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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공작`으로 컴백한 배우 황정민. 제공|CJ엔터테인먼트 |
최고의 배우 황정민(48)이 한국 최고의 스파이 ‘흑금성’으로 분했다. 첩보 영화 ‘공작’(감독 윤종빈)을 통해서다. 동료 연기신들도 부러워하는 ‘천생광대’,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국민배우, 타고난 감성과 치열한 노력을 모두 가진 그이지만 이번 작업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웠단다. 심지어 ’학생’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고.
최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황정민은 한국형 스파이물 ‘공작’ 개봉을 앞두고 촬영 중 겪은 각종 난관들을 떠올렸다. 자신이 연기한 실존 인물 박채서 씨를 만났던 당시 느낌부터 예상치 못한 매너리즘, 역할에 대한 고민 등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역시나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배우다.
영화는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흑금성’은 199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안기부가 주도한 북풍 공작 중 하나인 일명 ’흑금성 사건’ 실화에 바탕을 둔만큼 1993년부터 2005년까지 남북 관계가 북핵 이슈로 인해 전쟁 직전의 긴장감으로 치달아 한반도가 세계의 화약고였던 때부터 남북정상회담 이후 화해 무드가 조성되는 시기까지를 아우른다.
이미 지난 5월 열린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선 공개돼 해외 유력 매체들로부터 "스타일리시하고 매혹적이다", "‘말은 총보다 강력하다", "‘진정한 웰메이드" 등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정보사 소령 출신으로 안기부에 대북공작원으로 스카우트된 박석영 역을 맡았다. 실 존 인물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이며 ‘역시 황정민’이란 수식어를 이끌어낸 그는 “촬영 전 박채서 씨를 직접 만났다. 어떤 분인지 정말 궁금했는데 첫 인상부터 너무나 강렬했다. 흔히 상대를 처음 만날 때 눈을 보고, 눈을 보면 어떤 성향인지 심리를 파악하게 되는데 전혀 읽을 수 없더라. 턱 막히는 벽 같은 느낌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공작’을 연기할 때는 ’상대방이 눈을 읽을 수 없는 저 느낌을 어떻게 표현하지?’가 목표였어요. 극 중 박석영은 여기 나온 인물들을 모두 만나야 하기 때문에 절대로 도드라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전작을 봤을 때 ’부당거래’ 최철기 형사처럼(?) 묵직하게 극을 끌고 나가길 바랐어요. 첩보원이고 1인 2역 같은 행세를 하지만 선을 조금만 넘어도 영화가 산으로 갈 것만 같았거든요. 분명 연기할 거리가 많지만 그런 것들을 누르려고 했고 모든 욕심을 다 내려놓고 했어요.”
↑ 황정민은 `공작`에서 몸이 아닌 입으로 `구강액션`을 선보인다. 제공| CJ엔터테인먼트 |
“특별히 정통 스파이물에 대한 ’로망’ 같은 게 있진 않았어요. 그저 이 사건에 대해 궁금한 게 제일 먼저였던 것 같아요. 궁금해서 더 파다 보니 민낯을 보게 되고, 사실들을 알게 됐다는 면이 그랬어요.”
다른 첩보물과 달리 몸이 아닌 입으로, 집요한 ’구강액션’을 펼친 소감을 묻자 “이렇게까지 어려울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며 멋쩍게 웃는다. 이어 “그냥 대사를 외워서 하면 되겠다고 쉽게 생각했었다. 감독님이 애초 모든 대사들이 관객에게 액션으로 느껴지길 바랐다고 말씀하셨다. ’말을 하는데 액션으로 어떻게 느껴지지?’라고 고민했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현장에서 더 느끼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러다간 정말 큰일나겠다’ 생각했어요. 너무 쉽게 생각했던 거죠. 바닥을 치며 괴로워 하는데 알고 보니 저만 힘들어한 게 아니더라고요. 성민이 형도, 조진웅 배우도 같은 마음이었어요. 배우들끼리 작품 이야기를 하지만 서로 ’힘들다’ ’연기하기 역할이 불편하다’는 건 잘 이야기하지 않아요. (자존심도 상하고…웃음) 이번 작품은 달랐죠. 어느 순간 모든 걸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너도 힘들었니? 나도 힘들어’라는 공감대가 있었어요. 그냥 학생으로 돌아간 느낌이랄까요? 그게 우리에겐 좋은 경험이었고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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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격적인 실화, 실존 인물을 연기하며 겪은 어려움을 들려준 배우 황정민. 제공| CJ엔터테인먼트 |
“속상하기도 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군함도’ 이후 1년 만에 나온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영화에는 황정민 밖에 없냐는 얘기들을 하시더라. 그만큼 내 영화를 많이 보신 걸테니 오히려 감사하다”는 그는 “관성을 깨기 위해 스스로 많은 노력을 했다. 작업할 때 늘 해오던 패턴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 어릴 때 선배들께서 ’대사를 뼈로 외운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공작’을 그런 식으로 열심히 했다”고 설명했다.
“연기는 뭐든 다 어려운 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 티 내지 않고 에너지를 가지고 가는 게 제일 힘들죠. 하지만 그걸 잘 해냈을 때 오는 쾌감도 분명하게 있어요. 오히려 조연 할 때가
한편, ’공작’은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군란:민란의 시대’를 연출한 윤종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황정민 외에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등이 호흡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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