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이 이룩하는 ‘치유의 서사’로 안방극장을 물들였던 MBC 주말특별기획 ‘이별이 떠났다’가 행복의 꽃가루 속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4일 방송된 MBC 새 주말특별기획 ‘이별이 떠났다’(극본 소재원, 연출 김민식, 제작 슈퍼문픽처스 PF엔터테인먼트)는 40회 10.5%(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 순간 최고시청률은 40회의 출산 후 함께 몸조리를 하는 장면으로 11.5%(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까지 치솟았다. 40회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경신하며 찬란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별이 떠났다’ 마지막 회에서는 트라우마를 떨쳐낸 인물들이 새로운 삶을 향해 기운차게 나아가는 ‘따뜻한 해피엔딩’이 담겼다. 서영희(채시라)는 임신중독증의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정효(조보아)를 위해 친엄마 오연지(장소연)를 불러왔던 상황. 극도의 통증 속에서 난생 처음 엄마의 손을 붙잡은 정효는 같은 괴로움을 겪었을 연지를 이해했고, 용서했으며, 마침내 ‘아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세웠다. 그리고 결국 남편 한민수(이준영)의 손을 붙잡고 죽음에 버금가는 시간을 견딘 후 출산에 성공, 아기를 품에 안았다.
한편 몸에 상처가 나면 ‘파일럿’을 할 수 없기에 두 눈 질끈 감고, 정효를 위한 신장검사를 하지 않았던 한상진(이성재)은 한민수에게 엄청난 원망을 듣고 완전히 무너졌던 터. 영희는 그런 상진을 일으켜 세운 뒤 함께 아버지 서강택(최불암)을 찾아가 이혼의 마침표를 찍고 김세영(정혜영)에게 보냈다. 하지만 세영은 상진의 호적만 빌렸을 뿐 같이 가정을 꾸리지 않았고 각자의 인생을 살았다. 또한 정효를 위해 신장검사를 했고, 공여자로 판명 나자 망설임 없이 신장 기증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영희와 정효, 민수는 함께 살며 따뜻한 가정을 만들었다. 상진은 경제적 책임을 위해 몸 바쳐 일하는 삶을, 세영은 딸을 위한 인생을 선택했다. 정수철은 오연지와 가끔 만나 정효를 위한 쇼핑을 했고, 김옥자(양희경)는 치매 약을 먹고 병세를 늦추며 가족들을 보살폈다. 소소하지만 따뜻한, 티격태격하면서도 애정 가득한 삶을 살기 시작한 엔딩은 시청자들에게 짜릿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와 관련 마지막까지 ‘공감과 힐링’을 안긴 ‘이별이 떠났다’가 남긴 것들은 무엇인지 정리해본다.
▲영원히 잊지 못할 ‘우리 배우들’의 열연
스스로를 집안에 가둔 여자의 아픔을 공허한 눈빛만으로 완벽히 표현한 채시라, 코미디와 진중함, 허당과 짠내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명연기를 펼친 이성재, 출산의 과정과 임신중독증의 고통을 열연으로 그려낸 조보아, 성장해가는 젊은 청년의 마음을 섬세하게 담아낸 이준영, 딸 바보 아빠의 가슴 애틋한 성장을 실감나는 생활연기로 선보인 정웅인, 자식을 위해 악착같은 삶을 택한 여자의 처절함을 강렬한 카리스마로 완성한 정혜영까지, 구멍 없는 ‘우리 배우들’의 열연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공감의 스토리, 감각적인 연출
‘엄마의 탄생’ 속에서 여자가 견뎌내야 하는 것들, 함께 살아가는 식구들이 겪어내야 하는 것들을 섬세하게 담아낸 스토리는 엄마들뿐만 아니라, 엄마를 지켜보는 10대와 20대, 그리고 세월을 추억하는 50대 이상의 마음까지도 사로잡았다. 또한 연대를 통해 마음 깊숙이 간직했던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감각적인 연출은 그동안 드라마에서 만날 수 없던 ‘고퀄리티 감성’을 담아내며 감동을 선사했다.
▲관록의 명배우와 톡톡 튀는 신예의 활약
설명이 필요 없는 생활 연기의 달인 양희경, 헌신의 캐릭터를 아름답게 그려낸 하시은, 착륙하지 못하는 파일럿의 아픔을 담아낸 김산호의 ‘짠내 나는 활약’이 두드러졌다. 게다가 입만 열면 폭소를 유발하는 유수빈과 오하늬 콤비, 그리고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 사람처럼 정확한 단어로 옳은 말을 구사하는 조엘 등은 든든한 조연군단으로 극의 구석구석까지 완벽하게 빛냈다.
▲은은하게 스며들어 오랫동안 맴도는, ‘힐링의 여운’
‘이별이 떠났다’는 권선징악이나 성공가도를 지향하는 다른 드라마와 달리 ‘잃는 것’, 즉 ‘이별’을 지향했다. 노력해서 쟁취하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깊이 자리 잡았던, 하지만 두려워서 꺼내볼 수 없던 아픔을 마주해 떠나보내기 위한 대장정을 그려낸 것. 거대한 서사가 아니라 일상에서 있을 수 있는 아픔과 상처
제작진 측은 “고된 촬영 속에서도, 시청자 여러분들의 공감어린 소감을 보면 저절로 힘이 났다”며 “여러분의 가슴 한 구석을 따뜻하게 물들이는 드라마였기를 소망해본다. 끝까지 시청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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