 곳, ‘New Dance for Asia International Festival’에서라면 가능하다.
지난 16일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아시아의 대표 컨템포러리 댄스 축제인 ‘New Dance for Asia International Festival’(이하 NDA)의 막이 올랐다. 이 가운데서도 유수의 해외 축제에서 발굴한 신선한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소개하는 ‘Asia Festival Exchange’의 무대가 23일 밤 관객들의 마음을 홀렸다.
이날 공연은 ‘트리거’(무용수 안나마리아 아모네, 이탈리아) ‘나카’(고쇼우, 싱카폴‧마이 쿠보타, 일본) ‘UIRO URI’(히나코 타이라&사토코 후쿠다, 일본) ‘두 배의 무게’(진 신&리 유에, 중국) 순으로 이어졌다. 매 작품이 전혀 다른 색깔을 품고 있어 아시아 현대무용의 다채로운 매력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안나마리아 아모네의 ‘트리거’는 아주 사소한 장치도 없이 그저 무용수의 몸과 춤으로 모든 걸 압도한다. ‘현대무용’의 민낯 그 자체를 우직하게 보여주는 그의 움직임은 오감이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하는 동시에 끝나고 난 뒤 알 수 없는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녀의 발길이 닿는 곳은 어느새 하나의 새로운 길이 되고, 시스템은 공간의 지리적 조건을 재형성하고 그 역도 성립시킨다. 제한된 시간 안에 공간을 ‘장소’로 바꾸고 쉼터, 건널목 혹은 몸의 둥지가 돼 끊임없이 공간 안팎을 확장시킨다. 공간 그 자체로, 그녀의 몸짓 그것만으로도 완벽한 예술이 되는 것.
한층 익살스럽고 독특한 색깔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 ‘UIRO URI’를 비롯해 역동적인 몸짓의 끝을 보여준 ‘두 배의 무게’ 또한 극과극 매력으로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시킨다.
공연은 난해하지만 보편적인 ‘명제’를 그들만의 몸짓으로, 예술로, 열정으로 버무려 관객들과 대화한다. 응답하고 싶다면, 함께 공유하고 싶다면, 그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즐기면 된다. ‘어렵다 쉽다’ ‘저 몸짓의 의미가 무엇이다’ ‘잘 한다 못 한다’ 등의 판단이 아닌 그들의 뛰는 몸짓과 나의 뛰는 심장에만 오롯이 귀를 기울이면 된다. 작은 무대 위에 넘쳐 흐르는 그들의 열정이 느껴지지 않는가, 진심은 언제나 통하는 법이다.
한편, 민간 독립무용단체 ‘데시그나레 무브먼트’가 주최하는 올해의 ‘NDA’는 다양한 아시아의 현대 무용가들은 물론 스페인, 이탈리아 등 총 13개국의 해외 초청 19팀과 국내 15개팀이 참여한다.
아시아 각국의 단체 및 독립 무용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Asia Contemporary Dacne Series’를 시작으로 NDA 축제와 협력돼 있는 해외 축제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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